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③ 'K라면' 삼양식품 VS 농심..상반된 유통 전략

곡산 2025. 9. 1. 07:58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③ 'K라면' 삼양식품 VS 농심..상반된 유통 전략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4.08.29 17:23

 

내수 불황과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사업 현황을 점검합니다.

 

해외에서 K라면의 인기가 수년째 계속되면서 호실적을 기록 중인 삼양식품과 농심이 생산기지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농심이 일찍이 미국,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운 것과 달리 삼양식품은 모든 완제품을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다만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거점 없이 국내 공장에서만 대응하는 데는 리스크가 따르는 만큼, 장기적으로 이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양식품의 매출은 8101억원, 영업이익은 169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2.6%, 149.6% 성장했다. 특히 미국법인의 호조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삼양아메리카가 현지 주류채널에 불닭 시리즈 입점을 확대하고, 현지에서 까르보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아지며 미국법인의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125% 성장했다. 미국법인과 중국법인의 1분기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각각 222.5%, 184.2%였다. 불닭 시리즈를 앞세워 해외 매출 비중도 2014년 7%에서 올 상반기에는 76%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불닭볶음면 시리즈만 40여종에 달한다. 

농심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73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1051억원으로 10.6% 감소했다. 삼양라면과 비교해 수익성이 아쉬운 대목이지만, 지난해 해외법인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약 125% 상승해 향후 해외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농심은 '신(辛)' 브랜드를 필두로 너구리, 짜파게티, 신라면 등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라면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2%다.

상반기 실적만 보면 삼양식품이 농심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 기반이 불닭볶음면에 치우쳤다는 점에서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닭볶음면은 현재 알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소비자 기호나 식품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달해 그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삼양식품은 국가별로 선호하는 입맛과 기호를 고려해 제품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다. 

 

농심과 달리 해외에 공장 없는 삼양식품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이 76%에 달하지만 현지 공장 없이 국내에서만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에 불닭 시리즈를 수출하는 가운데 국제적인 공급망 이슈가 생기면 해상운송비와 물류비가 올라 원가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 수출의 특성상 제품이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면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타 기업들이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이같은 변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당초 삼양식품은 내수 중심의 사업을 벌여 해외 생산거점을 마련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2019년에 일본법인을 처음으로 세웠다. 이후 중국 상하이(2022년), 미국(2023년), 인도네시아(2024년)에 법인을 만들어 현지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게 했다. 이들 법인은 원주, 익산, 밀양 공장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수입해 현지 도소매상에게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국내 공장 가동률로 충분히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지만, 예기치 않은 변수가 생긴다면 해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농심은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해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함으로써 안정적인 커버리지를 확보했다. 농심은 현재 식품 제조 및 판매법인만 8곳을 확보해 국내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해도 해외 공장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농심은 1994년 미국 농심아메리카를 시작으로 1995년 중국 상해농심, 1997년 청도농심, 1999년 심양농심 등의 식품제조법인을 설립했다.  해외법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법인의 생산실적은 지난 3년간 2695억원→3542억원→4698억원으로 연평균 30%가량 성장했다.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했기 때문에 인근 국가로의 빠른 수출도 가능하다. 농심아메리카 1, 2공장은 미국 전역과 캐나다, 유럽 수출을 담당한다. 상해농심은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로, 심양농심은 몽골, 과테말라, 온두라스로 제품을 공급한다. 청도농심은 제조에 필요한 식자재를 개발, 공급해 계열사에 원재료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농심은 일본(2002년), 호주(2014년), 베트남(2018년), 캐나다(2020년)에 식품판매법인을 설립해 세계 각지의 농심 공장에서 라면을 수입한 뒤 현지에 유통하고 있다. 

해외 시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삼양식품은 국내에, 농심은 해외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올 3월 연간 5억6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밀양2공장 건설에 164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면적 3만4576㎡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라면 생산라인 5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양 2공장을 건설 중이라 해외 거점에 추가로 공장을 지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농심은 오는 10월부터 미국2공장에 용기면 고속라인을 추가해 현지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미국은 지난 2년간 농심 해외 매출의 중심축이었던 만큼 생산능력을 늘려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이 라인이 추가되면 연간 생산량은 8억5000만식에서 10억1000만식으로 약 20% 증가하게 된다. 농심 관계자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농심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라며 "미국을 넘어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