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CJ vs 풀무원, 3000억 포장두부 1위 다툼 결전

곡산 2010. 9. 20. 20:24

CJ vs 풀무원, 3000억 포장두부 1위 다툼 결전
CJ, 냉두유 방식 기름 안 넣은 두부 공세
풀무원, 전통 가마솥·천연 간수 홍보

국내 포장두부 시장 1, 2위 업체인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이 지난해 기준 3000억 규모의 포장두부 시장을 두고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두 업체는 웰빙 소비 트렌드와 발맞춰 기름 한 방울까지도 첨가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고압전류를 흘려 강제적으로 만드는 대신 전통 가마솥 방식으로 만들어 건강한 먹을거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신경전은 최근 풀무원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CJ제일제당의 점유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어 풀무원의 1위 수성과 CJ제일제당의 1위 탈환이라는 목표를 사이에 두고 더욱 더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예고된다.

이번 마케팅 신경전은 지난달 중순 CJ제일제당의 신규광고로부터 시작됐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중순 배우 고소영이 등장해 “두부는 콩과 간수로 만든다고 알고 있는데 기름이 왜 들어가요?”라고 말하는 ‘행복한 콩 두부’ CF를 내보냈다.

대부분의 포장두부는 끓인 콩물에서 바로 응고제를 넣기 때문에 모양이 균일하지 않아 콩물과 응고제의 반응 속도를 낮추기 위해 올리브유와 식물성 유지 등 일종의 ‘기름’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CJ제일제당은 끓인 콩물을 10℃ 이하로 냉각, 숙성한 후 천연 응고제를 넣어 서서히 중탕하며 두부를 굳히는 냉두유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하므로 기름을 넣지 않는다.

이러한 냉두유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하는 기술은 CJ제일제당이 2005년 본격적으로 두부사업에 뛰어 들기 전부터 자체 개발해 확보한 독자 기술이다.

사실 ‘기름을 넣지 않은 두부’는 이번에 새로 출시한 제품이 아니다. '행복한 콩 두부'는 2006년 CJ제일제당이 진천의 두부공장을 완공하면서부터 생산했는데 생산 초기부터 유화제와 소포제, 기름을 넣지 않고 생산했다. 하지만 제품 출시 초기에는 유화제와 소포제 무첨가에 포커스를 맞춰 홍보활동을 펼쳐 ‘기름’을 넣지 않은 부분은 부각되지 않았던 것.

하지만 올해 CJ제일제당이 포장두부시장에서 시장점유율 30%, 매출 1500억 원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면서 기름을 넣지 않은 점을 차별화해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이번 차별화 전략을 통해 ‘행복한 콩 두부’의 시장점유율이 24%에서 약 27%로 뛰었으며, 이 기세를 몰아 하반기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해 올해 목표인 시장점유율 30%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논란이 됐던 1편 광고에 이어 ‘기름을 넣지 않은 두부’를 콘셉트로 한 2부 광고가 방영중이며, 자사의 주부모니터와 주부 패널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현수막 마케팅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수막 마케팅은 자기집 베란다와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기름 안 넣은 두부’ 캠페인 현수막을 부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를 활용한 빙고 게임 등 이벤트를 펼쳐 두부제품을 증정한다.

또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진천 두부 공장 견학 프로그램도 지속할 방침이다. 올해로 2년째를 맞은 견학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약 4800여명의 주부들이 다녀갔으며 견학 후에는 두부 제품을 이용한 요리 실습도 진행된다.

이에 대해 풀무원은 CJ의 광고가 전파를 탄 직후 풀무원은 두부 원재료로 표기되던 ‘식물성 유지’ 성분을 삭제한 포장으로 교체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포장두부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자 지난해 이 시장에서 54.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풀무원은 지난 4월 49.8%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아래로 추락한 바 있다. 5월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49%를 차지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에 지방이 들어갔다고 해서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닌데 CJ측에서 교묘하게 혼동을 주려하고 있다”며 “지방함유량은 오히려 풀무원의 두부가 더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3위 업체들이 프로모션을 강하게 해 한시적으로 점유율이 내려갔었다”며 “6월부터는 다시 점유율이 50%를 넘으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경쟁사들도 ‘1+1’ 등의 프로모션을 1년 내내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풀무원은 ‘전극판 강제응고 두부’ 위험성을 경고하며 전통 ‘가마솥 방식’과 ‘천연간수’로 만든 두부로 식품안전캠페인 벌이기로 했다.

풀무원은 “CJ제일제당 등 국내 일부 대기업의 두부 제조방식인 전극판을 통해 두부를 응고시키는 방식은 전기판 부식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며 “현재 두부 충진수(두부팩에 들어있는 물) 음용에 대한 안전상식을 알리는 캠페인에 이어 2탄으로 식품안전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극판 강제응고 방식’이란 두부 제조 시 콩을 갈아 끓인 후 식힌 두유를 응고제와 혼합한 뒤, 두 개의 전극판을 두유액에 넣고 고압전류를 흘려 온도를 높이며 응고시키는 두부 제조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두부 제조 시 대량생산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1970~80년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됐지만, 전극판사이로 흐르는 전류로 강한 자기장이 생기고 연이은 전기 작용으로 전극판이 심하게 부식돼 3~5년 주기로 전극판을 교체해야 하는 위험성이 있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이후부터는 거의 사라진 오래된 두부 제조방식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전극판 강제응고 두부’는 전극판 부식 등의 위험성이 있어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폐기된 방식” 이라며 “두유에 고압전류를 흘려보내 전자파도 야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풀무원은 콩을 갈아 끓인 후 비지를 걸러낸 뜨거운 두유에 천연간수(무화학응고제)를 넣어 천천히 응고시키는 ‘가마솥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이 방식은 가마솥에서 두유를 끓여 두부를 만들었던 전통적인 방식으로, 풀무원은 여기에 지난해 개발한 ‘천일염 천연간수’를 적용해 업계 최초로 두부 전 제품에 無소포제, 無유화제, 無화학응고제를 적용한 ‘100% 천연 두부’를 완성했다.

풀무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CJ제일제당은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비방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CJ제일제당의 두부생산방식은 우리나라에서 1970~1980년대에 사용한 사례가 없으며 전극판의 경우 치아교정용으로도 사용되는 티타늄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 부식에 강해 매우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전극판이 심하게 부식돼 3~5년을 주기로 전극판을 교체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풀무원의 주장 또한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방식은 미국 캠벨(Campbell)사가 2000년대 중후반 도입해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의 두부점유율 2위 업체는 물론 소소, 장류업체에서도 이 설비를 도입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풀무원이 근거와 논리가 부족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허위·비방에 대한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승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