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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경영 식품업<2>]-정식품

곡산 2016. 5. 12. 08:30

[위기경영 식품업<2>]-정식품

100세 창업주 건재한 국민두유 베지밀 신화 ‘꺾이나’

매출·영업·순이익 하락세 우려감…특정제품 의존, 군대문화 걸림돌 제기

김도현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1-25 16:51:09


▲ 베지밀의 제조사 정식품(사진)이 두유시장 위축으로 인한 실적 감소를 겪고 있다. 국내 두유시장은 2012년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 중이며 정식품의 매출 등 역시 2012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한 때 ‘열풍’을 일으키며 급성장한 두유시장이 최근 위축되면서 업계 1위 정식품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 악화로 실적도 함께 떨어진 것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오직 두유에 치중된 사업구조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창업주 정재원(99, 한국나이 100세) 명예회장이 모유·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에 걸린 아이들을 위한 대용식 개발을 착수하면서 탄생한 것이 정식품의 ‘베지밀’이다. 국내 최초의 두유 ‘베지밀’은 출시 후 지금까지 줄곧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며 정식품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시장이 위축되자 아이러니컬하게도 베지밀이 정체의 원인이 됐다는 의견마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성장만큼 빠른 위축 ‘두유시장’…정식품 실적도 곤두박질
 
2000년대 중반 ‘웰빙 열풍’이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두유의 인기도 높아졌다. 두유는 완전식품 콩을 주원료로 하고, 간편한 식사대용식으로 다이어트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우유 및 음료업체들의 시장 진출도 잇따랐다. 수요가 높아지고 공급원이 다양해지면서 2006년 이후 두유시장 규모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6년 2600억원이었던 시장규모는 6년만인 2012년 47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때가 정점이었다.
 
▲ 음료업계 추산.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당시 업계는 2013년에도 두유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지만 시장은 위축돼갔다. 2013년 3800억원, 2014년 3500억원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만큼 급격한 감소세를 맛본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두유 판매량 역시 전년대비 감소한 모습을 나타냈다”며 “전체 시장을 놓고 봤을 때 3000억원대 초반의 시장규모를 형성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정식품의 실적 역시 하향곡선을 그렸다. 정식품은 시장규모가 정점에 이르렀던 2012년 242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13년 2171억원, 2014년 204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실적 감소를 보였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경우 매출액보다 심각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6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 2009년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지난 2009년 정식품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0억원, 21억원이었다. 2009년에 비해 높은 매출액을 기록한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영업이익 26억원·25억원, 당기순이익 8억원·7억2000만원 등을 나타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2009년이나 2014년이나 비슷한데 판관비가 400억원대에서 500억원대로 늘었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판관비는 700억원대였다.
 
정식품의 실적 하락은 두유에 치중된 정식품의 사업구조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또 두유와 함께 정식품의 대표 제품인 유아식의 매출이 출산율 하락으로 감소하면서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4년 12월 31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신사업 부재 발목 “미래 불투명” 지적…계열사·관계사도 신통치 않아
 
정식품이 두유와 함께 다른 제품도 생산한다. 각종 주스·옥수수 수염차·커피·식혜·야채음료 등 다양한 제품군을 제조하고 있지만 두유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우유·과즙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두유 제품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새로운 매출원으로 부상할 것이란 특수의료용 식품(그린비아)의 경우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식품의 경우 계열사 및 관계사를 보유했지만 이마저도 실적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유제품 OEM 업체 ‘자연과사람들’은 ▲2013년 매출액 494억원, 영업손실 2억원, 당기순손실 4억원 ▲2014년 매출액 561억원, 영업이익 9억4000만원, 당기순이익 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정식품의 신사업 발굴이 절실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두유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매출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식품 관계자는 “업계 1위에 안주하고 군대식 수직 사내문화가 유연한 사고를 막아 이 같은 실적하락을 맞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시중에 유통 중인 정식품의 대표 상품 베지밀. ⓒ스카이데일리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화장품 회사 오쎄는 ▲2013년 매출액 216억원, 영업손실 5억원, 당기순손실 4억원 ▲2014년 매출액 209억원, 영업손실 7억원, 당기순손실 7억원 등을 보였다.
 
와인수입 생산 계열사 보니또코리아의 경우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실적만 게재됐는데 이 기간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억~3억원 사이고 1억원 미만의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표기되지 않은 해에 설사 흑자를 기록했더라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진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식품 안팎에서는 “군대식 수직적 문화 등 보수적인 회사분위기가 신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전하는 분위기다. 녹차·과즙·우유 등 ‘첨가물’ 두유가 출시됐을 때는 ‘건강’을 모토로 한 창업주 정신까지 위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직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었다고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식품 내부 관계자는 “영업직을 중심으로 식품업계 전반에 군대식 수직문화가 일반적이지만 정식품의 경우 정도가 다소 세다”면서 “여전히 전자식이 아닌 서류식 결재 방식이 잔존 할 만큼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가 유연한 사고를 막고 두유 업계 1위라는 자부심에만 치중해 이 같은 위기상황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