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韓대표 용기면 '농심 육개장 사발면'…얇고 쫄깃한 면발에 인기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곡산 2023. 10. 5. 21:08

韓대표 용기면 '농심 육개장 사발면'…얇고 쫄깃한 면발에 인기 [장수브랜드 탄생비화]

등록 2023.08.06 07:30:00

육개장 사발면.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국내 대표 용기면 제품 중 하나로 꼽히는 농심 육개장사발면은 1982년 출시됐다. 당시 국내엔 용기면 시장이 없었다. 소비자들도 역시 그릇에 담아 판매하는 라면 제품을 생소하게 생각했다.

반면 일본에선 1971년 첫 용기면 제품을 시작으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1970년대 초반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600달러 수준이었다.

1980년대 초반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700달러로 일본과 비슷했고, 라면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농심은 이런 변화를 파악하고 한국에서도 용기면에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오랜 연구 끝에 1982년 11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육개장 맛을 기본으로 한 농심 최초의 용기면 육개장사발면을 출시했다.

'미원' '스카치 테이프' 등 특정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제품군 전체를 아우르는 사례가 드물게 있는데 농심의 육개장 사발면 역시 이에 해당한다.

사발면은 농심이 개발한 용기면의 형태이자 브랜드명이지만, 국내 시장에선 용기면을 가리키는 단어로도 쓰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용기면 명칭은 주로 '~컵'의 형태로 짓는다. 용기 형태가 종이컵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심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국사발' 모양을 그대로 본 떠 '사발면'이라는 한국적인 제품을 출시해 거부감을 없앴다.

손에 들고 먹는 음식이라기 보단 상 위에 놓고 먹을 수 있는 '사발'에 주안점을 둬 한국적인 요소를 살린 것이 시장 정착의 비결이었다.

육개장 사발면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라면으로 지정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경기장에서 육개장 사발면을 먹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TV에 비춰지면서 육개장사발면이 우리나라의 대표 식품으로 각인된 것이다.

실제 서울올림픽 당시 미국 NBC 관계자들은 육개장 사발면을 자국의 햄버거에 견줄 제품이라고도 소개하기도 했다.

육개장 사발면 초창기 패키지. (사진=농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육개장 사발면은 국제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TV에 자주 비춰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야외에서나 가정에서 손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입소문을 탄 육개장사발면은 국내 용기면 시장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쫄깃하고 얇은 면발과 특유의 얼큰하고 개운한 국물도 육개장만의 특징으로 꼽힌다. 소용돌이 맛살은 특유의 맛을 더할 뿐만 아니라 트레이드 마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농심은 육개장 사발면의 면을 개발하기 위해 당시 다양한 원재료를 바꿔가며 실험했다. 봉지면보다 빨리 익되 퍼지지 않고 국물과 잘 어울리는 면을 만들기 위해 농심의 연구원들은 수개월간 면 연구에만 몰두했다.

국물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고기 육개장으로 정했다. 얼큰한 육개장을 농심만의 독창적인 맛으로 대중화한 것이 장수 비결로 꼽힌다.

육개장 사발면의 진하고 얼큰한 국물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고 있으며, 김밥 등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은 육개장사발면의 인기에 힘입어 중량을 기존 86g에서 110g으로 늘린 육개장 큰사발을 1995년에 선보였다. 2014년에는 육개장 사발면의 맛을 그대로 살린 봉지라면 육개장 라면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육개장 사발면의 인기포인트는 '가성비'에 있다. 시중 컵면과 가격대가 비슷하지만 양은 더 많고 맛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평가다. 면이 얇아 조리시간이 짧고 국물이 잘 베는 것도 특징이다.

농심에 따르면 육개장 사발면은 1982년 출시 이후 2011년 용기면 시장 1위에 오른 이래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2022년엔 12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용기면으로는 유일하게 연간 1000억원을 기록하는 메가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육개장 사발면은 이제 해외를 향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아메리칸 사모아'에선 2022년 농심 육개장 사발면의 매출이 한화 약 21억8000만원에 달했다. 판매 개수로는 약 300만개에 이른다.

2020년 기준 인구 5만5000명을 보유한 아메리칸 사모아는 연간 1인당 54.5개 육개장사발면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리칸 사모아는 생산 시설이 부족해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던 현지인들이 1990년대 초 원양어선을 타던 한국인들에 의해 용기면 제품을 육개장 사발면으로 처음 접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유사 경쟁 제품이 판매됐지만 아메리칸 사모아의 가장 대표적인 라면으로 육개장 사발면이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