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9.01 07:54
소재·임상 등 제품화 전주기 시간·비용 절감
외국, 의약품 원료를 건기식으로 전환 사례
저용량 멜라토닌 대표적…국내선 사용 불가
기능성 표시 다양화에 사전·사후관리 균형을
고유의 기능성 원료 발굴·표준화 전략 수립도
건기식협회 ‘K-헬스 컨퍼런스 2025’
전 세계적인 성장세와 달리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AI 신기술 접목과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 개선을 통해 수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통합적인 해법이 제시됐다.
지난달 26일 'K-Health Conference 2025'의 부대행사로 진행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주최의 '기능성 원료 수출지원 및 인정 전략 컨퍼런스'에서 ‘최신 글로벌 기능성 원료 연구동향’을 주제로 발표한 고려대학교 김영준 교수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위기를 지적했다. 전 세계 시장이 연 4% 이상 성장하는 반면, 국내 시장은 2023년을 기점으로 성장이 꺾이는 추세라고 밝혔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3배가량 많은 심각한 무역 불균형 상태를 지적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거시적인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핵심 동력으로 ‘푸드테크(FoodTech)’, 특히 AI 기술의 접목을 제시했다. 그는 “수요 증가와 기술 발전을 건강기능식품 분야로 들여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며 AI 기술이 핵심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고, 성분과 인체 내 작용 기전 간의 상호작용을 예측하며 임상까지 연계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소재 개발 및 평가부터 기능성 예측, 작용 기전 규명, 임상 연계를 통한 근거 중심의 제품화 등 전 주기에 걸쳐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천연물 기반의 소재가 제품화되기까지 오랜 기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현재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플랫폼을 통해 후보 물질을 고속으로 발굴하고(미국 파이토AI), 신규 펩타이드를 탐색하며(인실리코젠), 후보물질 탐색부터 제품화 전략까지 제공하는(바이오에스디) 등 AI 기술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비용 절감을 위해 하나의 소재가 가진 여러 기능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복합기능성’ 평가 방식 도입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복합기능성 평가가 가능해지면 인체적용시험 이전 단계에서 여러 기능성을 동시에 검증할 수 있어 개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건강기능식품 시장 활성화와 수출 증대에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 혁신과 더불어 그는 규제 환경의 유연성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해외에선 일반의약품 원료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되는 트렌드가 있으며, 국내 직구 시장에서도 이러한 제품들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특정 원료들이 '의약품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멜라토닌’을 언급하며 해외 다수 국가에서는 저용량 멜라토닌을 식품으로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묶여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분과 용량에 따라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해외 사용 사례가 충분한 원료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OX 방식이 아닌, 성분 및 ‘용량’에 따라 유연한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식물 등에서 유래한 성분은 동일 물질이라도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허용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과거 소비자를 기만했던 일부 사례들로 인해 형성된 불신과 그에 따른 강력한 규제가 이제는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허들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높아진 소비자의 수준을 신뢰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개발, 소비, 나아가 수출 전략까지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외국의 건강기능식품 제도’에 대해 발표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지연 교수는 주요국의 제도를 비교하며, 관리 방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각국의 관리 체계는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미국과 일본은 건강기능식품을 ‘식품’으로 분류하며, 산업체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사후 관리 중심의 제도를 운영한다. 특히 일본은 기존의 ‘특정보건용식품’ 제도의 높은 허들을 낮춰 서플리먼트 시장을 활성화하고자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캐나다와 호주는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의 하위 개념으로 보고 정부의 강력한 사전 승인 제도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한다. 캐나다는 ‘Natural Health Product(천연 건강 제품, NHP)’ 제도를 통해 생약 제제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며, 호주는 의약품청(TGA)이 직접 서플리먼트를 관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관리 방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는 명확한 공통 규범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제조 시설에 대한 GMP(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 의무화 및 강화 추세 △질병의 치료 및 예방 효과 표방 금지 △모든 기능성 표시에 대한 과학적 근거 요구 △새로운 원료에 대한 엄격한 안전성 평가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교 분석을 바탕으로 김 교수는 한국 제도를 위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제도적 측면에서 사전 승인과 사후 관리의 균형을 맞추고, 기능성 표시의 효과성과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며 표시 체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산업 발전 측면에서는 신속하고 유연한 신규 원료 등록 제도를 통해 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품질 관리 체계를 국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하며, 특히 한국 고유의 기능성 원료 발굴 및 표준화 전략을 수립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이상사례 모니터링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를 강화하고, 소비자 교육 및 정보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불법적인 판매 행위나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개선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시장의 글로벌화에 따른 국가 간 규제 조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상사례 및 품질 관리 시스템 구축이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26일 코엑스에서 'K-Health Conference 2025'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K-Health W.A.V.E' 비전을 기반으로 한국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3일간 열린 컨퍼런스는 기능성 원료 인정 전략, 수출 전략, 유통 트렌드 및 디지털 전환 등 산업 핵심 이슈를 주제로 총 5건의 세미나와 6건의 상담회를 통해 산·학·연·관의 실질적인 논의와 협력을 도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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