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 방식은 철학에 근거하지만 마케팅 전술은 수시로, 시류에 따라, 필요에 따라 달라지고 변한다. 여러가지 트렌드가 발견되고 그런 생각을 누가 했는지 궁금할 때도 많다. 공통점은 재미있고 실속있으며, 소비자 가슴에 들어가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덕후는 영원한 왕
▷세상엔 애덕과 탈덕과 컬덕과 음덕이 존재하는데, 그중 으뜸은 음덕이니라
세계의 덕후들 음덕으로 대동단결
애덕은 애니메이션덕후, 탈덕은 교통마니아, 컬덕은 수집광, 그리고 음덕은 음식마니아를 뜻한다.
예전에 덕후 하면 즉각 ‘또라이’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오타쿠, 마니아 등을 히키코모리, 은둔자 등에 빗대며 세상을 등졌다는 편견도 팽배했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하나만 파자!’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기차에, 자전거에, 항공기에, 피규어에, 로보트 조립에, 수집에 파묻혀 일생을 보내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들의 움직임에 시장이 따라가는 현상도 보인다. 덕후의 특징은 따로 놀기이다. 남들이 뭘 하든 관심도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내 분야를 건드리면 잘근잘근 씹어먹으려고 치밀한 준비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덕후 세계는 각자 따로 노는 경향이 다분한데, 최근에는 음식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만화 주인공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가 빵으로, 과자로, 케이크로, 심지어 커피 크림 3D아트로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세상은 그런 인류를 일컬어 덕밍아웃한 덕후님이라 부른다.
▶캐릭터 과자 베스트셀러
덕후들이 사랑하는 캐릭터 과자의 인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할아버지 시절부터 온갖 만화 캐릭터들은 상표에 차용되거나 딱지나 피규어 사은품이 되어 동심을 파고들었다. 배트맨, 아톰, 로보트태권브이, 마루치아라치가 그래왔다.
최근에는 어떤 캐릭터들이 과자 봉지를 장식하고 있을까? 인터넷에서 캐릭터 과자를 검색해 보았다. 크레용신짱 빙빙 초코콘, 미니언즈 빈키바이트, 헬로키티 수리세이지 버블껌, 코코몽젤리킹, 마이멜로디 스탠드팩 비스킷, 빙그레 뽀로로와 친구들 카카오 영양간식 등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주로 어린이들이 찾는 과자들이다. 이런 과자를 먹으며 자란 어린이 중 미래의 덕후가 나온다.
맥도날드 해피빈, 미니소시지 키스틱 포켓몬, 자일리톨 토이플레이, 츄파춥스 서프라이즈 워터다이노 등의 공통점은 ‘흘러간 시간을 불러오는 캐릭터 식품’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맥도날드 해피빈이 자기의 입맛에는 당기진 않지만 한정판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피규어 때문에 기를 쓰고 먹는다. 포켓몬스터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90년대, 당시 이 만화영화를 보며 어질어질해 했던 초중딩들이 지금은 20대 중반의 청년이 되어 있다. 자일리톨 토이플레이에 등장하는 조립 인형들은 레고블록을 연상케 하는 오리, 헬리콥터, 산타클로스 등이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 츄파춥스에선 요새는 공룡 피규어까지 끼워준다. 공룡 세대인 20~30대들이 이 과자 앞에서 미쳐버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모두 소년소녀 시절을 소환하는 아이디어들로, 사은품을 넘어 키덜트 문화의 한 장르로 숙성되고 있다.
