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② 사돈에게 맡긴 오뚜기 함영준 회장, 중간 성적표는 '글쎄'

곡산 2025. 9. 1. 07:42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② 사돈에게 맡긴 오뚜기 함영준 회장, 중간 성적표는 '글쎄'

  •  박재형 기자
  •  승인 2024.08.28 17:08

 

내수 불황과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사업 현황을 점검합니다.

오뚜기가 글로벌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미국과 베트남 사업장의 실적이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오뚜기

올해 초 ‘2028년 글로벌 매출 1조원’ 비전을 선포한 오뚜기가 상반기 해외 사업에서 외형 성장을 이루고도 웃지 못했다. 주력인 미국 사업장의 실적이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상반된 궤적을 그리며 부상한 베트남법인을 위안으로 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글로벌 물꼬를 트려면 미국 시장에 안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구원투수로 영입된 함영준 회장의 사돈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는 올 상반기 해외에서 165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17억원보다 2.6% 증가한 액수다. 국내를 포함한 전체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9% 늘어난 1조742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해외 시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5%로 동일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 강화에 몰두했다. 글로벌사업부를 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초대 본부장으로 함 회장의 사돈인 김경호 전 LG전자 BS유럽사업담당 부사장을 영입했다. 올 초에는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올 상반기 해외 매출이 신장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문제는 이면에 미국법인의 부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상반기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의 매출은 429억원으로 전년동기(528억원) 대비 18.8% 감소했고, 반기순이익 역시 19억원으로 전년동기(62억원)보다 69.0% 줄었다.  

미국은 오뚜기가 그리는 글로벌 비전의 핵심 기지다. 해외 계열사 12곳 중 8곳이 미국 소재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에만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 아래 종속회사 2곳을 새로 설립했다. 5월에는 함 회장의 장녀인 함연지 씨가 오뚜기아메리카에 입사하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전사 차원의 서포트가 무색하게 북미 사업의 부진을 만회한 곳은 베트남법인이다. 같은 기간 베트남 사업장은 매출이 전년동기(331억원) 대비 26.0% 증가한 418억원, 순이익은 전년동기(8억원) 대비 90.0% 늘어난 16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지탱했다. 1년 만에 두 사업장의 매출 차이는 197억원에서 11억원으로, 순이익은 54억원에서 3억원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오뚜기 미국 법인과 베트남 법인의 매출 및 순이익 비교 그래프. /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신규 계열사가 전체 북미법인의 수익성 악화를 야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가 지난해 새로 세운 회사는 △OTTOGI FOODS AMERICA INC(5월) △OA EQUIPMENT RENTAL LLC(10월) 등으로 각각 식품제조업과 임대업을 한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 본부장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농심과 삼양식품 등 경쟁사의 활약은 더욱 뼈아프다. 특히 올 상반기 삼양식품 미국법인인 삼양아메리카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25% 증가한 1억2700만달러(약 1697억원)에 달했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 역시 38.1%, 76.6%로 9.5%에 그친 오뚜기로서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오뚜기 관계자는 "미국법인의 실적악화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해외 전체적으로 볼 때는 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