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편집국장
- 승인 2025.08.20 10:54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식간장, 산분해간장, 양조간장 등 5종으로 분류된 것을 '간장'으로 단일화하기 위한 '식품공전 분류체계 및 기준 규격 개선'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8월 식약처와 중소기업중앙회의 간담회에서 장류협동조합이 현행 5종의 간장유형을 간장으로 통합하자는 간소화 건의에 따른 개선 필요성에 대한 검토 작업이다.
이를 두고 전통식품업계와 소비자, 일부 NGO단체까지 나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식품대기업과 전문가들은 그에 반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이해당사자간 논쟁이 뜨겁다.
표면적으로는 ‘간장 이름’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한국 식품 산업이 전통과 세계화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라는 더 큰 과제가 숨어 있다.
전통식품업계의 우려는 단순하지 않다. 간장은 발효의 산물이라는 인식은 수백 년을 이어온 문화적 자산이다. 여기에 산분해간장까지 같은 범주로 묶는다면, 전통 간장의 정체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의 간장은 곧 발효간장”이라는 세계인의 인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식품업계는 글로벌 무대의 현실을 강조한다. 국제시장에서 간장은 이미 발효든 산분해든 모두 ‘간장’으로 통용된다. 한국만 좁은 정의를 고집한다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규제 불확실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전통’의 깃발 아래 산업 경쟁력을 희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단체는 입장이 또 다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간장의 범주가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발효인지, 산분해인지 표시만 분명하다면 소비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남은 과제는 사회적 합의다.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산업적 현실을 반영하는 절충안이 필요하다. ‘간장(발효)’, ‘간장(산분해)’처럼 제조방식을 병기하는 이중 표기제, ‘한국 전통 발효간장’ 인증제 도입, 국제 기준과의 조화, 그리고 소비자 교육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산분해간장을 간장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가는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다. 이는 한국 간장이 앞으로 세계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릴지, 소비자에게 어떤 신뢰를 줄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선택이다.
정부와 업계, 전통식품계,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갈등을 봉합하는 ‘타협’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갈 ‘합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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