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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시장 분석1] 일본 식품기업,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다

곡산 2017. 1. 25. 16:54

[일본시장 분석1] 일본 식품기업,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일본 주요 음식료 기업 9개사를 탐방했다.
일본 음식료산업과 기업들의 역사적인 성장 흐름을 파악해 한국 음식료산업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라면, 제과, 음료, 조미료 등 다양한 기업들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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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나가 프리미엄 초콜렛 제품, 자료: 모리나가 한국투자증권


국내에서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과거 일본과 유사한 HMR(가정식 대체식품, Home Meal Replacement), PB(Private Brand)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인지, 일본과는 다른 산업 성장이 나타날 것인지 등에 대해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이번 일본 식품 기업과 산업분석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음식료기업 간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분석해 국내 음식료산업의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본 식품기업의 과거와 현재

일본 음식료 산업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전체 음식료 시장(국내 생산액 기준)은 1997년을 전후해 115조엔까지 성장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90조엔대 후반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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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료 시장 규모(국내 생산 기준) vs. 총인구, 자료: 일본 통계국, 농림수산성, 한국투자증권


인구 성장 둔화(2010년부터 감소),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이 음식료 산업의 양적 성장을 제한했다.
1~2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 장기 경기 침체에 따른 저가격대 소비 성향 강화 등으로 산업 내 가격 성장은 정체될 수 밖에 없었다.

일본 음식료기업의 가치는 더 올라가

우리는 90년대 이후 일본 산업 전체 시장의 역성장에도 불구, 주식시장에서 음식료기업들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가는 역설적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음식료섹터의 시가총액 비중은 1999년 2.1%에 불과했으나 이후 지속 상승해 2016년 현재 7.0%로 높아졌다.

일본시장의 역설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본 음식료산업의 역설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시장이 제품 개발력을 갖춘 상위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사회, 경제적인 변화로 HMR(Home Meal Replacement), 건강 지향 프리미엄 제품, PB(Private Brand) 시장 등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이에 대응 가능했던 상위기업의 점유율이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도 음식료기업들의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 다수의 카테고리에서 정체된 자국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 성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들이 나타났다.


일본 음식료기업의 성장 전략

-제품 개발력이 핵심

일본의 음식료기업들은 산업 내 양적 성장이 제한된 가운데, 적극적인 제품 개발로 제품믹스를 개선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인위적인 가격 인상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ASP(Average Selling Price) 개선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수의 음식료 기업들은 고령층과 여성을 타겟으로 한 고급(건강지향 및 기능성) 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믹스 개선에 성공한 기업들은 제품 개발능력을 보유한 상위기업들에 한정됐다.

제과, 음료,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을 생산하는 모리나가제과는 지난 2013년부터 초콜렛 카테고리에서 고급 제품군을 강화했다.
초콜렛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고령층의 초콜렛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모리나가는 일반 초콜렛보다 단가가 높은 건강지향형 프리미엄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사업의 수익성을 높였다.

동시에 에너지드링크 제품 사업도 강화했다. 기능성이 강조된 젤리 타입 에너지드링크 ‘인젤리(In-Jelly)’를 개발해 판매했는데 ‘인젤리’ 매출은 연간 20%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3.6%에 불과했던 모리나가의 고부가가치제품 비중은 2015년 10%로 상승했고, 전사 실적도 2014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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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수산 ‘마루짱 세이멘’, 자료: 동양수산 한국투자증권


일본의 2위 라면업체 동양수산도 제품개발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 온 기업이다. 동양수산은 지난 2011년 프리미엄 인스턴트 라면 ‘마루짱 세이멘’을 출시했다. ‘세이멘’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을 그대로 건조한 제품으로 일반 라면 대비 가격이 비싸 수익성이 높다. ‘세이멘’은 출시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실적 역시 세이멘 출시를 통해 한 단계 레벨업했다.

-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

일본의 음식료기업들은 사회, 경제적 변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내수시장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트렌드는 HMR과 PB산업의 성장이었다. 두시장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 1~2인 가구 증가, 장기 경기침체 등을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의 HMR과 PB시장은 빠른 성장을 거듭해 그 규모가 각각 9.1조엔(2014년 기준), 3.2조엔(2015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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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HMR시장 규모, 자료: 농림수산성 한국투자증권


음식료기업들은 HMR산업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가정용 반찬, 도시락, 냉동·냉장식품은 물론, 유통기업들이 만드는 HMR에 사용되는 업무용 식품재료 등의 판매를 강화했다. 일본 메이저 냉동식품기업인 니치레이와 마요네즈 등 소스 제조기업인 큐피의 성장은 이와 같은 HMR사업 강화에 힘입은 것이었다.

PB제품의 경우 음식료 기업들의 점유율 확보 전략으로 활용됐다는 판단이다. 일본의 PB산업은 제품 개발에서 판매까지 유통기업 주도 하에 이뤄지고, 음식료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NB(National Brand)보다 낮다. 하지만, 역성장하는 시장에서 기업들에게는 PB 공급을 통한 물량 확보도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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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PB시장 규모, 자료: 농림수산성 한국투자증권, 단위: 십억엔


-공격적인 해외 진출

산업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음식료기업들의 해외 진출 노력도 지속돼 왔다. 특히, 인구 감소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각 기업들의 해외 사업은 더욱 가속화됐다.

일본 음식료기업의 해외 진출 특징은 대부분의 카테고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했고, 해외 진출 지역도 중국 등 아시아에 국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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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료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례, 자료: 각 기업 한국투자증권


하지만, 대다수 일본기업들은 해외 진출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나치게 제품 개발력에 집중하는 전략 으로 인해 현지화 및 효율적인 유통망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실패를 거울 삼아 2010년대 들어 일본 음식료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M&A,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 현지 공장 설립 등의 공격적인 형태로 변화됐다.

-일본 음식료산업, 2011년 분기점

일본의 음식료산업은 2011년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1년을 전후로 시장 특성과 기업을 둘러싼 산업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의 내수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지진 이후 유통산업의 헤게모니는 편의점으로 넘어갔고,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가 한층 더 강화됐다.

음식료 기업 입장에서는 고수익성 제품(고부가가치 NB:National Brand 및 HMR) 및 편의점향 판매를 늘리는 한편 가격경쟁이 치열한 기타 유통체인에서는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됐다.

성장을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실제적인 인구 감소가 나타났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 변화는 상위기업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았다. 고부가가치제품 강화, 해외 진출 등을 위해서는 제품개발 능력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