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및 결산

[2020결산/2021전망] 유업계, 경영 환경 악화…매출 소폭 증가 속 영업이익 감소

곡산 2021. 1. 13. 07:30

[2020결산/2021전망] 유업계, 경영 환경 악화…매출 소폭 증가 속 영업이익 감소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1.13 01:50

저출산·고령화에 학교 우유급식 파행…멸균유 수입은 대폭 증가
컵커피·간편식·단백질 보충제 등 다각화 병행 온라인 유통 확대
동원F&B·빙그레 선방…일동후디스 ‘하이뮨’ 30% 성장 눈길

작년 낙농·유업계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상황이었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와 FTA 등으로 국산 원유 사용이 줄어드는 가운데 코로나19로 학교우유급식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원유수급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 경영악화가 가속화될 위기에 놓인 유업체들은 원유계약량 감축에 더불어 가격 출혈경쟁에 돌입했다. 실제로 작년 원유생산량은 전년 대비 1.8~2.0% 늘어난 208만5000~209만톤, 상반기 일평균 원유생산량은 5896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2.1%가 증가했으나, 일평균 원유사용량은 0.2%가 줄어든 5238톤에 그쳤다. 게다가 분유재고량 또한 9월 기준 1만902톤으로 4월 이후 1만톤 이상을 유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학교우유급식의 운영 불가로 경영악화의 위기를 맞은 유업체들은 치열한 가격 출혈 경쟁을 치루는 한편 건기식, 간편식 등 신사업을 돌파구로 삼고자 했다.

반면 작년 1~3분기 유제품 수입량은 원유로 환산했을 때 189만1662톤으로 전년대비 6.4% 증가했으나 동기간 국내 원유 생산량은 158만731톤으로 전년대비 2.5% 증가해 수입유 시장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8월 누적 멸균유 수입량은 1만648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32%가 증가해 이미 전년 수입량 1만484톤을 넘어섰으며 수입액 역시 1064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규모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원유기본가격 조정 역시 생산자와 수요자 간의 입장차이가 극명히 갈렸다. 원유가격연동제의 기본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산자 측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상당해 원유기본가격 인하 또는 동결을 원하는 수요자 측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관련 협의를 재차 거듭한 끝에 결국 원유기본가격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전년보다 21원 인상된 리터당 947원을 올해 8월 1일부터 적용키로 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학교우유급식의 중단은 일평균 460여 톤의 우유가 남아돌게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식업계의 불황으로 업소용 유제품마저 소비가 되지 않게 됐다.

소비처가 사라진 잉여유가 넘쳐나면서 유업체는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잉여원유가 시중에 풀리며 유업체간 가격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시장 상황은 나날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유업체들은 멸균유, 탈지분유 생산에 집중하는 가운데 할인판매, 1+1 증정 등 저가 경쟁이 치열해지자 오히려 수익성은 떨어졌다. 이에 올해 상반기 동원F&B, 빙그레를 제외한 모든 유업계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유업계는 유례없는 한파를 맞이했다.

학교우유급식 물량의 50%를 차지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경우 상반기 매출은 8599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09억 원으로 4.3%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유업도 상반기 매출은 7135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407억 원으로 14.1%가 줄어들었으며, 급식우유의 30%를 차지하는 남양유업은 상반기 매출 4757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가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 325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직격탄을 맞자 자사의 흰우유 브랜드 ‘나100%’를 앞세워 대형마트·편의점 등과 e-커머스 시장까지 가정용 채널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더불어 가공유, RTD커피, 주스 상품군 확장에 노력했으며, 오리온, CJ프레시웨이 등 타 업종과의 협업에도 뛰어들었다.

