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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의 ‘2030 WORLD BEST CJ’ 전략

곡산 2017. 9. 4. 08:26

이재현 회장의 ‘2030 WORLD BEST CJ’ 전략

통 큰 투자와 적극적 M&A...2020년 매출 100조 도전

2017년 08월 31일 (목) l 조혜승 기자l chohs1021@insightkorea.co.kr

▲ 이재현 CJ그룹 회장.<CJ그룹>

이재현 CJ 회장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참석해 4년 만의 경영 복귀를 선언한 이후 부쩍 활동 폭이 넓어졌다. 이재현 회장은 당초 그룹의 청사진이었던 ‘2020 그레이트 CJ’를 넘어 ‘2030 월드 베스트 CJ’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 복귀로 CJ그룹은 한층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요즘 CJ를 보면 오너의 존재감이 확실히 느껴진다. 최근 파격적인 조직문화 개편에 이어 36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에 시동이 걸리면서 그룹 전반에 활기가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그레이트 CJ’ 비전 기반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 ‘CJ블로썸파크’가 문을 열었다. CJ블로썸파크는 식품·바이오·생물자원 등 CJ제일제당사업 부문의 연구개발 역량을 한데 모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식품바이오 융·복합 연구개발 연구소다. 4,800억 원을 투입해 축구장 15개 규모(연면적 11만㎡)로 조성한 이곳에서 6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땀을 흘리고 있다.

 

경영 복귀 후 ‘그레이트 CJ’ 선포

개관식에 참석한 이재현 회장은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해 오늘 4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며 “2010년 그룹의 제2 도약을 선언한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저는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궤도에 올려놓겠다.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경영 복귀 선언과 함께 CJ의 미래 청사진을 밝힌 것이다.

이 회장 경영복귀 이후 CJ의 활동반경은 확실히 넓어졌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러시아 냉동업체 ‘라비올라’를 인수, 4조 원 대로 추정되는 러시아 냉동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100% 지분 인수 방식으로 인수대금은 약 300억 원이다. CJ제일제당은 라비올라를 거점 삼아 러시아 전역으로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독보적인 물류업계 1위 기업 CJ대한통운도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 수송 분야 1위 기업 ‘다슬 로지스틱스’, 중동·중앙아시아 지역 물류 1위 기업 ‘이브라콤’, 베트남 1위 물류기업 ‘제마뎁 코퍼레이션’을 잇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업계 최초로 가정간편식 전문 배송업에 진출했다. 우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컨트롤 타워 부재로 힘을 잃었던 임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3~4년간 성장정체를 겪어온 만큼 재도약에 대한 희망이 크다”며 “이재현 회장이 공격적인 목표를 갖고 적극적 투자와 해외 M&A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그룹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의 식품사업 회사 꿈꾼다

현재 CJ제일제당의 주력사업인 식품사업에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소재식품 부문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이 사업은 각 제품군마다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설탕과 다시다의 시장 점유율은 83%로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 밀가루·대두유·육가공(캔햄) 등 다른 소재식품도 각각 69%, 47%, 51%로 1위다.

CJ제일제당의 전신은 1953년 삼성그룹 산하의 제일제당 공업주식회사다. 제분, 조미료 사업에서 시작해 가공식품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독자경영 체제를 걷다가 1997년 법적으로 공식 분리됐다. 2007년 CJ주식회사의 제조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하면서 현재의 CJ제일제당이 됐다.

이재현 회장은 2007년 9월 1일 CJ제일제당을 창립해 설탕·밀가루·식용유 등의 부재료 및 식품·의약품·사료 제조와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09년 9월 1일 삼양유지(주)를 합병했고, 2010년 9월 29일에는 Global Holdings Limited를 인수했다. 2014년 4월 1일 CJ헬스케어주식회사를 분할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24개 사업장과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54개 생산사업장을 두고 설탕·조미식품·육가공식품·사료·의약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사업부문은 크게 식품사업(설탕·밀가루·식용유 등)과 생명공학사업(의약품 등), 물류사업(운송·하역)으로 나뉜다. 각 사업의 매출 점유율은 32%, 30%, 38%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식품사업 부문은 제당·제분사업(백설), 조미료 사업(다시다, 백설 스위트리), 전통장류(해찬들, 다담), 디저트·간식(쁘띠첼, 맛밤), 육가공 햄(더 건강한 햄), 냉동만두(비비고 왕교자) 등이다.

CJ제일제당은 가정간편식(HMR)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HMR 신제품 개발, 제품 프리미엄 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가공식품의 대표적인 브랜드는 국내 및 글로벌 대형 브랜드로 육성중인 ‘비비고’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르텍에 따르면 비비고는 지난해 10월 누계기준 냉동만두 전체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0.5%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단일브랜드 중 최초로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올해 5월에 이미 작년 전체 매출의 50% 이상인 600억 원을 넘어섰다.

CJ는 해외시장에서 식품사업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한식 세계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주력 제품 개발에 투자, R&D 역량과 제조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힘쓰고 있다.

