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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에게 "강남 한전부지 사달라" 했던 이부진 사장, 결국은…

곡산 2016. 3. 8. 08:30

이건희 회장에게 "강남 한전부지 사달라" 했던 이부진 사장, 결국은…


      입력 : 2016.02.25 04:26 | 수정 : 2016.02.29 11:30   

[조호진 기자의 CEO투시경]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오는 3월 주총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대표이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3월 주총에 이사회 속에 사외이사 추천 위원회, 감사 위원회를 설치하는 안건을 제시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사장은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이 사장이 이사회 의장만을 맡고, 대표이사를 다른 이에게 넘겨줄지는 미지수다.

최근 추세는 대표이사에서 한 발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만을 맡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다. 두 사람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에 핵심 사항은 관여하면서, 대표이사가 져야 할 책임에서는 빗겨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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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조선일보DB

이 사장은 삼성가(家)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동생인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등은 대표이사는커녕 등기 이사가 아니다. 

이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에 입사해, 상무보(2004년)를 거쳐 임원이 된지 6년만인 2010년 12월 사장이 됐다. 다음해 2011년 3월 주총에서 이 사장은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듬해인 2012년 이 사장은 직접 의사봉을 잡고 주총을 진행했다. 등기 대표이사, 주총 진행 등은 모두 여느 재벌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 사장은 취임 이래 주가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취임 당시 호텔신라의 주가는 3만원대였다가 작년 7월13일에는 최고가인 14만3000원을 찍었다. 당시 현대산업개발과 연대해 신청한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호텔의 본질인 투숙객 유치보다는 면세점 사업에 집중한 전략은 현명하다는 분석이다. 5성급 호텔인 호텔신라의 객실 사업부는 수년간 적자였다. 중국 관광객이 물밀듯이 들어오지만, 그들 대부분은 최고급 숙박시설인 호텔신라보다는 비지니스호텔이나 모텔에 머무른다. 호텔신라 객실 사업부는 중국 특수에서 벗어나 있었다.

대신 중국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 관광객은 호텔신라를 포함해 모든 면세점 사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런 실상을 감지한 이 사장은 면세점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처음 두각을 나타낸 사건은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면세점 유치였다. 이 사장은 루이비통을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시키고자, 직접 루이비통 사장을 만나는 수고와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이 사장은 2011년 9월 루이비통을 공항 면세점에 세계 최초로 입점시켰다.  

이 사장은 2013년 동화면세점의 지분 19.9%를 6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동화면세점이 재정 위기에 빠지자, 신세계와의 경합 끝에 이 사장이 동화면세점의 지분 인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3월에는 미국 면세점 기업 DFASS의 지분 44%를 1억500만달러(약 1200억원)에 인수했다. 또한, 호텔신라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시내에서 면세사업을 하는 엔타스 DFASS 지분 29.9%도 갖고 있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지 않았다면, 이 사장은 면세점 사업에서 만개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서울 강남의 한전 부지가 매물로 나왔다. 이 회장이 쓰러지기 전에 ,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해당 부지를 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부지에 이 사장은 호텔신라 강남 분관을 짓고 면세점 사업을 한류와 연계해 관광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일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4년 9월 삼성그룹은 저가에 응찰했다. 삼성은 "한전부지 입찰에서 4조5600억원에 응찰했다"고 밝혔다. 저가에 응찰하는 바람에 이 사장의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당시 감정가격이 3조3346억원이었다. 삼성물산은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입찰에서 감정가(3조8000억원)의 2.1배에 달하는 8조원을 적어내 현대건설을 제치고 낙찰 받았다. 이 때문에 2014년 삼성그룹의 한전 부지 응찰 가격에 갸웃거린 인사가 많았다.

이 사장에게 기회는 다시 왔다. 이 사장은 재벌들이 자존심 싸움까지 벌인 서울시내 추가 면세점 사업에서 승리했다. 작년 7월 10일 서울시내 추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이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사업자로 선정됐다. 면세점 사업 경험이 전무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이 사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 사장이 단독으로 입찰해 사업권을 따내면 독점 시비를 부를까 봐 일부러 정 회장을 끌으들였다는 해석도 있다. 작년 11월 면세점 연장 심사에서 잠실의 롯데월드타워점과 광진구의 SK워커힐 면세점이 각각 사업승인을 받지 못했다. 대신 두산과 신세계가 사업권을 따냈다.

유안타증권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은 2014년 기준 4조 3500억원"이라고 밝혔다. 매출과 점유율로는 롯데 소공점이 1조9800억원(45%), 호텔신라 장충점이  1조1500억원(26%), 롯데 잠실점 4800억원(11%), 동화면세점 2900억원(7%), SK워커힐 2700억원(6%), 롯데 코엑스점 1700억원(4%) 순이다.

이중 SK워커힐과 롯데 잠실점은 사라지게 됐다. 호텔신라에게는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올라갈 환경이 조성됐다.

면세점 사업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 매출이 높을수록 가격 경쟁력, 판촉비, 인건비 등이 줄어든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양강 구도에서 호텔신라와 다자간 구도로 변모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사업은 작년 90억 달러(약 10조8000억원)에서 올해 101억 달러(약 12조1200억원), 내년 113억 달러(약 13조5600억원)로 성장 가도를 달릴 전망이다.

현재 이 사장에게 호텔신라 경영과 소유에 제일 큰 난관은 역설적으로 주가이다. 자신이 올린 주가가 이 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사장은 대표이사이지만, 호텔신라의 주식을 단 한주도 갖고 있지 않다. 호텔신라의 대주주는 삼성생명(7.3%), 삼성전자(5.1%), 삼성증권(3.1%) 등이다.

호텔신라의 시총은 2조 4000억원대이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5~10%의 주식이 필요하다면, 1200억~24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 사장에게는 현재 그 정도 자금력은 있다. 바로 논란 끝에 취득한 삼성SDS 주식이다. 이 사장은 삼성SDS 지분 3.9%를 갖고 있다. 시총 15조원 기준으로 이 사장의 지분 가치는 5850억원이다.

호텔신라는 “소유와 경영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 사장은 여느 재벌보다 책임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영입된 전문 경영인이 아닌데, 재벌의 일원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한 주도 없다는 사실은 책임 경영에서 벗어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