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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시험대 오른 '축산업 신화'

곡산 2017. 5. 11. 08:09

[CEO] 시험대 오른 '축산업 신화'

CEO In & Out / 김홍국 하림 회장

 
 

1980년대 설립된 기업 중 대기업 반열에 든 곳은 극히 드물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부분 사라지거나 쪼그라들었다. 이 가운데 3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내며 대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이 있다. 김홍국 회장이 양계농장부터 시작해 자수성가로 일궈낸 하림그룹이다. 


그동안 김 회장이 걸어온 길에 불가능이란 없었다. 따라서 김 회장의 경영방식은 나폴레옹의 전술에 비유된다. 그는 무모할 만큼 과감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몸집을 불렸다.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하림을 대기업 명단에 올린 김 회장의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하림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당장 35개의 규제를 받게 됐다.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도 김 회장이 풀어야 할 난제다. 수년간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린 하림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된 ‘축산 신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하림그룹을 '2017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하림은 자산총액 10조5000억원으로 상호출자, 채무보증 등이 제한되는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국내에서 농업기업이 대기업 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의 ‘삼장통합’(농장-공장-시장) 경영방식이 정착된 결과다.



김 회장은 1986년 식품회사 하림식품을 창업하며 가공식품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닭고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하림은 유계계열화사업을 전개하며 조금씩 덩치를 키웠다. 2001년 천하제일사료를 인수하고 닭고기 가공∙저장업체 올품, 홈쇼핑 계열사 NS쇼핑 등을 출범시키며 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2002년 주원산오리, 2007년 선진, 2008년 팜스코를 인수하는 등 수십여개의 계열사를 그룹에 편입시켰다.

2015년부터는 주력사업인 양계업을 넘어 해운업 등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자산 4조원이 훌쩍 넘는 해상화물운송업체 팬오션을 인수했다. 지난해 4월에는 계열사인 NS홈쇼핑의 자회사 엔바이콘을 통해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옛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 9만1082.8㎡(약 2만7552평) 땅을 4525억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하림은 축산업체에서 유통과 물류까지 거느린 자산규모 10조원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재무구조·일감몰아주기 '발목'

대기업이 된 만큼 김 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사실 하림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것은 김 회장에게 ‘양날의 검’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20여개 법률을 통한 35개 이상의 ‘규제 사슬’에 걸리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림은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해 상호출자, 채무보증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기업 지정 기준이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되면서 하림이 1년간의 시간을 벌었는데 현재도 (하림이) 대기업집단에 걸맞은 형태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금까지의 사업 확장은 회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인수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각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늘어났을 것이고, 이는 그룹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직개편,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 내부 정비가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선 하림은 주요 계열사들의 차입금을 줄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하림홀딩스의 총 차입금(단·장기 차입금과 유동성장기차입금, 사채 등을 합한 금액)은 4508억9916만원으로 전년(1490억5270만원)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됨에 따라 2년 내 채무보증 제한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와중에 하림은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웰리브와 가정간편식(HMR) 제조·판매업체 신송식품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무엇보다 중소·중견기업 시절 회사 성장의 발판이 된 하림의 수직계열화 장치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품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올품의 지분 100%를, 올품은 자회사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7.35% 보유한 한국썸벧은 김홍국 회장(8.14%)에 이은 2대 주주다. 닭고기 가공과 저장 처리 등을 주업으로 하는 올품은 하림 등으로부터 제품을 매입한 뒤 팜스코, 하림, 선진 등 계열사에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 하림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자본을 차근차근 늘려온 것이다.

◆장남에 쏠리는 눈총

최근에는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올품 유상감자로 100억원의 현금을 챙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식 수를 줄여 자본을 감소시킬 때 자본금의 감소로 발생한 환급 또는 소멸된 주식의 대가를 주주에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20만4000주였던 올품의 전체 주식수는 지난해 1월 유상감자를 통해 6만2500주를 소각하면서 14만1500주로 줄었다. 당시 올품은 유상감자로 주당 액면가인 1만원보다 16배 비싼 주당 16만원에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김준영씨에게 100억원가량의 현금이 돌아간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하림 측은 대주주의 주식상속에 따른 세금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강조했다. 하림 관계자는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이뤄진 의사결정”이라며 “유상감자 대금을 개인적으로 챙긴 게 아니라 (김준영씨가) 올품 지분을 증여받을 때 발생한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아들 상속세 마련 때문에 회사 자금을 투입하며 유상감자를 단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에 하림 관계자는 “올품과 같은 비상장회사 주식으로 증여세를 납부할 수 없어 유상감자를 하게 된 것”이라며 “과거 유상감자를 통한 악용 사례와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 프로필
▲1957년 전북 익산 출생 ▲이리농고 졸업 ▲양계농장 설립 ▲하림식품 설립 ▲호원대학교 경영학 학사 ▲하림식품 대표 ▲한국계육협회 회장 ▲하림그룹(천하제일사료·올품·한국썸벧·NS홈쇼핑 등 계열사 편입) 회장 ▲팬오션 대표이사 

☞ 본 기사는 <머니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