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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식품 10대 뉴스] K-푸드 상승 가도에 기후플레이션·원가 상승 등 암초

곡산 2024. 12. 31. 07:38
[2024 식품 10대 뉴스] K-푸드 상승 가도에 기후플레이션·원가 상승 등 암초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12.30 07:55

올해 식품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기후플레이션’이다.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로 식품에 사용하는 주원료인 카카오, 원두, 밀, 대두, 원당 등 모든 원재료가 생산에 차질을 빚어 가격이 폭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더 큰 문제는 식량위기에 봉착한 각 국에서도 원료 수출 제한 등 봉쇄정치를 펼쳐 돈이 있어도 원료를 구입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됐다. 원료 수입 의존국인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져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일부 품목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K-푸드는 11월 말 현재 농식품 수출 누적액이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90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는 ‘K-푸드 열풍’을 이어갔다. 특히 ‘라면’의 활약이 눈부셨는데, 10월 현재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연간 12억 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식품기업 ‘3조 클럽’은 기존 7개사에서 10개사로 증가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국내에선 ‘제로’ 열풍이 거셌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자리 잡으며 주류, 음료 등을 중심으로 확산된 제로의 날개짓은 제과, 아이스크림 등까지 확산돼 모든 식품기업이 ‘더하기’에서 ‘빼기’로 R&D에 초점을 맞추는 변화를 일으켰다. 게다가 MZ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부상하며 식품업계도 이들을 위한 마케팅에 집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팝업스토어’다. MZ세대들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은 올해 내내 식품기업들의 다양한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며 MZ세대가 가장 중시하는 ‘공감’에 집중했다.

PB의 반란도 주목할 만하다. 장기간의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유통업계는 가성비를 갖춘 PB로 매출을 견인했다. PB 매출은 올해 NB와 비교해 여섯 배 성장세를 보이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슈링크플레이션’ 논란도 일었다. 규모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제품의 용량을 줄여 실질적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을 말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식약처는 내용량이 종전보다 감소한 식품의 경우 내용량을 변경한 날부터 3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제조·가공·소분·수입하는 제품의 내용량과 내용량 변경 사실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을 개정·고시했다.

푸드테크를 기반으로 한 대체식품의 공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세계 인구증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식량안보 문제,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 등으로 동물성단백질을 대체할 식품원료 및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식물성 대체식품이 찾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최근 동네 소규모 마트에서도 식물성 대체식품을 쉽게 구매가 가능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 등을 만들어 나눠 먹던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된 점도 올해 식품산업 주요 이슈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밥·김치와 함께 한국 식단의 핵심인 장을 정성껏 만드는 기술과 지혜는 물론 장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서 형성된 가족과 사회 공동체의 정신을 전승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본지는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식품산업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던 ‘2024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K-푸드 수출 100억 불 근접…라면·음료·쌀가공식품 등 다변화


11월말 기준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90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5개월 연속 성장세다.

수출 상위 품목인 라면, 과자류, 음료, 쌀가공식품 등은 모두 11월말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라면은 ‘너무 맵다’는 황당한 이유로 리콜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각 국의 견제에도 연간 수출액 10억 달러를 돌파한 라면은 11억4000만 달러가 수출돼 올해 12억 달러 달성을 눈 앞에 뒀고, 냉동김밥·즉석밥·떡볶이 등의 쌀가공식품은 미국·중국 등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되고 인기가 지속되면서 전년 보다 39.3% 상승한 2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라면 수출 일등공신인 삼양식품은 올해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기존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하던 것에서 중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해 글로벌 시장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기후 변화로 밀 등 생산량 감소…제반 비용까지 올라 삼중고


코로나19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밀가루, 쌀, 옥수수 등 곡물 및 설탕, 소금, 첨가물 등 원재료 값은 올해 절정에 달한 것은 물론 생산 차질 현상까지 더해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 유가 인상과 인건비,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제반비용까지 상승하며 식품업계는 올해 상황만 놓고 보면 ‘최악’이라는 말을 쉴새없이 되풀이했다.

특히 초콜릿류 제품의 주원료인 카카오는 기후변화에 따른 산지 피해로 생산량이 차질을 빚으며 2024년 12월 기준 평년 대비 245.6%, 전년 보다 127.0% 올랐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소한 분의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 압박을 버티고 있지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곳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원달러가 1439원(12월 17일 기준)까지 치솟으며 원활한 원재료 수입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식품 ‘3조 클럽’ 10곳으로…생산액 2년 연속 100조 돌파


매출 기준 식품기업 ‘3조 클럽’이 기존 7개사에서 10개사로 늘었다. 대내외적인 경치 침체와 불황 속에도 고물가 현상으로 가공식품 소비가 늘었고, 특히 K-푸드의 선전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오뚜기, 농심, SPC삼립, 롯데웰푸드에서 롯데칠성음료, CJ프레시웨이, 풀무원이 매출 3조 클럽에 추가했다. 올해는 중국을 중심으로 베트남·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며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오리온도 3조 클럽 진입이 유력해 보인다.

아울러 작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액은 108조48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2년 연속 100조 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작년 국내 총생산(GDP) 2236조3294억 원의 4.9%이며 546조6640억 원을 기록한 제조업 GDP의 19.8%를 차지한다.