백 만 가지도 넘는 음식 가운데 유난히 덕후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있다. 대표 삼덕으로 라덕, 핫덕, 치덕을 꼽을 수 있다. 라면 덕후들은 평범한 라면을 사다 온갖 양념을 첨가해 먹는다. 선호 양념은 청양초, 핫소스, 고추기름, 고추냉이, 분말 카레, 치즈, 소시지, 햄, 베이컨 등등이다. SNS에 라면스타그램을 태그하면 별 희한한 덕면들이 소개되어 있다. 불닭볶음면을 우유로 끓여 숯불향 햄과 달걀노른자로 조합한 라면은 기절 그 자체다. 핫덕은 매운 음식만 찾아다닌다. 불닭, 떡볶이, 낙지, 주꾸미, 비빔냉면, 짬뽕, 매운족발, 카레라이스 등 무엇이든 매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치즈 덕후들은 뜨거운 밥, 라면, 돈까스, 카레라이스, 된장찌개, 계란말이 등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에 치즈를 넣는다. 고린내 나는 유럽 치즈를 먹기 위해 직구와 현지 여행도 불사한다.
▷세상엔 애덕과 탈덕과 컬덕과 음덕이 존재하는데, 그중 으뜸은 음덕이니라
세계의 덕후들 음덕으로 대동단결
애덕은 애니메이션덕후, 탈덕은 교통마니아, 컬덕은 수집광, 그리고 음덕은 음식마니아를 뜻한다.
▶캐릭터 과자 베스트셀러
덕후들이 사랑하는 캐릭터 과자의 인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할아버지 시절부터 온갖 만화 캐릭터들은 상표에 차용되거나 딱지나 피규어 사은품이 되어 동심을 파고들었다. 배트맨, 아톰, 로보트태권브이, 마루치아라치가 그래왔다.
최근에는 어떤 캐릭터들이 과자 봉지를 장식하고 있을까? 인터넷에서 캐릭터 과자를 검색해 보았다. 크레용신짱 빙빙 초코콘, 미니언즈 빈키바이트, 헬로키티 수리세이지 버블껌, 코코몽젤리킹, 마이멜로디 스탠드팩 비스킷, 빙그레 뽀로로와 친구들 카카오 영양간식 등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주로 어린이들이 찾는 과자들이다. 이런 과자를 먹으며 자란 어린이 중 미래의 덕후가 나온다.
맥도날드 해피빈, 미니소시지 키스틱 포켓몬, 자일리톨 토이플레이, 츄파춥스 서프라이즈 워터다이노 등의 공통점은 ‘흘러간 시간을 불러오는 캐릭터 식품’이라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맥도날드 해피빈이 자기의 입맛에는 당기진 않지만 한정판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피규어 때문에 기를 쓰고 먹는다. 포켓몬스터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90년대, 당시 이 만화영화를 보며 어질어질해 했던 초중딩들이 지금은 20대 중반의 청년이 되어 있다. 자일리톨 토이플레이에 등장하는 조립 인형들은 레고블록을 연상케 하는 오리, 헬리콥터, 산타클로스 등이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 츄파춥스에선 요새는 공룡 피규어까지 끼워준다. 공룡 세대인 20~30대들이 이 과자 앞에서 미쳐버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모두 소년소녀 시절을 소환하는 아이디어들로, 사은품을 넘어 키덜트 문화의 한 장르로 숙성되고 있다.
백 만 가지도 넘는 음식 가운데 유난히 덕후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있다. 대표 삼덕으로 라덕, 핫덕, 치덕을 꼽을 수 있다. 라면 덕후들은 평범한 라면을 사다 온갖 양념을 첨가해 먹는다. 선호 양념은 청양초, 핫소스, 고추기름, 고추냉이, 분말 카레, 치즈, 소시지, 햄, 베이컨 등등이다. SNS에 라면스타그램을 태그하면 별 희한한 덕면들이 소개되어 있다. 불닭볶음면을 우유로 끓여 숯불향 햄과 달걀노른자로 조합한 라면은 기절 그 자체다. 핫덕은 매운 음식만 찾아다닌다. 불닭, 떡볶이, 낙지, 주꾸미, 비빔냉면, 짬뽕, 매운족발, 카레라이스 등 무엇이든 매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치즈 덕후들은 뜨거운 밥, 라면, 돈까스, 카레라이스, 된장찌개, 계란말이 등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모든 음식에 치즈를 넣는다. 고린내 나는 유럽 치즈를 먹기 위해 직구와 현지 여행도 불사한다.
