식품전반

기능성 표방 식품 부당 광고, 건기식의 3~4배…상당수 사전 심의 안 받아

곡산 2025. 10. 14. 07:37
기능성 표방 식품 부당 광고, 건기식의 3~4배…상당수 사전 심의 안 받아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0.13 07:52

건기식 원료 사용 제품 “당뇨 등 질병 예방·미친 듯이 빠져요·영양제” 등 선전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 산업 활성화·소비자 보호 성과 미흡
시장 무게 중심 이동…피부 건강·체지방 감소 등 성장 기회
기능성만으론 소비자 욕구 충족 못해…정교한 차별화 전략을
편의성·미용 개선·환경 등 새로운 가치 지닌 일상식 시장 견인
본지 주최 ‘기능성을 표방한 일반식품 시장 현황 및 관리 방안’ 세미나
 

K-푸드의 열풍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기능성 식품 시장이 중요한 기로에 섰다.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부당 광고가 범람하고, 복잡한 규제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혼란을 안겨주는 등 심각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9일 aT센터 창조룸에서 ‘기능성을 표방한 일반식품 시장 현황 및 관리 방안’을 주제로 열린 본지 세미나는 법과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기능성 표방 일반식품의 무분별한 표시·광고로부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식품산업 생태계 조성과 발전을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이날 세미나에선 시장을 둘러싼 세 가지 핵심적인 시각이 제시됐다. 먼저 민텔 황태영 박사는 기능성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으며, 소비자의 다층적인 가치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YWCA연합회 안정희 부장은 급증하는 온라인 부당 광고로 인한 소비자 혼란이 심각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법무법인 광장 오수연 변호사는 현행 제도가 업계에는 높은 허들로, 소비자에게는 불충분한 보호막으로 작용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 전문가의 진단을 종합하면 K-기능성 식품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소비자 신뢰’라는 내실을 다져야 할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음이 분명해졌다. 이에 본지는 세 전문가의 발표 내용을 통해 기능성 식품 시장의 현주소와 미래 과제를 짚어봤다.

기능성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기능성 표방 식품의 무분별한 부당 광고와 복잡한 규제로 인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춰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과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사진=식품음료신문)

● 황태영 박사 “'기능성' 시대 저물고 '가치 소비' 부상”


황태영 박사(민텔 애널리스트)

 

K-푸드의 열풍과 함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성공 공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성능'과 '효과'로 대표되던 기능성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다층적인 가치관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의 황태영 박사는 “시장은 이제 더 이상 기능성만으로는 차별을 할 수 없는 시장이 됐고, 경쟁은 격화됐다”고 진단했다. 황 박사는 민텔이 1996년부터 86개국에서 축적한 800만 건 이상의 방대한 신제품 데이터베이스(GNPD)와 36개국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건기식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황 박사에 따르면 VMS(비타민·미네랄·보충제, 건강기능식품 분류) 카테고리의 본질이었던 '기능성' 소구는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윤리·환경’ ‘편의성’ ‘미용 개선’ 등 새로운 가치를 내세운 제품들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는 “특히 ‘미용 개선’ 관련 클레임은 연평균 7% 수준의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소비자들이 일상 식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능성을 섭취하려는 경향과도 맞물린다. 황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기능성을 표방하는 일반 식품 시장이 연평균 8.2% 성장하며, 6.7% 성장에 그친 VMS 시장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특별한 보충제 형태가 아닌, 일상에서 즐기는 식품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싶어 한다는 명확한 신호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황 박사는 “신제품 출시 기준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7%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7%) 대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은 곧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제는 단순히 신제품을 많이 출시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정교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도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면역력' 관련 소구의 매출은 감소세인 반면, ‘체지방 감소’나 ‘피부 건강’ ‘칼슘 흡수’ 등 새로운 기능성이 꾸준히 성장하며 새로운 기회 요소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대치 또한 한층 복잡하고 세분화되고 있다. 황 박사가 공개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건강한 식생활’을 통해서는 면역력 강화는 물론 체지방 감소와 수면의 질 개선 등 전반적인 웰빙을 추구하는 반면, ‘건강기능식품’을 통해서는 면역력과 더불어 에너지 증진, 눈 건강 등 특정 목적에 대한 집중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는 “최근 한국 소비자들은 건기식을 통해 에너지를 끌어올리려는 니즈가 매우 강해졌다”며 “피로 해소와 활력 증진을 돕는 ‘아답토젠’과 같은 강장 기능성 원료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대륙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유럽 시장에서는 수면 지원, 스트레스 해소 등 정신 건강과 연관된 ‘두뇌 및 인지 기능’ 지원 제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었다. 아시아 시장의 기능성 식품들은 ‘건강한 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미주 시장에서는 원재료가 가진 ‘천연의 기능성’을 투명하게 전달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황 박사는 미래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롱제비티(Longevity, 장수)’를 제시하며,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NMN은 특히 뷰티 업계에서 핵심 장수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법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장수’라는 강력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로 영국의 ‘누리시드(Nourished)’ 사가 선보인 3D 프린팅 개인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언급하며, 기술과 개인화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황 박사는 “글로벌 기능성 식품 시장은 이제 규제가 적은 일반 식품 형태로 확장되는 추세이며, 소비자들은 수많은 제품 속에서 명확한 가치를 원하고 있다”며 “단순히 '좋은 성분'을 내세우는 시대를 넘어 변화하는 소비자의 가치관을 읽고 그들의 삶에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노력을 통해 소비자의 깊은 신뢰를 얻는 것만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안정희 부장 “온라인 식품 시장 급성장 속 부당 광고 기승…소비자 피해 심각”