원가 압박에 제품 용량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


기후 변화로 식품에 사용하는 원재료 값이 폭등으로 원가 압박이 거세졌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까지 더해지자 식품업계는 자구책으로 제품의 용량을 줄여 실질적 가격 인상을 하는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식품의 내용량이 변경됐을 경우 그 정보를 포장재에 반드시 명시해야한다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을 개정·고시했다.

이에 업계는 경고만으로도 충분히 업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인데, 강제성을 띠는 것은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제한한다면 결국 제품의 질적 하락을 막기 힘들 것이며,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계에서도 가격을 강제로 고정시키는 것은 업계의 꼼수를 조장하는 격이라며, 이번 정부 조치는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체식품 등 푸드테크 유망 산업…정부도 적극 육성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인구 증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식량 생산과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데,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푸드테크다.

푸드테크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대체식품’이다. 특히 올해는 대기업을 필두로 제품이 개발되던 것에서 중소기업도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기존 육류 중심에서 우유, 커피 등 다양한 품목에서 개발이 진행됐다.

물론 국내 대체식품산업은 생태계 형성 초기단계로,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력이나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최소 4~5년가량 뒤떨어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2050년까지 식물성 식품, 세포배양식품, 곤충 원료 식품 소비를 1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더해지며 국내 대체식품 시장 성장세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팝업 스토어’ MZ세대와 소통의 장…저비용·고효율 마케팅


올해 식품업계 마케팅의 가장 큰 변화는 ‘소통’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팝업스토어’가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현장에서 직접 상품을 만져보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온라인에선 할 수 없었던 부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만족을 하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큰 장점은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의 형성이다. 신제품이나 강조하고 싶은 제품을 소비자들과의 접점 기회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의견을 통해 개선할 점이 발견되면 보완 작업을 거쳐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방문한 사람들이 SNS를 통해 글과 사진을 올려 사실상 소비자가 홍보를 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와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서 ‘팝업스토어’ 마케팅은 이제 식품업계 대표 마케팅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제로 열풍’ 헬시 플레저 트렌드 부합 제과·빙과 등 확산


올해 식품업계 가장 큰 트렌드는 ‘제로’다. 코로나 19 이후 불기 시작한 미풍은 어느새 광풍으로 번졌다. 주류, 음료 등을 중심으로 시작한 나비의 날개짓은 제과, 아이스크림 등까지 확산됐다.

가장 활발한 곳은 롯데웰푸드다.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를 론칭한 롯데웰푸드는 국내 빙과업계 최초로 제로 칼로리 아이스크림 ‘죠스바 0kcal’ ‘스크류바 0kcal’ ‘씨없는 수박바 0kcal’ ‘조·크·박 삼총사’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올해 출시된 모든 빙과류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 열풍의 핵심은 맛에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대체제(감미료)를 사용했지만 기존 제품의 맛을 유지하고 건강함을 고려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

업계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앞으로도 더욱 지속될 것으로 보고, 보다 다양한 품목으로 제로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위고비 영향 ‘혈당 관리’ 건기식 다이어트족까지 잡아


올해 건기식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능성은 ‘혈당 관리’다. 젊은 당뇨 환자들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성층에서 유독 인기를 끌었따.

특히 ‘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위고비의 등장이 크게 작용했는데,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유사체로 불리는 이 약물은 췌장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감소시켜 혈당을 낮춘다. 이와 동시에 음식물 처리 속도를 늦추고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며, 복합적으로 혈당과 체중 조절에 기여한다는 것. 혈당관리에 중점을 둔 식사와 운동법으로 혈당을 조절하며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혈당 다이어트’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에 따라 국내 혈당관리 건기식 매출은 2021년 390억 원에서 작년 585억 원 규모로 커졌으며 올해는 700억 원대까지 증가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장 담그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번째 등재


콩을 발효해 된장과 간장 등을 만들어 나눠 먹던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한국 전통 음식문화로는 2013년 ‘김장문화’에 이어 두 번째 쾌거다.

정식 명칭은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영문 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ated to jang-making in the Republic of Korea)’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밥·김치와 함께 한국 식단의 핵심인 장을 정성껏 만드는 기술과 지혜는 물론 장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에서 형성된 가족과 사회 공동체의 정신을 전승해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등재를 계기로 한국 전통 장류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전통 장류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건강을 중시하는 글로벌 미식 트렌드에 부합하는 발효식품으로서 단순한 음식 재료가 아닌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를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 좋은 PB 식품 NB 대비 6배 성장


장기간의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유통업계는 가성비 있는 자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제품으로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식품업계 신제품이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유통업체는 가성비·초저가 PB를 앞세워 최근 1년 동안 NB 보다 6배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중에서도 국‧탕‧찌개류 매출의 절반이 PB에서 창출됐다.

유통업계는 유통 과정을 최소화해 가격을 낮춘 PB들이 불황 속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제품군을 확대해 매출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이마트는 PB인 ‘노브랜드’ ‘피코크’ 제품을 늘리고, 롯데마트와 슈퍼는 ‘오늘좋은’과 ‘요리하다’의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며, 작년에만 3개의 PB를 통해 700여 개 신제품을 내놓은 홈플러스도 제품군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