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소식

‘유통 공룡’ 롯데 문어발 확장?

곡산 2009. 2. 3. 21:22

‘유통 공룡’ 롯데 문어발 확장?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9.02.03 18:13


ㆍ불황에도 공격적 사세확장 주목

경기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 등 녹록지 않은 경제여건 속에서 롯데가 사세확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최근 두산주류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기업을 사들이기 위해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과 마트 등 기존의 강세 영역인 유통을 벗어나 분야를 넓히는 추세를 보이면서 '그룹 포트폴리오는 재구성'이라는 분석과 함께 '문어발 확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오비맥주 인수전에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주류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해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을 동원, 사채발행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자금마련에 나서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해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고, 롯데리아도 200억원어치의 3개월 만기 기업어음(CP)을 이달 내 발행할 예정이다.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호남석유화학 등 계열사들도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채권 발행을 통해 1조7000억원 이상 자금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롯데가 사채 등을 끌어모은 금액은 약 2조원에 이른다. 1조5000억~2조원대 거래될 것으로 보이는 오비맥주의 인수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시장에 적당한 가격으로 나온다면 살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인수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롯데가 이같이 주류업체 인수·합병(M & A)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데는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특히 소비 침체로 그동안 꾸준히 성장하던 백화점, 마트 등 유통부분이 예전만큼 국내에서 큰 실적을 내지 못한 점도 사업 종류를 확대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이미 롯데는 2003년 현대석유화학을 인수했고 2007~2008년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유통업체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해외 마트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롯데제과는 네덜란드계 초콜릿 회사 길리안을 인수한 바 있다.

몇 년전부터 롯데가 M & A등을 통해 금융 계열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롯데는 롯데카드(동양카드 인수)와 대한화재보험(대한화재), 롯데캐피탈 등 3개 금융 관련 회사를 가지고 있고, 지난해 코스모투자자문의 보유 지분을 21%까지 늘렸다. 이어 롯데는 우량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에 참여하거나 증권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 같은 롯데의 확장세는 그룹 내 풍부한 유동성이 힘이다. 롯데그룹은 부채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데다, 현금성 자산도 4조원대에 이른다.

또 지난해 불황 속에도 매출이 40조원이 넘는 등 영업 실적 호조도 M & A의 부담을 덜게 한다. 롯데의 53개 계열사가 달성한 지난해 매출액은 모두 41조4000억원이다. 2006년 매출 30조원을 돌파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40조원을 넘은 셈이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로 매물 기업들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올 한해, 롯데는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대상이 나올 경우 잇따라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김보미기자 bomi83@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