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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돈 없는 소비자에게 물건 팔려면?

곡산 2010. 3. 9. 22:00

아프리카 돈 없는 소비자에게 물건 팔려면?
기사입력: 10-02-17 19:31   조회3009  
세계 40억 인구 최저소득계층, 그 숨은 기회를 찾아라


올해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나라를 꼽는다면?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과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이 주목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기업들이 조명하지 않고 있던 최저소득계층(BOP, Bottom of Pyrami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올해부터 이들 최저소득계층을 잡기 위해 아프리카 총괄조직을 만드는 등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프리카를 포함해 전 세계 3분의 2를 차지하는 최저소득계층을 공략하려면,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전 세계적으로 40억의 인구는 연 소득 3000달러 이하의 가난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은 이들을 소비자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최저소득계층에 ‘숨은 기회’가 많다는 인식에 따라 그 노력은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깨끗한 물, 전기처럼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비(非)소비 시장에선 완벽한 제품도 실패한다
2000년 P&G는 식수 정화제품인 ‘퓨어(PUR)’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300만 명이 넘는다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태어났다. 10센트 정도인 ‘퓨어’ 한 봉지로 10리터의 물을 정화할 수 있으며 가루 형태로 되어있어 사용하기도 보관하기도 간편하다. 꼭 필요하며 싸고 간편하기까지 한 퓨어, 그런데 이처럼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제품도 실패했다. 왜 그랬을까?

이들이 생각했던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품 출시 전, 시장 조사를 할 때, 사람들은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를 돈을 주고 살 의사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제품이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이를 외면했다. 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까지의 한 아프리카 여성을 생각해보라. 그녀는 '박테리아', '위생' 등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 즉,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까지 알고 있던 깨끗한 물의 색깔이나 맛은 퓨어를 통해 정화된 물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적응이 필요하다. 또 사회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일주일에 한 번만 사먹도록 되어있는 콜라를 양보해야 할 수도 있고, 제품을 사러 가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친구들과의 수다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장애물들이 퓨어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2003년 하반기 퓨어가 상업적 측면에서 비관적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대신 2004년 이후 이를 일종의 '자선 사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현재는 70개의 파트너들이 50여 개의 시장에서 지속적인 교육과 함께 퓨어를 제공하며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인 CSR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결국 최저소득계층은 싸고 좋은 제품이면 잘 팔리는 다른 소비자들과는 다르다. 때문에 최저소득계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이들이 가지는 2가지 중요한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이들은 ‘제품을 돈을 주고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이들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즉, 제품이 삶을 편리하게 하는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모른다. 생수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에서 1995년 생수 시판이 본격화 됐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물을 돈 주고 사 마신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환경 오염 등으로 생수 시장은 해마다 10% 이상 빠르게 성장하며 현재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처럼 최저 소득계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이들의 생활 속에 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다음 3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최저소득계층 공략 3가지 비법
첫째, 유통, 생산 등에서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라. 듀퐁(DuPont Co.)의 자회사인 쏠래(Solae, 대두단백원료 제조업체)사는 인도의 작은 도시에서 비즈니스를 창업하고 싶어하는 여성 20명과 함께 비즈니스를 꾸려나갔다. 20명의 여성들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 콩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연구했고, 음식을 가족, 친구, 이웃 등이 맛보게 했다. 이를 통해 6개월 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고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Nestle)는 브라질의 슬럼가에 사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개인 유통업자(micro-distributor)와 직접 판매원(direct sales agents)을 활용했다. 네슬레의 기존 유통 형태는 큰 트럭에서 다량의 제품을 실어 나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길이 좁고 필요한 물품의 양이 적은 슬럼가에 기존의 유통 방식은 적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개인 유통업자에게 물건을 팔고 이들이 이를 소매점에 나눠서 팔게 하거나, 직접 주위 사람이나 친지들에게 팔도록 했다. 이를 위해 직접 판매원들은 그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사람들의 입소문이나 물건 판매 경험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예를 들어 채용 담당자는 신호등 앞에서 꽃이나 사탕 등을 팔고 있는 사람들을 즉석에서 고용하기도 했다. 이런 방법으로 판매를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둘째, 한 제품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제품의 기능 하나에 집중해 개발하기 보다는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가능한 많은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경과를 지켜보고, 성과가 안 좋은 제품은 탈락시키고, 성과가 좋은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비영리단체인 킥스타트(KICKSTART)는 관개용 펌프를 개발한 후, 소비자의 의견을 통합해서 제품을 더 가볍고 간편하게 개조했다. 결국 이는 관개 말고도 세차, 물뿌리개 등 다른 여러가지 용도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관개용 펌프는 킥스타트의 가장 성공한 제품으로 이 단체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P&G의 퓨어는 정수뿐만 아니라 맛있는 밥을 짓고, 요리를 만들고, 과육을 첨가해서 주스를 만드는 방법 등 다양한 사용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 광고든, 제품 디자인이든 무조건 긍정적이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어려움을 없애주겠다는 말 보다는 삶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더 효과적이다. P&G는 필리핀에서 비누 판매와 함께 손씻기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손 씻으면서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즐겁게 놀고 있는 장면을 그려 넣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영구루이자 미시간대 경제학 교수인 C.K 프라할라드(Prahalad)도 최저소득계층을 빙산의 일각에 비유하며 보이지 않는 가능성에 주목했으며,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크리스텐슨(Christensen)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도 시장 밑바닥을 공략하려는 노력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는 기업이 10년 후, 20년 후의 일류 기업이 될 것이다.

윤혜임 IGM 전임연구원 hiyoon@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