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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인식개선과 가격경쟁력 확보 과제, 간판기업 비욘드미트도 ‘휘청’

곡산 2022. 8. 22. 07:08
기업과산업
대체육 인식개선과 가격경쟁력 확보 과제, 간판기업 비욘드미트도 ‘휘청’
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 | 입력 : 2022-08-21 17:15:25
[비즈니스포스트] 식물성 대체육의 선두주자인 미국 비욘드미트가 휘청이면서 세계 식물성 대체육시장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최근 대체육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비욘드미트의 뒤를 밟지 않기 위해서는 대체육을 향한 소비자 인식 개선과 가격 경쟁력 확보 등에 힘을 쏟아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증권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비욘드미트의 성장성을 두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비욘드미트가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인력 감축 계획을 내놓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욘드미트는 2022년 2분기 매출 1억4700만 달러(약 1964억 원)를 거뒀다. 이는 1년 전 2분기보다 1.6% 감소한 것으로 시장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인 1억4920만 달러(약 1993억 원)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비욘드미트 스스로도 올해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매출 예상치를 기존 5억6천만~6억2천만 달러(약 7482억~8283억 원)에서 4억7천만~5억2천만 달러(약 6279억~6947억 원)로 낮춰잡았다. 

전체 인력의 약 4%인 40명을 해고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인력 감축 계획도 내놨다. 

미국 투자 리서치업체인 뉴컨스트럭츠는 비욘드미트가 비용을 줄이지 않는다면 파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욘드미트 주가가 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좀비 주식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비욘드미트는 2009년 설립돼 2012년부터 대체육 제품을 출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체육시장인 미국에서 식물성 대체육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19년 미국증시에 상장할 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 투자한다는 소식에 큰 관심을 얻기도 했다. 

비욘드미트 시가총액은 2019년 7월에는 149억 달러(약 18조 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9억 달러(약 2조480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잘 나가던 비욘드미트의 전망에 먹구름이 낀 이유를 두고 식물성 대체육이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시선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체육시장은 세계 인구 증가에 따른 육류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있으며 동물권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식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에도 대체육에 대한 선호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은 데다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7월 비욘드미트와 함께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버거인 ‘맥플랜트’의 시범 판매를 중단했다. 맥플랜트의 판매량이 기대보다 저조한 데 따른 것이다. 

맥도날드뿐만 아니다. KFC와 타코벨, 피자헛 등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전문점들은 대체육 제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메뉴를 내놓은 곳은 없다. 비욘드미트가 펩시코와 함께 올해 초 선보인 육포 제품도 판매도 부진했다.

글로벌 물가상승(인플레이션)도 비욘드미트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은 일반 고기와 비교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있는데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일반 고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에단 브라운 비욘드미트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프리미엄이 붙는 식물성 대체육 제품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욘드미트가 주력 제품인 버거와 소시지를 넘어서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유통채널 개척을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추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국내 대체육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드는 등 점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신세계푸드를 비롯해 CJ제일제당, 롯데푸드(현재 롯데제과) 등 대기업 식품계열사들을 비롯해 농심, 오뚜기, 풀무원 등 식품기업들은 식물성 대체육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캔 햄과 콜드컷(햄을 얇게 썬 제품)을 내놨으며 CJ제일제당은 식물성 대체육이 포함된 만두, 주먹밥, 떡갈비, 함박스테이크를 출시했다. 

롯데제과와 합병된 롯데푸드는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너겟, 돈까스 등을, 농심은 식물선 냉동식품, 즉석 편의식품, 소스, 치즈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식물성 대체육 제품들 또한 일반 고기로 만들어진 제품들과 비교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있다. 

아직까지 식물성 대체육이라고 하면 ‘콩고기’를 떠올리면서 거부감이 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여야하는 일도 넘어야하는 산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육 가격은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낮아질 것이다”며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대체육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 제조법 등도 함께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21년 3월 내놓은 ‘글로벌 대체육식품시장 현황’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대체육시장은 2019년 약 47억 달러 규모(약 6조1593억 원)인데 이 가운데 미국이 10억 달러(1조3천억 원)으로 2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 1위다. 

국내 대체육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1740만 달러로(227억 원) 세계에서 38번째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