안정희 부장(한국YWCA연합회 소비자운동팀책임)

온라인 쇼핑이 식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기능성을 표방하는 일반식품의 부당 광고가 급증하며 소비자들의 혼란과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YWCA연합회 안정희 소비자운동부장은 “온라인 유통 확대와 SNS 기반 홍보가 확산되면서 기능성을 표방하는 일반식품의 부당 광고 노출이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한 소비자 오인·혼동과 불만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 부장은 YWCA의 온라인 식의약 광고 모니터링 사업 ‘컨슈머아이즈’를 통해 적발된 다양한 부당 광고 사례를 공유하며, 교묘한 수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시장의 현주소를 고발했다.

실제로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은 눈부시다. 2022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약 210조 원에 달하며, 이 중 음식료품이 12.4%로 1위를 차지할 만큼 온라인 장보기는 보편화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식품 관련 온라인 부당 행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일반식품의 위반 건수가 건강기능식품보다 3~4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안 부장은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현혹되는 부당 광고 유형으로 △'당뇨 예방' 등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만성염증으로 마른 체질 되는 법’처럼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 △‘피로회복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시키는 광고 △‘3일째부터 미친 듯이 빠져요’와 같은 거짓·과장 광고 △체험 후기를 이용한 기만 광고 등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이렇게 쉽게 속는 것일까? 안 부장은 YWCA가 최근 1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일반식품임에도 불구하고 ‘건강기능식품 또는 의약품 성분을 함유한 원료를 사용’(27.8%)했거나, ‘정제·캡슐 형태’(19.7%)를 띠고 있을 때, 그리고 ‘제품에 함유된 원료 및 성분 등을 강조 표시’(19.6%)했을 때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시장에는 보스웰리아, 대마종자유, NMN, 멜라토닌 등 기능성 원료나 의약품 성분을 사용하고, 제품명에 ‘OO정(錠)’을 쓰거나 정제·캡슐 형태로 판매되는 일반식품이 만연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있었다.

안 부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모든 기능성 표방 일반식품의 제품 전면에 ‘건강기능식품이 아님’이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삽입하고,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하는 정제, 캡슐 등 특정 제형의 사용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능성 표방 일반식품 광고에 대한 사전 심의 제도 도입, 업계 차원의 자율적인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마련, 그리고 소비자가 스스로 정보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소비자 교육 강화 등을 종합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안 부장은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시장만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건전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 모두의 노력을 당부했다.


● 오수연 변호사 “복잡한 규제, 넘치는 부당 광고…기능성 표시식품의 ‘딜레마’”


오수연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식품 산업의 활성화와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 제도가 복잡한 법적 기준과 관리의 한계점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법률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법무법인 광장의 오수연 변호사는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 제도의 법적 기준을 상세히 분석하며, 제도의 도입 취지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짚었다. 오 변호사는 “해당 제도가 ‘몸에 좋은 제품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업계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복잡하고 엄격한 규정들로 인해 기업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높은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일반식품에 기능성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제약을 넘어야 한다. 우선, 주류나 특수의료용도식품, 36개월 이하 영유아 및 임산부 대상 식품은 기능성 표시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또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정제(알약), 캡슐, 스틱형 분말, 앰플형 액상 등 특정 형태의 제품도 기능성을 표시할 수 없다.

표시할 수 있는 기능성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어린이 키 성장’ ‘수험생 기억력 개선’ ‘남성 성기능’과 관련된 내용은 과학적 근거가 있더라도 광고할 수 없으며, 질병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는 내용 역시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일반식품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 기능성을 표시하더라도, 모든 광고는 사전에 한국식품산업협회 등에서 운영하는 자율심의기구의 심의를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이러한 복잡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불법 광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 변호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기능성 표시식품 관련 부당 광고 적발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위반 항목은 바로 ‘자율심의 위반’이었다. 2023년에는 무려 82%가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였으며, 2024년에도 62%에 달했다. 이는 많은 기업이 복잡한 제도를 따르기보다 아예 무시하는 쪽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다음으로 많이 적발된 유형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시키는 광고’였다. '다이어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들이 체지방 감소 기능성을 인증받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 변호사는 “소비자 조사를 보면 65.3%의 소비자가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지적하며, 제도에 대한 낮은 인지도가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기업이 제공하는 ‘기능성 원료 함유’ 정보나 ‘정제·캡슐’ 형태 때문에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정보를 더 줄수록 소비자는 더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식약처가 기능성 내용과 성분 함량을 주표시면에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현재 제도가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보호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실효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며, △‘건강기능식품 아님’ 문구 표시 강화 △정제, 캡슐 등 제품 형태에 대한 명확한 기준 확립 △사전 자율 심의 제도의 실효성 강화 등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기능성 표시 일반식품 제도가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마케팅 환경에 맞는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과 함께 소비자들이 제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오인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