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25.09.02 07:46
옥수수 등 식량 수입국서 GMO 배척하면 위험 초래
식품 물가 30% 상승에 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 제기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대선 공약에서 언급한 GMO 완전표시제를 실천해 달라는 주문이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도 꼭 같은 주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정부가 이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명분 하나로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 시민운동가들의 잘못된 주장으로 엄청난 사회경제적 혼란과 국익 손실을 수없이 경험한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가 필수 조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MSG가 유해하다며 불매운동을 벌여 조미료 산업의 종주국인 일본과 경쟁을 벌이던 국내 산업이 회사명도 버리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도록 초토화시켜 놓고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게 만든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지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는 광우병 괴담을 퍼트려 반년 가까이 정부를 마비시킨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그때보다 더 많이 사 먹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명공학기술에 의한 식량작물 신품종 개발은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로 악화되는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전 세계가 필사적으로 추구해 온 돌파구이다. 이들 신품종이 개발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등 대규모 영농이 가능한 지역에서 곡물이 대량 생산되어 세계의 식량 공급이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콩과 옥수수에 주로 이용되던 유전자변형(GM)기술이 쌀과 밀에도 적용되면서 세계 곡물 생산이 생명공학 신품종으로 정착되고 있다. 그동안 GMO 반대운동을 주도하던 그린피스도 꼬리를 감추고 있으며, 유럽의 GMO 완전표시제도 값싼 외래 곡물의 유입을 막기 위한 농업보호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지고 있다.
다만 미국의 유기농협회가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는 GMO 괴담은 모든 식품을 위험하다고 해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릴 수 있는 사업 특성상 GMO 반대운동을 계속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30년 동안 아무 탈 없이 먹고 있는 생명공학 신품종에 대해 더 이상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식량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밀(440만 톤/년)과 옥수수(1200만 톤/년)의 거의 전량, 콩은 94% (130만 톤/년)가 수입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은 연 380만 톤에 불과하기 때문에 곡물자급률이 20%도 안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옥수수와 콩의 80% 이상이 GMO 신품종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GMO를 배척한다면 식량을 공급할 방법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GMO에 대한 거짓 공포감을 확산하고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하고 반사회적인 행위인 것이다.
식품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GMO 반대운동을 경계하고 완전표시제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법을 시행하게 되면 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 30% 증가하고 GMO 원료 사용 여부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국내 식품기업만 역차별 당하기 때문이다. 그 보다 더 무서운 결과는 시장에서 팔리는 거의 모든 식품에 GMO 표시가 붙었을 때 국민의 당혹감과 ‘사 먹을 게 없다”는 아우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새 정부 출범과 때를 맞춰 GMO 완전표시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식품 관련 학회와 업계 단체들이 GMO 완전 표시제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지난 18일 발표했다. 과학적 근거를 외면하고 소비자의 혼란과 식품산업 전반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자제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초기에 이 일로 인해 광우병 대란과 같은 홍역을 치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 모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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