CJ는 지난 6월 러시아 냉동식품 업체 라비올리를 인수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25일 베트남에 700억 원을 투자해 연구개발 및 제조기술이 집약된 식품통합생산기지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내년 7월 호찌민 히엡푹 공단 내 2만평 규모로 완공될 예정으로 K-푸드, 한국식문화 전파에 앞장설 예정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가운데)과 부인 김희재 여사, 임원들이 지난 5월 17일 오전 경기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CJ그룹>

이병철 선대회장 닮은 탁월한 안목

경영 전면에 나서 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은 사업을 보는 안목과 추진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찍이 그의 사업적 감각을 알아 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은 일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 회장을 불러들여 제일제당에서 일하게 했다. 삼성가의 장손으로 경복 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여 탄탄대로를 걷던 이 회장은 할아버지의 부름으로 제일제당에 입사해 경리부, 기획관리부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젊은 시절부터 이 회장은 자신감에 차 있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배팅했다. 1995년 초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드림웍스사에 3억 달러를 투자한 일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 당시 제일제당의 순자산은 약 1조 원. 그 중 3억 달러는 큰돈이었다. 식품회사로 잘 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영화사에 투자하자 모두들 무모한 모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끝까지 밀어붙여서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나섰다. 당시는 무모해 보였지만 지금은 식품회사라는 틀에서 더 큰 세상인 문화기업으로 나가는 창조적 사업 다각화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또 다시 과감한 도전에 나선다. 2011년 대한통운 인수에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인수가격을 1조4000~1조7000억 원 정도로 예측했다. 삼성이 뒤늦게 포스코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유력 인수후보였던 CJ는 뒤로 밀려나는 듯 했다. 이 상황에서 이 회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2조원 이상을 베팅, 결국 대한통운을 손에 넣었다. 이 회장의 결단력과 과감한 도전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 회장이 탁월한 안목은 이병철 선대회장을 닮았다는 얘기가 많다. 이는 실제로 경영현장에서 쉽게 확인된다. 그는 식품 등 기존산업의 첨단화·글로벌화와 엔터테인먼트, 물류와 같은 신규 유망사업에 대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 통해 CJ는 4대 사업군(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 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제일제당 1개 회사에서 출발해 국내만 80여개의 계열사를 일구었고 임직원수는 독립 당시 4000여명에서 5만여 명으로 12배 이상 늘어났다. 독립경영 첫 해인 1994년 제일제당 매출은 1조4000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8년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6년에는 30조원을 넘어섰다. 그룹 규모를 20배 이상 키운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는 뜻에서 ‘카페테리아 플랜’으로 불리는데 CJ도 카페테리아 플랜에 따라 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면서 먼저 일·가정의 균형에 대한 방안을 마련했다. CJ 임직원은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 동안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받는다. 남녀 관계없이 2주간 유급 휴가가 제공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해 최대 한 달 동안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다.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는 눈치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이 회장 복귀 후 새로 마련됐다.

CJ는 임신·출산과 관련해서도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다.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배우자 출산)를 2주 유급으로 늘렸다. 여성의 경우,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출산이 임박한 36주 후에만 신청할 수 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크게 확대했다. 12주와 36주 사이에 8주를 추가해 매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CJ는 임직원들의 글로벌 비전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노크(Global Knock)’와 ‘글로벌 봐야지(Global Voyage)’라는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글로벌 노크’는 어학연수, 글로벌 직무교육, 체험 등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회사가 제시하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연수 계획을 세워 자기 주도적으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5년 이상 근속한 임직원이 신청할 수 있다.

‘글로벌 봐야지’는 그룹 내 신임과장 승진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연수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 시행된다. 올해 승진한 그룹의 신임과장 800여 명은 각 계열사가 진출한 국가에서 해외연수를 받게 된다.

2020년 매출 100조원 도전

이 회장은 2020년 매출 100조 원 실현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를 실현하기 위해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안도 내놨다. 2019년까지 각 계열사가 연간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할 경우 그 회사에 5%의 인센티브를, 2020년 목표 매출을 달성한 계열사엔 10%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CJ는 임직원들이 계열사의 방송·식품·영화·외식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도 기존 35%에서 40%로 확대했다.

이 회장은 올 해 사상 최대인 5조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매출액도 지난해 추정치 31조에서 9조 원 늘어난 40조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최근 CJ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해 그룹 내 전 계열사의 매출액 합계는 약 31조 원으로 2015년 29조1000억 원에서 2조 원 가량 늘어났다. CJ그룹이 올해 연간 매출액 목표를 작년 실적의 30%에 가까운 9조 원이나 올려 잡자 재계에선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 투자 목표도 지난해 투자 1조9000억 원의 2.5배가 넘는다. CJ는 2012년, 2013년 각각 2조9000억 원, 2조5600억 원을 투자했지만 2014년부터 2016년 3년간은 투자액이 2조 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공백기를 단숨에 만회하려는 듯 돈 보따리를 풀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통 큰 투자가 냉철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가 투자하거나 M&A를 한 사업들은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이 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