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식량안보세미나] 미래 식량 위기, 해법은 ‘푸드테크’

곡산 2025. 10. 15. 07:54
[식량안보세미나] 미래 식량 위기, 해법은 ‘푸드테크’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0.14 07:57

일본·중국, GM·생명공학 작물 활용 안정적 시스템 구축
대체육 선택 아닌 필수…축산업과 경쟁 넘어 공존 가능
공기 합성 단백질 영양학적 우수…미국 등 상용화 박차
방사선 조사, 친환경 검역 기술 안전…산업 활성화 필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맞물리면서 대한민국 식량 안보에 경고등이 켜졌다. 현재 20%대에 불과한 곡물 자급률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식량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속 가능한 미래 식량 시스템을 위한 해법으로 ‘푸드테크(Food-Tech)’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1일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에서 열린 ‘제2회 식량안보세미나’에서는 ‘식량안보 신기술의 유용성과 안전성 평가’를 주제로 △유전자 변형(GM) 기술 △대체 단백질 △식품 조사(照射) 기술 △공기 합성 단백질 등 4가지 핵심 푸드테크가 소개됐다. 세미나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들은 각 분야의 기술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거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잘못된 정책 결정과 사회적 불신, 경직된 규제에 막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미래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해 더 늦기 전에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2회 식량안보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GM, 대체단백질 등 혁신 푸드테크가 미래 식량 위기의 해법임에도 불구하고, 낡은 정책과 사회적 불신에 막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 곽상수 명예교수 | “세계적 대세 GM 기술, 한국만 외면…식량 주권 포기 상태”

곽상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한국의 식량 안보가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22년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서 한국은 113개국 중 39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며 “반면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과 중국은 각각 6위와 25위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특히 일본은 성공적인 해외 농업 정책으로 식량 자주율을 100% 가까이 달성했으며, 유전자변형(GM)·유전자교정(GE) 작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역시 2021년부터 생명공학 품종 개발과 상용화 전략을 국가적으로 추진 중이다.

 

곽 교수는 “GM 작물은 이미 세계 종자 시장의 약 45%를 차지하는 '대세' 기술"이라며, "과학적 보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팽배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우리는 이 흐름에서 완전히 고립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입 곡물의 약 65%(약 1100만톤)가 GM 작물인 현실을 지적하며, 소비는 하면서 연구개발은 중단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질타했다. 특히 2017년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국가 GM 작물 연구가 중단된 것을 결정적 과오로 꼽았다.

 

곽 교수는 “과학기술 패권 시대에 GMO, 원자력, 오염수 등 과학적 문제는 정치 논리가 아닌 과학자들의 집단지성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 해결책으로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생명공학 품종 개발 정책의 즉각적인 정상화 △국내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 고부가가치 GM 작물 개발, 해외에서는 주요 수입국과 협력해 맞춤형 GM 작물을 공동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 △‘식량안보특별법’을 제정해 식량 자급 목표, 농지 보존, 생명공학 품종 개발을 구속력 있게 추진할 것을 제언하며, 더 이상 식량 주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 박현진 소장 | “대체육은 축산업의 적 아닌 동맹…새로운 공존 모델 찾아야”

박현진 식량안보재단 연구소장은 대체육을 단순한 고기 대체재가 아닌,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공중 보건 문제를 해결할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대체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규모를 근거로 들었다. 글로벌 대체육 시장은 2031년 438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전망되며, 국내 시장 역시 올해 약 295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은 환경과 건강, 동물 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곤충, 미세조류는 물론, 공기 중 원소를 활용하는 ‘공기 단백질(Air Protein)’까지 새로운 원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기술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박 소장은 대체육 산업과 전통 축산업의 관계를 ‘경쟁’이 아닌 ‘공존과 동맹’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 육가공 업체가 대체육에 투자하고 농가 차원에서도 기술 전환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두 산업이 협력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축산 농가는 기존의 시설과 노하우를 활용해 배양육의 영양분(배지)을 공급하거나 세포 배양 시설을 공유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반대로 대체육 기업은 기존 축산 인프라를 활용해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

 

박 소장은 “이러한 협력 모델은 증가하는 글로벌 단백질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환경 부담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식품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열쇠”라며 “대체육과 전통 축산업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는 동맹 관계로 진화할 때, 우리는 더 안정적인 미래 식량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김상철 이사 | “오해 벗은 식품 조사 기술, 안전성과 장점 재평가해야”

