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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기 열풍 불면 따라 한다…'미투제품' 득일까 실일까

곡산 2017. 5. 4. 08:29

[라이프] 인기 열풍 불면 따라 한다…'미투제품' 득일까 실일까

김도균 기자


입력 : 2017.05.03 16:06|수정 : 2017.05.03 16:17


허니버터칩 열풍을 기억하시나요? 사고 싶어도 재고가 없거나, 한정수량으로만 판매해 소비자들을 애타게 했었는데요, 이후 다수업체들은 허니버터칩과 유사한 종류의 감자 칩 종류를 선보였습니다.

또 최근에는 원조 바나나맛 우유와 흡사한 디자인, 모양으로 바나나 맛 젤리가 출시돼 화제였는데요, 1위 브랜드나 시장에 잘 팔리는 상품이 나오면 얼마 뒤에 비슷한 제품들이 줄지어 나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을 영어로 '나도 똑같다'라는 의미로' 미투 상품'이라고 합니다.
허니버터칩 입고 ■ 미투 상품들의 흔적 (2014-2016)

'미투 제품'이라고 하면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나온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의 경우에는 미투 제품이 40여 개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주류업계에서는 과일 맛을 첨가한 단맛의 소주 '순하리 처음처럼'의 열풍이 불자,무학은 ' 컬러시리즈', 하이트진로는 '자몽에이슬'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오리온의 초코파이 바나나 맛이 출시된 지 3주 만에 1천 만개 판매 기록을 세우자, 경쟁업체가 뛰어들었습니다. 해태제과와 롯데제과에서 각각 ‘오예스 바나나 맛’과 ‘몽쉘 바나나 맛’을 출시해 열풍을 이어갔죠.

바나나 맛 열풍이 사그라질 때쯤, 지난해 10월엔 녹차 맛이 인기몰이했습니다. 오리온이 지난해 10월 녹차 브라우니를 선보인 뒤 11월에' 녹차 맛 초코파이 情'을 내놓았는데 인기가 상당했습니다. 녹차 맛 초코파이는 한 달 만에 낱개로 1천만 개가 팔렸습니다. 이어 롯데제과는' 드림카카오 그린티', '카스타드 그린 티라테', '찰떡 파이 녹차'를, 해태제과는' 오예스 녹차'를 출시했습니다.
바나나맛 젤리, 녹차초코파이 미투상품 ■ 인기 열풍에 여기저기 미투…괜찮을까?

지난해 12월 한 중소식품업체는 바나나 맛 젤리를 만들어 출시했습니다. 제품 이름부터 포장지, 색상 등 대부분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와 흡사했습니다. 원조 바나나우유 업체인 빙그레는 자사 제품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승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외관 형태와 디자인이 독특하고 출시 이래 일관 되게 사용해왔다며, 바나나 맛 젤리 제품의 외관과 젤리 모양이 전체적으로 상당한 유사성이 인정된다는 결정을 내린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뭅니다.

보통 미투 상품은 업계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고, 제재할 마땅한 기준이 없습니다. 특히 상표권 침해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모호합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시장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미투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허니버터칩 미투제품.. 신제품은? ■ 미투 제품 인기는 '반짝'…신제품은?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미투 상품을 출시하면 연구개발 비용이 따로 들지 않아 투자 위험 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즉 단기간에 매출을 비교적 쉽게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제품을 조금 다양한 맛으로, 때로는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세태에 대해 우려도 나옵니다. 소비자들이 단기간에 비슷한 상품을 자주 접하게 되면 해당 상품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상품이 오래가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또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식품업계 관계자]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오리지널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노력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의지를 꺾어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 제품을 연구하려면 설비, 기계 도입 및 설치 그리고 공간 확보 등 다양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업체가 이런 비용을 들여 겨우 상품 하나를 만들었는데, 너도나도 따라 해서 투자 비용 이상의 큰 매출을 올리지 못하게 되면 결국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이미 국내 제과 업계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5%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3, 40년 전 히트상품이었던 새우깡, 초코파이, 바나나우유 등 몇몇 제품 이외에 최근 개발된 '히트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과연 미투 상품은 상생의 모델일까요? 공멸의 모델일까요?

(기획·구성: 김도균, 황성아 / 디자인: 임수연)  

김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