▶무료 폰트로 감성 통일
상품 디자인의 완성은 글꼴이 한다. 일본 여행의 트렌드가 스트리트 쇼핑에서 드럭스토어로 이동한 것, 마트 탐구가 포털사이트의 주요 카테고리로 올라온 이유는 길바닥 보다 상점 안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상점 안은 세상에 단 하나 뿐일 것 같은 신상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눈길이 더 많이 가는 제품은 개성있는 글꼴로 마무리된 상품들이다. 그것들은 글꼴만 보아도 내용물이 어떤 종류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무턱대고 사서 포장을 뜯었을 때, 예상대로 글꼴과 상품이 닮아있으면 브랜드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포장지를 뒤덮고 있는 글꼴은 서체라기보다는 디자인에 가깝다. 소비자는 이 디자인이 웹에서 공유되어 사용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쩐지 이 브랜드가 ‘프렌드’가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발빠른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그런 바람을 일찌감치 읽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기업 글꼴 바람이 최근 들어 점점 보편화 되는 느낌이다. 네이버가 배포한 ‘나눔체’는 어지간한 글꼴디자인 업체 부럽지 않은 힘으로 이미 누리꾼들의 일상에 자리잡았다. 제목체인 나눔스퀘어, 본문체인 나눔고딕과 나눔명조, 거기에서 파생된 나눔고딕에코, 나눔바른고딕, 나눔명조옛한글, 나눔손글씨 등 기본 서체는 물론 코딩 시장을 겨냥한 코딩체까지 배포했다. 네이버의 나눔글꼴은 기업 서체의 성공 사례이다. 따지고 보면 기존의 명조, 고딕의 형태와 결정적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누리꾼들이 환호했고 생활 속에 스며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네이버보다 먼저 글꼴을 만든 기업은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이다. ‘유앤아이’라는 이름의 현대카드 글꼴은 폰트를 통해 신뢰감을 증폭시키고 카드를 연상하게 하며 브랜드의 글로벌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작되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 글꼴 시리즈, 손글씨 느낌이 강한 롯데마트의 ‘통큰체, 행복체, 드림체’, 대상의 ‘청정원체’ 등도 화제 모았던 글꼴들이다. 기업에서 고유 글꼴을 만드는 목적은 일단 그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대중에게 무료 배포하는 이유는 마케팅 때문이다. 기업 글꼴을 내려받는 내내 ‘착한 기업’, ‘가치 경영’, ‘공유 경제’ 같은 긍정적 키워드가 떠오르고, 매장에서 내가 내려받은 글꼴의 상품을 발견했을 때 덥석 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내려받기 과정에서 브랜드가 각인된다는 점에서, 기업 글꼴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받기가 쉽고 간단하며 설치법 또한 직관적이거나 알아서 척척 해주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환호 속에 등장했으나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기업 글꼴들은 설치가 까다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그인 필수, 특정 운영체제 불가 등이 그렇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만 챙겨도 어려운 글꼴 시스템은 나올 수가 없다.
최근 등장한 기업 글꼴 가운데 막내 격인 ‘빙그레체’는 그런 면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빙그레는 기업 이름이 순우리말이라는 점에서 이미 가치있는 글꼴 문화의 상당 부분을 확보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빙그레체 글꼴 제작 이유를 ‘한글 보급과 활성화’로 정했고, 그 시작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했다. 디자인 모티브를 빙그레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바나나맛우유의 로고에서 가져옴으로써 사용자가 단박에 빙그레를 떠올리게 한 것도 신의 한 수다. 빙그레는 빙그레체의 개발과 보급으로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성과를 높이는데 성공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타입의 빙그레체를 개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물론 숙제는 소비자들이 댓글을 통해 내고 있고, 검사 또한 그들이 할 것이다.
