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3.06.02 15:15
피부 서식 미생물 생태계, 표피 건강과 직결…혁신 예상
장 건강 제품 뷰티 산업과 접목…‘유바이오틱스’주목
노령 인구에 맞춤형 솔루션 제공하는‘정밀영양’중요
대체 단백질 등 생산하는 정밀발효 기술 성장 잠재력
국산 패키징 디자인 좋으나 과대 포장…친환경 안 맞아
최근 미용 건기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장 마이크로바이옴’에 이어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이 앞으로 크게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9~1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럽 최대 건기식 전시회인 비타푸드 유럽(Vitafoods Europe)이 개최됐다. 올해 전시회는 57개국 1060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한국과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11개국이 국가관을 구성했다. 국내에서는 22개 사가 참여해 오메가3 와 알레르기 면역강화제,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당대체제, 효소, 기능성 원료 등을 홍보했다.
특히 건강과 노화, 영양 등을 주제로 열린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최근 건강과 미용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이 앞으로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또 건강한 노화를 위한 정밀영양과 대체식품이 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정밀 발효에 대한 개념도 함께 소개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편, 전시회를 참관한 코트라 취리히무역관에 따르면 한국관을 찾은 유럽 바이어들은 ‘패키징’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대부분 한국 기업 제품의 패키징은 디자인 측면에선 세련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포장 소재가 플라스틱이거나 여러 겹으로 포장된 경우가 많아 유럽 시장 트렌드인 친환경, 제로웨이스트와 벗어난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무역관은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관리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에 국내기업은 과대포장을 지양하고 재활용이 쉬운 소재로 패키징을 변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패키징에 효능을 강조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업체 종사자만큼 성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마케팅 시 성분 자체보다는 효능을 강조하는데, 패키징에 효능을 명시적으로 강조하다 보면 수출 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 대부분 나라에서는 시장 유통 이전에 식품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패키징에 효능이 강조되면 이와 관련된 입증 서류를 현지 언어로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미리 인지해 임상 연구 결과 서류를 갖추거나 비용 및 시간적인 문제로 준비가 어려운 경우 패키징 문구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무역관은 조언했다.
● 강조되는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비타푸드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선 유로모니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마그다 스타울라는 비타푸드 참가업체 중 뷰티 연관 성분에 특화된 기업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장 건강 붐만큼이나 많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은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생태계를 가리키며, 업계에서 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미생물 군집의 구성과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이 궁극적인 피부 건강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피부에 건강한 미생물 군집이 존재하면 흔히 광고에서 볼 수 있는 피부 장벽 강화, 염증 억제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가장 유행하는 성분은 수년 동안 이미 시장에서 유통된 ‘콜라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로즈메리 추출물, 심지어 토마토 추출물과 같은 특정 식물 추출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피부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지방산인 세라마이드도 실제 제품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무역관이 인터뷰한 모 기업 관계자도 수년 전부터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는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등 장 건강 제품 또한 뷰티 산업과 접목되고 있으며, 피부 분야에 적용한 유바이오틱스 제품이 주목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마그다 수석 애널리스트는 뷰티영양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은 아태지역이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불가리아,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시장과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위주의 서유럽에서도 큰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 정밀영양과 정밀 발효
네슬레의 데이터과학 및 정밀영양 대표인 필립 구트는 동 콘퍼런스에서 현재 인구구조는 5세 미만의 아이들 수보다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더 많다면서, 건강한 노화를 꿈꾸는 연령대를 타깃팅한 정밀영양 관련 제품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밀영양이란, 개개인의 생체 구조에 맞는 영양소의 조합에서부터 소비자가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정밀영양 분야에서는 개인의 생체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혈액검사나 대변 샘플 채취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해 사용자들이 아직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필립 대표는 관련 기술이 계속 발달하고 있기에 정밀영양의 진입장벽은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 수면링, 설문지 기능을 이용한 모바일 앱과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하면 가격 부담도 덜고, 접근성 또한 훨씬 좋아지리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민텔의 전문 영양 총괄자인 릭 밀러는 ‘정밀 발효’에 대해 설명했다. 정밀영양이 개인의 유전체, 생체 구조,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한 맞춤형 영양 솔루션을 제공하는 ‘접근 방식’을 뜻한다면, 정밀 발효는 정확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식품 등을 생산하는 ‘생산 기술’을 가리킨다.
대체육을 포함한 대체 단백질 제품, 기능성 식품, 유전자 조작 없는 천연 식품 등이 정밀 발효 기술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 정밀 발효 방식은 전통적인 농·축산업 대비 자원 소모가 적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또 정밀영양에서는 노인 인구를 예시로 들었지만, 정밀 발효에서는 유아용 조제분유를 예로 들며 이 기술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다. 최근 젊은 소비자층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낀 세대로 분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모유라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대안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모유 수유가 불가한 부모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물성 분유를 선택할 것인지, 식물성 분유를 선택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한데, 연사는 가까운 시일 내 정밀 발효를 통해 동물성 및 식물 성분 모두를 배제하고 기후변화에도 중립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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