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동물복지, 식품 ESG 성과 지표로 활용 추세…업계-정부 협력 필요

곡산 2024. 12. 26. 20:52
동물복지, 식품 ESG 성과 지표로 활용 추세…업계-정부 협력 필요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12.26 07:55

150대 글로벌 식품 기업 87% 농장 정책 수립
비용 높아 국내 산란계 25%-돼지 0.4%만 인증
서울대 내년 연구소 설립 산·학·관 허브 역할
‘동물복지 연구회 포럼’서 천명선 교수 발표

K-푸드가 전 세계 식품시장에서 호감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가들과의 통상 조약에선 ‘동물복지’에 대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국내 농수축산계와 식품업계도 관련 사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동물복지’는 동물의 신체적·정신적 안녕을 보장하고 동물의 본래 습성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사회적 처우로, 이와 관련된 국가 정책은 곧 한 국가의 윤리적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판단할 수 있다. 사회가 동물을 이용함에 있어 윤리적인 책임을 가지고 동물이 필요로 하는 기본조건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제도는 단순한 동물에 대한 처우 개선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개선 또한 가져온다. 동물복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농장에서는 동물이 스트레스에 노출될 확률이 낮고, 동물의 건강을 유지하기 쉽고, 결과적으로 식품 안전성도 높아진다. 또한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축산 노동자의 직업만족도가 높아지고 업무 스트레스도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조사된 바 있다.

풀무원은 17일 서울 강남 토즈타워점에서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해 새로운 동물복지 방향성을 모색하는 '동물복지 연구회 포럼 2024'를 개최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17일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을 위한 동물복지 연구회 포럼’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는 ‘농장동물 복지의 사회경제적 의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동물복지는 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처우 외에도 산업 측면에서도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특히 농장동물은 축산업과 식품산업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으므로 그들의 동물복지가 가지는 사회경제적 의미가 더욱 크지만 농가의 비용 부담과 홍보 부족으로 참여 농장의 비중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과 지식 증가로 인한 시민의 동물복지 정책 요구가 증가하고 다양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20년간 동물복지 관련 언론의 기사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고 있으며, 동물복지의 의미와 가치에 있어서도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음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천 교수는 설명했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의 설문에 따르면 90% 이상의 시민이 공장식 밀집사육 등 농장동물 복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89.6%가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을 구매할 의향이 있으며, 85.5%가 동물복지 친화제품에 대해 추가지불 의향 또한 있다고 답했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최근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은 가격은 더 비싸지만 더 건강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증 축산물의 가격은 달걀의 경우 일반 달걀보다 1.5배 정도 더 높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축산은 미흡한 수준이다. 산란계 농장의 25.5%, 돼지농장의 0.4%만이 관련 인증을 받았다.

시장에서도 점차 동물복지를 고려한 축산업과 식품산업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칼 아이칸(Carl Icahn) 같은 세계적인 투자자나 카너 블루 캐피털 등 다수의 투자회사가 동물복지와 관련된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또 비영리단체인 농장동물복지 비즈니스 벤치마크(The Business Benchmark on Farm Animal Welfare)는 동물복지를 개선하려 노력 중인 글로벌 기업들의 순위를 공개해 ESG성과지표의 한 맥락으로 이용 중이다. 이에 따르면 150대 글로벌 식품기업들 중 87%가 농장동물복지에 대한 회사 차원에서의 정책을 가지고 있다.

천 교수는 “국가, 시장, 시민 사회의 세 가지 제도적 영역으로 구분되는 사회적 모델에서 시장을 통해 달성되는 보다 ‘동물 친화’적인 미래는 사회 이해관계자들의 상당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현 국내 동물복지 정책이 반려동물 중심으로 진행된 점이 아쉽다”면서 “동물복지 농장의 기준은 시설의 초기 비용이 높은 탓에 농가들의 저항이 강하다. 아울러 경제성과 가치를 모두 실현할 농장동물의 복지를 연구하는 전문가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래의 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동물복지 축산에 대한 산업계와 정부의 협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상윤 풀무원기술원 원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동물복지 연구회 포럼 참석자들이 포럼이 끝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내년 서울대학교 주관으로 동물복지 연구소 설립을 추진할 예정으로 풀무원 등 업계에서도 이에 동참한다. (사진=식품음료신문)

한편 서울대학교가 주최하고 풀무원 등 9개 기업(기관)이 후원한 이번 포럼은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농장동물 동물복지의 미래와 방향성’을 주제로 동물복지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반려동물에 비해 비교적 관심이 낮았던 농장동물의 복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국내외 동물복지 제도와 연구의 최신 동향과 실천 사례를 공유,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새로운 동물복지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학계, 지자체, 농·축산업계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천명선 서울대학교 교수, 윤진현 전남대학교 교수, 전중환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관, 강주원 선진 박사가 강연자로 참여해 국내외 동물복지 연구 현황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포럼에선 내년에 서울대학교 주관으로 추진 예정인 동물복지 연구소 설립 계획도 공표됐다. 동물복지 연구소는 축산업계와 학계, 정부 및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한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과 기술 혁신, 국내외 동물복지 정책 연구와 제도 개선, 농가 지원 방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풀무원을 포함한 국내 동물복지 산업계에서도 연구소 설립에 동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