김상철 그린피아기술 연구소 이사는 '방사선 조사 식품'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산업적 유용성을 강조하며 대중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식품 조사는 감마선, 전자선 등을 이용해 식품의 미생물을 제어하는 비가열 살균 기술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처리된 식품이 방사능을 띠지 않아 인체에 완전히 안전하다는 점"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는 "이러한 안전성은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를 통해 국제기구가 과학적 합의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식품 조사 기술이 가진 여러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열을 가하지 않아 원물의 맛과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포장된 상태로 처리가 가능해 2차 오염을 완벽히 방지하며 △살충제나 방부제 없이 해충과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어 유기농 제품이나 수출용 검역에도 매우 적합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과거의 부정적 여론과 소비자 인식 부족으로 인해 시장 수용성이 낮아 산업 활성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이사는 “정부가 2017년과 2020년 제도 개선을 통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와 정부, 글로벌 시장, 그리고 제조자의 관점에서 조사 처리 기술의 활성화 조건을 제시하면서 “소비자는 ‘안전성, 가성비, 접근성, 품질’을, 정부는 ‘국가적 이익과 관리 용이성’을, 글로벌 시장에서는 ‘친환경 검역 기술’로서의 이점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조자는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수익성(마진)이 보장되는 대체 기술’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야만 이 기술이 우리 식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민혁 교수 | “공기·물·전기로 단백질 생산…‘공기합성 단백질’ 시대 온다”

이민혁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농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차세대 푸드테크로 ‘공기합성 단백질’ 기술을 소개해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기술은 토지, 물, 비료 없이 오직 공기 중의 기체와 전기만으로 단백질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이 교수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 수소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질소, 산소를 원료로 특정 미생물을 발효시켜 단백질 분말을 얻는 기술”이라고 그 원리를 설명했다. 즉 농사를 짓지 않고 공장에서 식량을 만들어내는, SF 영화 같은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1960년대 NASA가 우주 비행사를 위한 식량 생산 방법을 연구하면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핀란드와 미국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의 ‘솔라 푸드(Solar Foods)'가 개발한 단백질 분말 ‘솔레인(Solein)’은 이미 2022년 싱가포르에서 식품 원료로 공식 승인을 받았으며, 미국의 ‘에어 프로틴(Air Protein)’사 역시 이 기술을 이용해 고기 대체품과 단백질 강화 식품을 개발 중이다. 이들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이 교수는 “공기합성 단백질은 미래의 식량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발전과 설비 투자는 물론, 각국의 규제 및 제도 정비, 그리고 소비자의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중요할 것이다. 또 기업, 스타트업, 학계, 정부 간의 협력 모델을 통해 연구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우선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양식 어류나 가축을 위한 사료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의 식탁”이라며 “물론 아직은 높은 생산 비용, 대량 생산 기술 확보, 각국의 식품 원료 승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 잠재력만큼은 무한하다”고 밝혔다.

◇토 론 

미래 식량주권 확보 위해 GMO 등 전략적 도입 필요
방사선조사 처리 영양소 손실 최소화·저장 기간 연장
식약처 문귀임 과장 “업계 등과 소통 신기술 정책 반영”

 

이어진 토론에서 김승태 대상 품질경영실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GM작물이 곡물 수급 안정호에 기여하고 있고, 특히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업국에서 높은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또 일본과 중국이 자국의 식량자급을 위해 GMO 활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GMO를 비롯한 생명공학작물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넘어 과학적 안전성 검증과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도입이 필요하다. 단순히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차원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식량주권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생명공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구·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역시 “식량의 증산과 식품 안전에 필요한 기술은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하고, 가능성이 있는 기술은 적극적으로 보완·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런 면에서 GMO 기술은 인류의 절박한 식량 문제 해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GMO의 발암성이나 알레르기 가능성을 앞세워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짜·유사 과학은 확실하게 경계해야 한다. 유해물질의 위해서 판단을 일부 소비자단체에 떠넘기는 수준의 전문성으로는 오히려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 식약처를 비롯한 규제기관의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경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식량안보 강화 방안으로 식품조사처리기술을 주목했다. 김 박사는 “식품조사처리기술은 식품을 일정 동안 이온화 방사선에 노출시켜 농산물의 발아억제 및 숙성 지연과 식품의 살충, 살균 효과를 통한 위생화 및 저장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며 “이는 포장이 완료된 식품에 활용이 가능하므로 이차오염의 가능성이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특히 열처리나 화학처리와 달리 영양소 및 관능적 특성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국내외적으로 이 기술의 인프라 확충, 제도적 기반 정비, 소비자 인식 개선을 통한 활용도 제고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식량안보 강화 효과를 달성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문귀임 식약처 식품기준과장은 “식약처는 신기술 적용 식품이 안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미래식품의 안전관리와 시장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단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는 과학기술만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제 협력, 사회적 소통,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도 빠르게 변화하는 신기술이 안전성을 바탕으로 정책에 반영되고, 업체의 제품 개발에 시행착오가 없도록 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