또한 서울우유는 작년 9월 경기 양주시에 노후화된 우유공장을 통합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연면적 6만4087㎡ 규모로 조성, 사무동, 생산동, 공무동, 분유동, 수유동, 창고동 등을 갖춘 ‘서울우유 통합 신공장’은 서울우유 전체 원유생산처리의 절반인 하루 1690톤의 원유를 처리해 70여 개 품목, 하루 최대 500만 개 생산 가능하다. 양주신공장에서는 현재 발효유 ‘비요뜨’ 등 일부 제품을 생산 중이다. 서울우유는 순차적으로 생산설비를 갖춰, 기존 양주공장 이전을 완료하는 올해 4월부터는 전체 제품에 대한 정상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우유는 다품목 생산능력을 갖춘 양주신공장을 동력 삼아 유업계 최초 매출 2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비전선포식을 통해 구성원 전체가 한 몸처럼 뭉쳐 집중하자는 의미로 ‘우유로 세상을 건강하게’라는 키워드로 미션을 선언했다. 고객이 만족하는 최고 품질의 유제품으로 사람, 사회,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올해는 △‘고객 지향’ 문화를 조직문화에 장착 △혁신 제품과 서비스 △‘원가절감’을 통한 조합경쟁력 확보 △‘新바람 나는 조직문화’ 구축이라는 4대 지침을 함께 발표했다.

매일유업은 유제품의 성장이 둔화되자 발효유와 컵커피, 간편식 등의 제품 역량을 키워왔다. 제품 다각화는 영업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유제품과 음료 부문의 판매가 감소했지만 두유, 셀렉스, 발효유 등의 매출 증가로 경쟁사 대비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단백질을 중심으로 한 간편식이 유제품 시장에 새로운 신사업 트렌드로 자리잡음에 따라 매일유업은 올해도 이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성인영양식 ‘셀렉스’의 눈에 띄는 성장세로 올해도 매일유업의 신성장동력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셀렉스는 매일유업이 2018년 론칭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성인들의 단백질 보충을 위한 영양 설계 전문브랜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5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손익분기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셀렉스의 전체 매출 기여도가 3.5%로 크지는 않지만 성장률도 따지면 얘기가 다르다. 작년 4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25% 정도의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RTD 컵커피 주력 브랜드인 ‘바리스타룰스’에도 집중한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주력 브랜드 ‘바리스타룰스’는 컵커피 시장 내 점유율 39.9%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에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해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전체 매출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중이다.

남양유업은 비용 절감과 신제품 출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으로 실적 악화에 대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분유와 유아식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이어나가며 가정간편식 트렌드에 맞춘 제품 라인업을 갖춰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기업 이미지 하락을 쇄신하기 위해 다양한 기부와 이벤트 등의 사회활동을 진행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과 같이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공식 SNS에서는 이용자의 맞춤 게시물과 내용, 정보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어 내년에도 이같은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작년 3월 배달 이유식 브랜드 ‘케어비’를 론칭, 국내 최초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을 더 담은 ‘유전자 영양맞춤 이유식’ 식단 서비스를 제공해 신사업을 확대 중이다. 남양유업은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케어비 이유식 배달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충청남도에 신규 전문라인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양유업은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O2O 이유식 플랫폼으로 ‘케어비’를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디저트 브랜드 ‘백미당’의 글로벌 시장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작년 중국·홍콩에 기반을 둔 대형 유통기업 뉴월드그룹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 ‘백미당’을 국내 업계 최초로 중국 상해 디즈니 리조트에 위치한 디즈니 타운에 입점한데 이어 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홍콩 지역에 250개에 달하는 점포를 늘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후디스는 월 평균 3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단백질 보충제로 자리매김한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 ‘하이뮨’을 앞으로 건강기능식품 통합 브랜드로 확장해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올해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며,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동후디스의 ‘하이뮨’은 작년 2월 출시 후 월 평균 매출이 30% 이상 성장했으며 연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롯데푸드는 가정간편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를 위해 롯데푸드는 2017년 평택 공장 준공 이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며 올해 총 930억 원을 투자해 김천공장을 증축하고 HMR 생산 라인을 증설 중이다. 또한 이유식을 비롯한 키즈 식품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 유제품 분유와 연결되는 영업조직, 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론칭한 ‘아이 생각’ 브랜드로 베이비 푸드 시장에도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빙그레는 올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국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올린다. 국내는 신사업 일환으로 추진 중인 건강기능식품 시장 안착에 집중할 예정이다. 2019년 건기식 브랜드인 ‘tft’ 론칭 이후 작년 10월 남성 건강기능식품 ‘마노플랜’을 론칭했다. 작년 7월에는 비대면 채널 확장을 위해 ‘tft’ 공식 온라인 몰을 오픈하기도 했다. 올해도 제품 카테고리 확대를 통해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아울러 해외는 베트남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유통망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이커머스 등 비대면 채널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관련 영역의 확대 등을 통한 채널 확장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