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기후 위기 대응 식품 업계 ‘기후테크’ 도입 활발

곡산 2025. 7. 15. 07:09
기후 위기 대응 식품 업계 ‘기후테크’ 도입 활발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7.14 07:55

생존과 성장 위한 필수 과제…소비자도 지속 가능한 제품 선택
포장재 혁신 쓰레기 줄이고 폐페트병 재활용 앞장
식물성 단백질 환경 보호…CJ·풀무원 등 제품 개발
수직농장 식량난 해결책…정부 지원으로 해외 수출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닌, 식품업계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현실적 과제로 떠올랐다. 기온 상승과 물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이제 영양성분을 넘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한'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물 절약 기술, 식물성 단백질, 수직 농장 등 정보기술(ICT)과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기후테크'를 도입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혁신에 나서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한 식품업계가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물 절약, 친환경 포장, 수직농장 등 다방면의 기술 혁신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식품 생산의 가장 필수적인 자원인 '물'을 위협하고 있다. 가뭄 빈도 증가와 강수 패턴 변화로 농업용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식품업계는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타겟(Target)이 하우스 재배로 샐러드 채소의 물 사용량을 90% 줄이고, 캐나다 바이오스틸(Biosteel)이 스피루리나 같은 저수분 원료를 사용하는 등 기술과 원료 혁신이 활발하다. 또 캠벨(Campbell)의 고농축 소스처럼 제품 자체의 특성을 바꾸거나, 오제리 패밀리 베이커리(Ozery Family Bakery)가 공정 개선으로 물 사용량을 34% 감축하는 등 생산 방식의 변화를 통해 물 소비를 줄이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노력 또한 체계적이다. 오비맥주는 '3R(절감·재사용·재활용)' 전략을 기반으로 생산 효율을 높여 물 사용량 저감을 핵심 경영 목표로 삼고 있으며, 하이트진로 역시 폐수처리장의 고도화된 수처리 기술을 통해 용수를 재활용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생산 라인의 마지막 헹굼수를 다시 병의 예비 세척 용도로 사용하는 등 용수 재활용 시스템을 고도화했고, CJ제일제당은 식품을 가열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증기 응축수를 냉각수 등으로 재사용하여 버려지는 물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포장재 혁신은 쓰레기 감축을 넘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해외에서는 스페인의 보르헤스(Borges)가 올리브 오일 용기를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연간 143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일본의 아지노모토 조일(JOYL)은 참기름 용기를 종이팩으로 교체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70% 줄이고 제품 경량화를 통해 운송 시 탄소 배출까지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 또한 '탈플라스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흐름은 '무라벨' 혁신이다.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 등은 제품의 비닐 라벨을 없애 소비자의 분리배출을 돕고 고품질의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원료 자체를 바꾸는 시도도 활발하다. 폐페트병을 다시 식품 용기로 만드는 '보틀 투 보틀' 재활용 기술이 도입되는 한편, 매일유업처럼 사탕수수 유래 원료로 만든 '바이오 페트'를 적용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는 '포장 다이어트'도 업계 전반의 트렌드다. 동원F&B는 참치캔 뚜껑의 두께를 미세하게 줄이는 등 자원 소모와 운송 과정의 탄소 배출까지 고려한 노력이 다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은 환경 보호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가 식품 생산과 연관된 산업에서 발생하며, 이중 동물성 식량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식물성의 2배에 달한다. 식물성 식량은 동물성 식량에 비해 탄소 배출량뿐 아니라 물과 토지 사용량도 현저히 적다. 이에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두부, 템페, 병아리콩 등을 활용한 고단백 식물성 제품 출시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단백 식물성 제품 출시가 활발하다. 특히 풀무원의 '지구식단',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 CJ제일제당 '플랜테이블' 등은 단순히 건강을 넘어 '나와 지구를 위한 선택'이라는 ESG 가치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제품 소비가 곧 환경보호와 같은 가치 실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공략하고 있다.

 

기후, 온도, 토지 등 전통적인 농업의 제약에서 벗어난 '수직 농장(Vertical Farming)'이 미래 식량 위기의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직 농장은 통제된 실내 환경에서 다층 구조로 작물을 재배하는 식물 공장으로, 연중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세계 수직 농장 시장 규모는 2018년 22억3000만 달러에서 2028년 198억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탈리아의 '플래닛 팜스(Planet Farms)'는 수직 농장으로 재배한 바질을 사용해 페스토 소스를 만드는 등 오염 물질 걱정 없는 고품질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2018년 2500억 원에서 2028년 9230억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에서 먼저 그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안보에 민감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지역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작년 1억4307만 달러 규모의 수주에 성공하며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수직농장이 현행법상 농업 시설로 인정되지 않아 생기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중동 국가들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스마트팜 협력 기반을 마련하며 수출 기업에 대한 무역보험과 금융 지원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식품업계의 지속가능성 전환을 이끄는 가장 큰 동력으로, 이제는 식품을 선택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제품의 환경 영향을 점수화해 보여주는 '환경 라벨링' 제도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는 '탄소중립인증(Carbon Trust)' △환경 영향을 등급으로 표시하는 유럽의 '에코 스코어(Eco-Score)' △농약, 생물다양성, 기후 등을 평가하는 '플래닛 스코어(Planet Score)'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의 '하우굿(HowGood)'과 스위스의 '잇터니티 라벨(Eaternity Label)' 등 다양한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으며, 독일의 유기농 식품 브랜드 '알로스(Allos)'는 '플래닛 스코어'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는 식품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 개발과 대체 식품의 대중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 신뢰받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