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직전에 나와 국민과 함께해온 '칠성사이다'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등록 2023.08.20 07:00:00
칠성사이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가 올해로 73주년을 맞았다. 지난 7월 말 기준 누적판매량은 250㎖캔으로 환산했을 때 360억캔을 넘는다. 전 세계 인구인 약 80억4500만명의 4배를 넘는 수다.
이 캔(개당 높이 13.3㎝)을 쌓은 길이는 지구(둘레 약 4만㎞) 120바퀴를 넘는다. 지구와 달 사이(38만㎞)를 6번 왕복할 수 있고, 롯데월드타워(555m) 880만개를 쌓은 높이에 달한다.
단일품목으로 연간 4000억원대 매출과 약 6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칠성사이다는 오랜 세월 '민족 음료'로 자리를 지켜왔다.
단어 '사이다(Cider)'는 서구에서 사과주를 가리킨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투명한 무알코올 탄산 음료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칠성사이다의 등장은 1945년 광복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사이다 시장엔 서울의 '서울사이다'와 부산의 '동방사이다', 대구의 '삼성사이다' 등 크고 작은 상표가 난립했다.
평양 강생회(현 홍익회)의 대표이자 빵·사이다 등을 팔던 최금덕 씨는 함께 일했던 장계량 씨와 모피를 들고 1947년 남쪽 땅을 밟았다.
이들은 일본에서 청량음료학을 공부하고 광복 전까지 평양의 유명 음료 제조업체였던 금강사이다의 공장장으로 재직했던 박운석 씨를 만났다.
최 씨와 박 씨는 공장을 차려 청량음료를 팔기로 의기투합하고 1948년 경기 수원시 매산동에 '금강청량음료공업사'를 설립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이들은 다른 새 사업 파트너를 합류시켜 7명이 주주가 돼 1949년 12월 15일 오늘날 롯데칠성음료의 전신인 '동방청량음료합명회사'를 세웠다.
칠성사이다가 처음 출시 된 것은 6.25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50년 5월 9일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성씨가 만났다는 점에 착안해 '칠성(七姓)'이라는 제품명을 쓰려 했지만, 회사의 영원한 번영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별을 뜻하는 성(星)자를 넣어 '칠성(七星)'으로 결정했다.
칠성사이다의 탄생을 기념해 회사 창립기념일 역시 1950년 5월 9일로 정했다.
칠성사이다는 전쟁으로 경쟁음료들이 생산을 중단할 때도 살아남아 전후세대의 애환과 갈증을 달래줬다.
그 후 칠성사이다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은 '한미식품공업(1967)' '칠성한미음료주식회사(1973)'를 거쳐 현재 '롯데칠성음료'로 여러 번 바뀌었지만, 칠성사이다의 정체성만은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하면서 칠성사이다는 중장년층부터 MZ세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추억을 공유한다.
중장년층에겐 소풍날 마시는 음료로 김밥, 삶은 계란과 함께 '소풍삼합'이라고 불렸다. MZ세대는 갑갑한 상황이 통쾌하게 풀릴 때 '사이다'라는 단어를 쓴다.
칠성사이다의 장수 비결론 맛이 꼽힌다. 칠성사이다는 고도의 수처리 기술로 정제한 물을 원료로 쓰는데 이 과정에서 미생물 살균과 물속 공기 제거, 거품 방지를 위한 탈기 과정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또 레몬과 라임 등 시트러스류 과일에서 추출한 천연향만 사용하고, 이를 집중 관리·배합해 특유의 탁월한 향미를 낸다. 이에 더해 합성향료와 합성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제조 원칙도 오랜 세월 지켜오고 있다.
실제로 최초의 칠성사이다는 현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원료를 첨가하면 맛이 바뀔 수 있어 성분 변화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생산 설비를 고도화하고 원재료 관리와 유통 구조 등을 개선해 품질 안정성을 높였다.