상품 디자인의 완성은 글꼴이 한다. 일본 여행의 트렌드가 스트리트 쇼핑에서 드럭스토어로 이동한 것, 마트 탐구가 포털사이트의 주요 카테고리로 올라온 이유는 길바닥 보다 상점 안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상점 안은 세상에 단 하나 뿐일 것 같은 신상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눈길이 더 많이 가는 제품은 개성있는 글꼴로 마무리된 상품들이다. 그것들은 글꼴만 보아도 내용물이 어떤 종류인지 가늠할 수 있다. 무턱대고 사서 포장을 뜯었을 때, 예상대로 글꼴과 상품이 닮아있으면 브랜드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포장지를 뒤덮고 있는 글꼴은 서체라기보다는 디자인에 가깝다. 소비자는 이 디자인이 웹에서 공유되어 사용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쩐지 이 브랜드가 ‘프렌드’가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발빠른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그런 바람을 일찌감치 읽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기업 글꼴 바람이 최근 들어 점점 보편화 되는 느낌이다. 네이버가 배포한 ‘나눔체’는 어지간한 글꼴디자인 업체 부럽지 않은 힘으로 이미 누리꾼들의 일상에 자리잡았다. 제목체인 나눔스퀘어, 본문체인 나눔고딕과 나눔명조, 거기에서 파생된 나눔고딕에코, 나눔바른고딕, 나눔명조옛한글, 나눔손글씨 등 기본 서체는 물론 코딩 시장을 겨냥한 코딩체까지 배포했다. 네이버의 나눔글꼴은 기업 서체의 성공 사례이다. 따지고 보면 기존의 명조, 고딕의 형태와 결정적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누리꾼들이 환호했고 생활 속에 스며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네이버보다 먼저 글꼴을 만든 기업은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이다. ‘유앤아이’라는 이름의 현대카드 글꼴은 폰트를 통해 신뢰감을 증폭시키고 카드를 연상하게 하며 브랜드의 글로벌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작되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 글꼴 시리즈, 손글씨 느낌이 강한 롯데마트의 ‘통큰체, 행복체, 드림체’, 대상의 ‘청정원체’ 등도 화제 모았던 글꼴들이다. 기업에서 고유 글꼴을 만드는 목적은 일단 그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대중에게 무료 배포하는 이유는 마케팅 때문이다. 기업 글꼴을 내려받는 내내 ‘착한 기업’, ‘가치 경영’, ‘공유 경제’ 같은 긍정적 키워드가 떠오르고, 매장에서 내가 내려받은 글꼴의 상품을 발견했을 때 덥석 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내려받기 과정에서 브랜드가 각인된다는 점에서, 기업 글꼴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받기가 쉽고 간단하며 설치법 또한 직관적이거나 알아서 척척 해주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환호 속에 등장했으나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기업 글꼴들은 설치가 까다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그인 필수, 특정 운영체제 불가 등이 그렇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만 챙겨도 어려운 글꼴 시스템은 나올 수가 없다.
최근 등장한 기업 글꼴 가운데 막내 격인 ‘빙그레체’는 그런 면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빙그레는 기업 이름이 순우리말이라는 점에서 이미 가치있는 글꼴 문화의 상당 부분을 확보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빙그레체 글꼴 제작 이유를 ‘한글 보급과 활성화’로 정했고, 그 시작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했다. 디자인 모티브를 빙그레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바나나맛우유의 로고에서 가져옴으로써 사용자가 단박에 빙그레를 떠올리게 한 것도 신의 한 수다. 빙그레는 빙그레체의 개발과 보급으로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성과를 높이는데 성공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타입의 빙그레체를 개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물론 숙제는 소비자들이 댓글을 통해 내고 있고, 검사 또한 그들이 할 것이다.
