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자가 범람하면서 국산 과자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어 관세나 식품관련 규제의 형평성 제고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세청이 자유무역협정(FTA) 10년을 맞아 과자류의 수입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과자 수입은 2003년 대비 2.8배 증가했다. 특히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003년 1억 118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 4311만 달러로 3.4배나 늘어 전체 과자 수입증가율을 상회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수입된 과자는 초콜릿으로 44.8%에 달했고, 다음은 사탕(21.7%), 비스킷(20.0%), 빵(8.0%), 빙과류(5.1%), 껌(0.3%) 순이다. 특히 초콜릿 수입량은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75.1%에서 195.6%로 대폭 상승했다. 수입 과자류의 원산지로는 EU가 37.3%로 가장 많고, 미국(23.6%), 중국(12.9%), ASEAN(15.2%), EFTA(2.0), 터키(0.5%), 기타(8.5%) 등의 순으로, FTA 이후 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03년 64.3%에서 ’13년 78.6%로 증가했으며 수입국가도 다변화됐다. 대형 할인점에 따르면 전체 과자 중 수입과자 비중이 2009년 7.5%에서 2013년 26.7%로 4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 수입과자가 범람하는 것은 국산 과자에 비해 양은 많으면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소비자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실상은 몇몇 품목을 제외하고는 수입과자가 국산과자보다 비싸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국산과자와 수입과자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편의점 기준으로 나비스코사의 오레오샌드(1,500원/100g)는 g당 15원이지만, 같은 유형의 롯데제과 깜뜨(1,200원/100g)는 12원으로 오히려 국산제품이 더 저렴하다. 또 나비스코사의 리츠크래커(3,000원/132g)는 g당 가격이 23원인데 반해 경쟁 제품인 롯데제과의 제크크래커(1,200원/100g)는 12원으로 거의 절반 수준이다. 초콜릿도 마즈사의 스니커즈 초코바(1,100원/51g)는 g당 22원인데 반해 롯데제과 가나초코바(1,000원/50g)와 오리온 핫브레이크(1,000원/50g)는 20원으로 국산이 오히려 더 싸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자 수입량이 급증하는 이유로 완제품 수입관세가 낮고, 색소나 포화지방 등 품질 및 영양성분 관련 국내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피해보상 및 유통기한 등에 있어서도 수입산이 국산 과자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주장이다. ◇ 낮은 관세가 과자수입 부추겨 껌, 캔디, 비스킷, 초콜릿 등 수입과자의 경우 국내에 들어올 때 완제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3~4%대의 관세만 지불하면 된다. 게다가 최근 미국 유럽 등과의 FTA 체결로 이들 국가에서 들여오는 수입과자의 관세를 더욱 낮아진 실정으로, 최근 대형 유통점 뿐만 아니라 수입과자 전문점, 온라인 등 여러 유통채널에서 수입과자를 판매하는 것은 이러한 관세 혜택 덕분이다. 반면에 국산 과자는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데, 완제품에 비해 훨씬 높은 최저 20%에서 최고 65%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수입과자와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버터의 수입관세율은 무려 65%에 달하며, 땅콩은 45%, 탈지조제분유는 26%, 유당 20%이다. 따라서 식품업체들은 비싼 원료를 수입해 가공, 생산하기보다는 완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이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당 등 국산 과자 원료는 20~65% 고율 관세 고열량저영양식품·첨가물 등 규제 국산만 불리 1년 넘은 제품도 유통 추정…제도 개선 절실 ◇ 색소·포화지방 등 국내 식품관련 규제도 원가에 영향 최근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 고조로 첨가물에 대한 민감도가 커지고, 고열량저영양식품에 대한 식품당국의 규제가 강화된 것도 국산과자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공색소의 유해성 등 첨가물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제과업체들은 소비자의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모두 천연색소로 교체한데 반해 수입과자들은 여전히 인공색소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아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식품의 영양성분 차이도 원가에서 비롯된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산과자의 포화지방 함량은 1회 제공량당 평균 3.4g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과자는 대부분 포화지방이 과도하게 들어 있어, 네덜란드산 '컨트리 코코넛 쿠키'의 포화지방 함량은 12g으로, 1회 제공량인 3개를 먹으면 하루 권장량(15g)의 80%를 섭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소비자를 위한 신문 조사) 오스트리아 과자인 '로아커 웨하스 블랙커런트'(8g)와 이탈리아 '퍼프드 라이스 위드 요거트 컴파운드 코팅'(7g), 필리핀산 '키도 크리미 버터향 크래커 샌드위치'(6.9g)도 포화지방 함량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국내법상 과자의 경우 1회 제공량당 열량(250kcal), 포화지방(4g), 당류(17g)가 각각의 기준치를 초과하면서 단백질 함량이 2g 미만일 경우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고열량·저영양식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법적 규제를 받는 국산과자는 원재료 변화를 통한 품질개선 노력으로 원가가 상승하지만, 수입과자는 제도권밖에 있어 자유롭기 때문에 형평성 면에서 불합리하며, 특히 한글 표시사항이 스티커에 작은 글씨로 표시돼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 피해보상 및 유통기한 수입과자들은 제품의 품질이나 위해성 등 소비자 클레임이 발생해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손해 배상을 청구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유통기한도 국산과자는 보통 1년 미만인데 반해 수입과자들은 긴 운송기간을 감안할 때 실제 유통되는 기간은 1년 이상인 제품이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온라인, 영세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불량 수입식품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수입제품안전관리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수입과자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스스로 수입처, 주원료, 영양성분, 유통기한 등을 꼼꼼히 챙기는 안전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며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브랜드들은 원료나 인건비가 싼 국가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아 일부 제품의 경우 국산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그만큼 국내 소비자의 식품안전 수준에 미흡한 제품들이 많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