대신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혔다.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칠성사이다 스트롱'을 출시했다. 탄산음료를 선택하는 기준을 맛을 넘어 탄산 강도로 넓힌 것이다.
2021년엔 '칠성사이다 제로'를 출시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고유의 맛과 향은 유지하면서 칼로리를 뺀 '칠성사이다 제로'를 선보인 것이다.
2022년 3월엔 식이섬유와 기능성 성분인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을 함유하고 칼로리는 낮춘 '칠성사이다 플러스'를 공개했다.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겠다는 칠성사이다의 의지를 담은 제품이다. 올해 6월엔 천연라임향을 추가한 '칠성사이다 블루라임(Blue Lime)'을 선보였다.
칠성사이다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펼친 다양한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후반 난방 설비를 갖춘 아파트가 보급될 때 롯데칠성음료는 '겨울에 마시는 칠성사이다 역시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겨울철 비수기에도 시장확대 캠페인을 펼쳤다.
1981년 국내에 처음 컬러 TV가 방영됐을 땐 '모든 것이 컬러화하고 있지만 음료는 역시 맑고 투명한 칠성사이다가 좋습니다'라는 광고로 사회환경 변화에 대응했다.
1980년대 말엔 현재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1992년엔 소설가 김주영의 '백두산 천지' 광고를 진행하면서 국내 TV광고 중 처음으로 백두산 현지를 촬영했다.
"어느 것이 하늘빛이고, 어느 것이 물빛인가"로 시작하는 광고 카피는 칠성사이다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1995년엔 광복 50주년을 맞아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협업한 광고를 총 2편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엔 칠성사이다의 모델로 배우 정해인을 선정하고 '칠성사이다 제로' 광고를 공개했다.
배우 정해인을 모델로 한 광고는 '없어도 되는 건 빼고 살자'는 콘셉트를 통해 일상에서 느끼는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에서 벗어나 시원하게 청량감을 경험하는 순간인 '제로 모멘트(ZERO MOMENT)'를 담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대표 탄산음료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신규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고 제품군 확대, 스페셜 패키지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캔(개당 높이 13.3㎝)을 쌓은 길이는 지구(둘레 약 4만㎞) 120바퀴를 넘는다. 지구와 달 사이(38만㎞)를 6번 왕복할 수 있고, 롯데월드타워(555m) 880만개를 쌓은 높이에 달한다.
단일품목으로 연간 4000억원대 매출과 약 6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칠성사이다는 오랜 세월 '민족 음료'로 자리를 지켜왔다.
단어 '사이다(Cider)'는 서구에서 사과주를 가리킨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투명한 무알코올 탄산 음료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칠성사이다의 등장은 1945년 광복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사이다 시장엔 서울의 '서울사이다'와 부산의 '동방사이다', 대구의 '삼성사이다' 등 크고 작은 상표가 난립했다.
평양 강생회(현 홍익회)의 대표이자 빵·사이다 등을 팔던 최금덕 씨는 함께 일했던 장계량 씨와 모피를 들고 1947년 남쪽 땅을 밟았다.
이들은 일본에서 청량음료학을 공부하고 광복 전까지 평양의 유명 음료 제조업체였던 금강사이다의 공장장으로 재직했던 박운석 씨를 만났다.
최 씨와 박 씨는 공장을 차려 청량음료를 팔기로 의기투합하고 1948년 경기 수원시 매산동에 '금강청량음료공업사'를 설립했지만 실패를 맛봤다.
이들은 다른 새 사업 파트너를 합류시켜 7명이 주주가 돼 1949년 12월 15일 오늘날 롯데칠성음료의 전신인 '동방청량음료합명회사'를 세웠다.
1967년 생산된 칠성사이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칠성사이다가 처음 출시 된 것은 6.25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50년 5월 9일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성씨가 만났다는 점에 착안해 '칠성(七姓)'이라는 제품명을 쓰려 했지만, 회사의 영원한 번영을 다짐하는 의미에서 별을 뜻하는 성(星)자를 넣어 '칠성(七星)'으로 결정했다.