▶소리로 먹는 청각마케팅
다이어트 중인 A씨가 의문의 1패를 당했다. TV를 보다 갑자기 통닭을 먹게 된 것이다. A씨가 뉴스를 보던 중 음성은 들리지 않고 기름 끓는 소리가 자글자글 오감을 자극했다. 화면으로 눈길을 돌리자 마자 A씨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광고에서 바삭한 닭 냄새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 기습적 광고가 소비자에게 던진 메시지는 소리가 아니라 냄새였다. 광고를 보는 사람은 비주얼을 통해 좋은 기름과 신선한 생닭을 연상하고, 바삭하게 익은 닭고기가 거름망과 함께 기름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방금 도착한 통닭 포장을 뜯었을 때의 그 냄새를 떠올린다.
소리 마케팅은 다큐멘터리 오디오를 기반으로 하되 대개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소리 공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소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이미 느낌을 너머 분절되고 분석된다. 오디오 엔지니어와 학자들은 똑같은 소리로 사람이 기뻐 날뛰게도 하고 우울하게도 할 수 있다. 로봇이 내는 소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떤 목소리 때문에 심쿵 하는 건 이제 놀랄 일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소리로 소비자를 움직이는 음식 광고는 음료나 술의 전유물이었다. 탄산음료의 소리 광고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병 따는 소리,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 컵에 따르는 소리, 그리고 모델이 한 모금 마시고 자지러지는 소리와 표정이 그것이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도달되길 바라는 의미는 시원함이다. ‘탄산음료 = 시원’이라는 이 등식은 완전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 어떤 답답함, 해결책 등을 시원하게 제시하거나 주장하는 걸 보고 콕 짚어 사이다 발언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렇다. 맥주 광고 또한 탄산음료 광고와 비슷한 패턴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청각 마케팅 그룹에 넣을 순 없다. 맥주병 따는 소리, 유리잔에 따르는 소리,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 그리고 짜릿해 하는 모델의 표정 등 귀를 자극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전하고자하는 것은 소리가 아닌 어울림이다. 광고의 목적에 따라 똑같은 소리가 주제가 되기도, 소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 청각 마케팅은 소리의 소재를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느낌이다. 라면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먹는 장면인데 그 핵심은 오디오다. 구불구불한 면발이 입안으로 후루룩 빨려 들어가는 소리는 오후 3시, 밤 9시쯤 TV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을 심란하게 만든다. 소리를 강조하는 라면 광고 가운데 육칼 바이럴 버전이 있다. 광고가 시작되기 전 대놓고 ‘팝콘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들리는 소리에 주목’이라는 자막을 띄운다. 그리곤 모델 김풍이 윙크를 던지며 속삭인다. ‘라면 먹고 갈래?’ 봉지를 주물주물, 비닐 끝을 스르륵, 레인지 파샤! 송송송송 파 썰고, 자글자글 끓는 물에 라면 입수, 타이머 딸깍, 기다리며 침 꼴깍, 수저로 면발 견인… 입술로 당기고 국물 넘기는 장면 모두에 예민한 소리를 입혔다. 식욕을 자극하고 음욕을 연상하게 하는 발칙한 소리들이다.
다이어트 중인 A씨가 의문의 1패를 당했다. TV를 보다 갑자기 통닭을 먹게 된 것이다. A씨가 뉴스를 보던 중 음성은 들리지 않고 기름 끓는 소리가 자글자글 오감을 자극했다. 화면으로 눈길을 돌리자 마자 A씨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광고에서 바삭한 닭 냄새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 기습적 광고가 소비자에게 던진 메시지는 소리가 아니라 냄새였다. 광고를 보는 사람은 비주얼을 통해 좋은 기름과 신선한 생닭을 연상하고, 바삭하게 익은 닭고기가 거름망과 함께 기름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방금 도착한 통닭 포장을 뜯었을 때의 그 냄새를 떠올린다.
