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09.02 07:56
GMO 표시 위화감 조성…비용·편익 따져 봐야
non-GMO 20% 이상 비싸 간장·식용유 가격 인상
학계 “원료 공급망 등 문제점 수두룩…무책임”
논란의 ‘GMO완전표시제’가 결국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고,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까다롭다고 알려진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대부분이 보통 본회의까지 통과가 수월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은 만큼 식품업계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GMO완전표시제’를 골자로 한 식품위생법이 통과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유전자변형을 거쳤다면 관련 DNA와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GMO 표시를 해야 하며, GMO를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으면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이라고 표시토록 하는 내용이다. 단 식약처장이 지정하는 품목에만 표시를 하도록 했다.
업계는 즉각 반발하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비자 알권리가 결국 물가 불안과 원료 수급 차질만 키우게 됐다는 것이다. GMO와 Non-GMO 원료 간 가격 차이가 20~70%에 달해 기초 가공식품 가격부터 연쇄 인상이 불가피한데, 그 피해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GMO 수입 원료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옥수수는 연간 1200만 톤, 콩은 130만 톤에 달한다. 국내 곡물 자급률은 대두 7.5%, 옥수수 0.7%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GMO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Non-GMO 원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가격 차이가 적게는 20%, 많게는 70%에 달한다. 결국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간장, 식용유 등의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O 표시를 한다는 자체 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게 된다. 안전한다고 검증된 원료임에도 국회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Non-GMO 원료 사용 시 원가 부담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데, 향후 가격을 올렸다고 또 식품업계를 역적 취급할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상기후와 국제 정서 불안으로 갈수록 원료값이 오르고 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작황 문제로 원료 수급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GMO 원료 사용까지 막게 되면 제품 생산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인 GMO완전표시제는 시장 혼란만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의 알권리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적 비용·편익 분석도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 브라질 등이 GMO완전표시제를 거부하는 것도 불필요한 비용 증가와 무역 차질을 우려해서다. 무엇보다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은 제품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표시 의무만 강화되고 관리·검증은 불가능한 반쪽 자리 제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한 교수는 “GMO 원재료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격 문제도 있지만 원료에 대한 수급 문제가 크다. GMO를 배척한다면 원료 수급에도 차질을 빚는다.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지도 않고 GMO완전표시제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다른 교수는 “규제란 각 국가가 처한 경제·사회적 환경과 문화, 관습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이익이 클 때 전략적으로 도입하는 것이지 어느 나라가 했다고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GMO완전표시제는 원료 추적, 분리 보관, 라벨 변경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인한 원가 상승과 소규모 기업 경영에 타격, 글로벌 Non-GMO 원료 공급망 확보 부담 등 일일이 나열 조차 힘든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 업계, 학계 등이 충분한 연구와 공론화를 거쳐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업계 혼란을 줄이고, 소비자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세부 지침을 마련해 제도 시행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품목, 유예기간 등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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