칠성사이다의 탄생을 기념해 회사 창립기념일 역시 1950년 5월 9일로 정했다.
칠성사이다는 전쟁으로 경쟁음료들이 생산을 중단할 때도 살아남아 전후세대의 애환과 갈증을 달래줬다.
그 후 칠성사이다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은 '한미식품공업(1967)' '칠성한미음료주식회사(1973)'를 거쳐 현재 '롯데칠성음료'로 여러 번 바뀌었지만, 칠성사이다의 정체성만은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하면서 칠성사이다는 중장년층부터 MZ세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추억을 공유한다.
중장년층에겐 소풍날 마시는 음료로 김밥, 삶은 계란과 함께 '소풍삼합'이라고 불렸다. MZ세대는 갑갑한 상황이 통쾌하게 풀릴 때 '사이다'라는 단어를 쓴다.
칠성사이다의 장수 비결론 맛이 꼽힌다. 칠성사이다는 고도의 수처리 기술로 정제한 물을 원료로 쓰는데 이 과정에서 미생물 살균과 물속 공기 제거, 거품 방지를 위한 탈기 과정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또 레몬과 라임 등 시트러스류 과일에서 추출한 천연향만 사용하고, 이를 집중 관리·배합해 특유의 탁월한 향미를 낸다. 이에 더해 합성향료와 합성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제조 원칙도 오랜 세월 지켜오고 있다.
실제로 최초의 칠성사이다는 현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다른 원료를 첨가하면 맛이 바뀔 수 있어 성분 변화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생산 설비를 고도화하고 원재료 관리와 유통 구조 등을 개선해 품질 안정성을 높였다.
칠성사이다 생산라인.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신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혔다. 롯데칠성음료는 2017년 '칠성사이다 스트롱'을 출시했다. 탄산음료를 선택하는 기준을 맛을 넘어 탄산 강도로 넓힌 것이다.
2021년엔 '칠성사이다 제로'를 출시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고유의 맛과 향은 유지하면서 칼로리를 뺀 '칠성사이다 제로'를 선보인 것이다.
2022년 3월엔 식이섬유와 기능성 성분인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을 함유하고 칼로리는 낮춘 '칠성사이다 플러스'를 공개했다.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겠다는 칠성사이다의 의지를 담은 제품이다. 올해 6월엔 천연라임향을 추가한 '칠성사이다 블루라임(Blue Lime)'을 선보였다.
칠성사이다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펼친 다양한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후반 난방 설비를 갖춘 아파트가 보급될 때 롯데칠성음료는 '겨울에 마시는 칠성사이다 역시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겨울철 비수기에도 시장확대 캠페인을 펼쳤다.
1981년 국내에 처음 컬러 TV가 방영됐을 땐 '모든 것이 컬러화하고 있지만 음료는 역시 맑고 투명한 칠성사이다가 좋습니다'라는 광고로 사회환경 변화에 대응했다.
1980년대 말엔 현재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칠성사이다 빈티지 패키지.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2년엔 소설가 김주영의 '백두산 천지' 광고를 진행하면서 국내 TV광고 중 처음으로 백두산 현지를 촬영했다.
"어느 것이 하늘빛이고, 어느 것이 물빛인가"로 시작하는 광고 카피는 칠성사이다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1995년엔 광복 50주년을 맞아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협업한 광고를 총 2편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엔 칠성사이다의 모델로 배우 정해인을 선정하고 '칠성사이다 제로' 광고를 공개했다.
배우 정해인을 모델로 한 광고는 '없어도 되는 건 빼고 살자'는 콘셉트를 통해 일상에서 느끼는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에서 벗어나 시원하게 청량감을 경험하는 순간인 '제로 모멘트(ZERO MOMENT)'를 담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대표 탄산음료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신규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고 제품군 확대, 스페셜 패키지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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