소리 마케팅은 다큐멘터리 오디오를 기반으로 하되 대개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소리 공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소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이미 느낌을 너머 분절되고 분석된다. 오디오 엔지니어와 학자들은 똑같은 소리로 사람이 기뻐 날뛰게도 하고 우울하게도 할 수 있다. 로봇이 내는 소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어떤 목소리 때문에 심쿵 하는 건 이제 놀랄 일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소리로 소비자를 움직이는 음식 광고는 음료나 술의 전유물이었다. 탄산음료의 소리 광고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병 따는 소리,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 컵에 따르는 소리, 그리고 모델이 한 모금 마시고 자지러지는 소리와 표정이 그것이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도달되길 바라는 의미는 시원함이다. ‘탄산음료 = 시원’이라는 이 등식은 완전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차마 말하지 못했던 그 어떤 답답함, 해결책 등을 시원하게 제시하거나 주장하는 걸 보고 콕 짚어 사이다 발언이라고 하는 걸 보면 그렇다. 맥주 광고 또한 탄산음료 광고와 비슷한 패턴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청각 마케팅 그룹에 넣을 순 없다. 맥주병 따는 소리, 유리잔에 따르는 소리,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 그리고 짜릿해 하는 모델의 표정 등 귀를 자극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전하고자하는 것은 소리가 아닌 어울림이다. 광고의 목적에 따라 똑같은 소리가 주제가 되기도, 소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 청각 마케팅은 소리의 소재를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느낌이다. 라면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먹는 장면인데 그 핵심은 오디오다. 구불구불한 면발이 입안으로 후루룩 빨려 들어가는 소리는 오후 3시, 밤 9시쯤 TV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을 심란하게 만든다. 소리를 강조하는 라면 광고 가운데 육칼 바이럴 버전이 있다. 광고가 시작되기 전 대놓고 ‘팝콘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들리는 소리에 주목’이라는 자막을 띄운다. 그리곤 모델 김풍이 윙크를 던지며 속삭인다. ‘라면 먹고 갈래?’ 봉지를 주물주물, 비닐 끝을 스르륵, 레인지 파샤! 송송송송 파 썰고, 자글자글 끓는 물에 라면 입수, 타이머 딸깍, 기다리며 침 꼴깍, 수저로 면발 견인… 입술로 당기고 국물 넘기는 장면 모두에 예민한 소리를 입혔다. 식욕을 자극하고 음욕을 연상하게 하는 발칙한 소리들이다.
이렇게 소리에 집중하도록 하는 청각 광고는 소리공학의 대중적 개념 중 하나인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을 기반으로 한다. 자율감각쾌감반응이라는 뜻의 이것은 소리를 만드는 자극제(Trigger)를 이용해서 청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오디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다. 광고계에서 ASMR에 관심을 갖고 그 개념을 차용한 것은 그 방식이 새롭고, 시청자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ASMR에 빠져들고 있는 덕후급 유저들이 많기 때문이다. 심리 보조 수단으로서의 ASMR은 마음의 안정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산업으로서의 ASMR은 ASMR 아티스트라는 개인 미디어 직업군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특정 물질로 만든 소리로 불면증 환자를 잠재우기도 하고 고독한 사람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에 불기 시작한 ASMR 바람은 이제 출발지인 미국, 호주 등에서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고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조금씩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ASMR이 광고 미디어에 응용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집중력, 그리고 ‘플러스 알파’ 때문이다. α 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증폭된다.
그런데, 최근의 청각 마케팅은 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느끼는 신세계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식품 ASMR 광고를 기획하는 모든 사람들의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영상이 존재하지만, 액션과 소리의 조합을 통해 보거나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 또한 시청자 개개인이 자기만의 그림을 설정하고 그 순간을 즐기다 결국(딴 세상으로 가지 않고)소비로 귀결하게 하는 ‘기-승-전-먹방’의 등식 말이다.
[글 아트만(텍스트씽크)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77호 (17.05.09일자) 기사입니다]
ASMR이 광고 미디어에 응용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집중력, 그리고 ‘플러스 알파’ 때문이다. α 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증폭된다.
[글 아트만(텍스트씽크)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77호 (17.05.0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