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GMO

GMO완전표시제 “국내 현실 외면한 실체없는 위해에 대한 규제” VS “협의나 타협의 대상 아닌 국민 알 권리 보장하는 시대적 사명”

곡산 2025. 9. 23. 07:27
GMO완전표시제 “국내 현실 외면한 실체없는 위해에 대한 규제” VS “협의나 타협의 대상 아닌 국민 알 권리 보장하는 시대적 사명”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09.22 13:28

식약처, ‘GMO완전표시제 도입방안 모색 위한 포럼’ 개최

“GMO완전표시제는 실제 위해요소가 아닌 가상의 위해에 대한 규제이며, 더 나아가 식량위기 시대 주목받고 있는 생명공학 혁신 기술에 대한 규제이기도 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받은 것이 식품업계, 일부 학계 등과 합의를 해야 하고, 식약처장 결정에 맡겨야 하는가. 국민의 알 권리는 국민이 지시하면 정부는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GMO완전표시제 도입 문제를 놓고 업계·일부 학계와 소비자간 첨예한 대립이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에선 여전히 GMO의 위해성에 의혹을 갖고, 철저한 표시를 통해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며, 식품업계 및 일부 학계에선 GMO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부족과 소비자 혼란은 물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이 같은 주장은 국내 GMO표시제 도입 25년가량이 흘렀지만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며 좀처럼 의견이 일치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앞두고,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주장하는 찬성 측과 과학적 근거 부족 및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반대 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하지만 GMO완전표시제는 수면 위에 올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GMO완전표시제’를 골자로 한 식품위생법이 통과했기 때문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유전자변형을 거쳤다면 관련 DNA와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GMO 표시를 해야 하며, GMO를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으면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이라고 표시토록 하는 내용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식약처장이 지정하는 품목에만 표시를 하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뒀다.

이 개정안은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상임위 소위를 통과한 만큼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정부에서도 이 흐름에 맞춰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식약처는 19일 서울역 인근 LW컨벤션에서 ‘GMO 완전표시제 정책과 이슈’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학계, 소비자단체, 업계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GMO완전표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모하기 위한 첫 자리였지만 GMO완전표시제 별다른 소득없이 찬반 양측의 입장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김동헌 미래식량자원포럼 부회장 (사진=식품음료신문)

김동헌 미래식량자원포럼 부회장은 “하나의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위반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위반을 잡아낼 수 없다면 그 제도는 유명무실해지고, 더 나아가 정부 정책의 신뢰 하락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GMO완전표시제는 DNA와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GMO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GMO 원료라고 하더라도 DNA·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위반 업체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정부에서는 현지 실사를 통한 이력추적으로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우리가 현지에서 원활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중하고 완벽하게 준비가 된 이후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제도를 원활하게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 (사진=식품음료신문)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은 “GMO완전표시제는 협의나 타협의 대상이 아닌 국민의 뜻에 따라 즉시 시행돼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GMO원료를 사용 했더라도 DNA·단백질 불검출 시 미표시 등 국민의 권리보다 식품업계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식품업계가 우려하는 가격 인상 문제는 국민이 인식하고 판단할 부분이다. 실제 중국이나 대만 등에서는 GMO 제품과 Non-GMO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 국가도 처음 제도 도입 시 식품업계 반대가 컸지만 지금은 GMO와 Non-GMO가 한 매대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식품기업들은 EU, 중국, 대만 등에 수출할 때 해당 국가의 GMO완전표시제 규정은 지키면서 정작 자국민에게는 표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는 명백히 국민 알 권리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 알 권리는 국민이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국민이 지시하면 정부는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전 국민이 원하는 GMO완전표시제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영 경희대 교수 (사진=식품음료신문)

김해영 경희대 교수는 “지난 20년 이상 전 세계적으로 소비됐음에도 GMO로 인한 인체 위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국제적으로 확립된 엄격한 안전성 평가 절차를 통해 승인된 GMO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GMO완전제표시제에 대한 논의 역시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수입·유통되고 있는 GMO 원료는 사전에 안전성 심사를 받아 식품으로 승인된 것으로, 모두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며 “GMO 원료 개발에 있어 핵심인 생명공학 기술은 인간의 건강, 농업, 환경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식품음료신문)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식약처의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국민 인식 개선’과 ‘산업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이 아닌 기업을 위한 행정이다. 정부의 역할은 수입을 기정사실화하고 비용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이 국내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수입되고 있는 GMO 원료가 안전성 심사를 거쳐 승인돼 안전하다고 하는데, 안전성 심사는 서류 심사만 하는 것이다. GMO 개발자가 안전성 평가를 실시해 제출한 서류만 살피는 것이다. GMO 개발자들이 한 검증은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표시제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김 교수는 표시제의 기준은 원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품이 아닌 원료가 기준이 돼야 표시 예외라는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식품음료신문)

이어진 토론에서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GMO완전표시제의 도입은 우리나라 식량 안보에 굉장히 커다란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 지금 생산되는 쌀이 연간 한 380만 톤인데, 연간 수입하는 밀이 440만 톤이다. 옥수수가 1200만 톤이고, 콩이 130만 톤 정도 된다. 쌀을 제외한 모든 곡물을 수입하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지금 유통되는 콩이나 옥수수의 70~80%가 GMO다. 만약 우리가 Non-GMO 원료를 사용하면 가격이 30% 올라간다. 더 중요한 것은 원료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국내 GMO 표시제 도입이 20년이 넘었다.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을 경우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당시 현실이고, 현재의 소비자들은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어디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고, 어떤 원료가 사용됐는지 꼼꼼하게 따진다. 완전표시제 도입이 시급한 이유”라며 “비의도적 혼입 비율도 지금의 3%에서 0%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사진=식품음료신문)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국민들이 정말 GMO완전표시제를 원한다면 시행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제도는 시행 후 검증이 필요한데, GMO완전표시제는 현실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식용유처럼 GMO 유전자가 남지 않는 식품은 과학적으로 원료를 판별할 수 없어 복잡한 이력추적제도가 필요한데, 이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실정상 불가능하고 막대한 비용만 발생시킨다”며 “식량의 거의 절반을 수입해 오는 상황에서는 그 수입해 오는 식량의 GMO 여부를 추적할 수 있는 이력제도의 시행이 가능한가. 확인할 수 없는 제도는 무늬만 제도일 뿐 오히려 소비자와 생산자간 갈등만 조장하는 사회 분열적인 제도로 전락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은 위해 가능성을 주장한다. 말 그대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다. 오히려 GMO는 지난 30여 년간 위해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한 사실이다. 확인되지 않은 위해 가능성을 갖고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 제도의 시행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동 식품표시광고정책과장 (사진=식품음료신문)

이호동 식품표시광고정책과장은 “GMO완전표시제는 단순 식품 포장지에 글자를 새기는 문제가 아니다. 이 제도에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 보장, 산업계의 안정적 원료 수급과 경쟁력 유지, 학계의 과학적 검증을 통한 안전성 검토, 정부의 정책적 조율이라는 네 가지 축이 동시에 맞물려 있다. 이중 하나라도 소홀히 다뤄진다면 GMO완전표시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식약처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원료 수급 불안, 물가 상승 등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입품 검사를 강화해 국내 제조업체가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무엇보다 소비자와 산업계, 학계 등 모든 이해 관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 도출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김성곤 식약처 식품안전국장 (사진=식품음료신문)

김성곤 식약처 식품안전국장은 “매년 많은 양의 GMO 원료가 수입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GMO완전표시제에 대해 범위는 어디까지? 준비 시간은? 표시 관리는 어떻게? 등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업계, 소비자, 학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