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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분식집, 폭발은 방송 출연

곡산 2009. 1. 24. 23:52

시작은 분식집, 폭발은 방송 출연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전국 유명 빵집들의 성공법칙, 경주빵은 원조가 아니래요
한겨레 남종영 기자
한반도 남쪽 경상도 통영의 오미사꿀빵부터 전국적으로 성공해 수출하는 강원도 안흥찐빵까지, 빵집의 성공 스토리에는 일반적인 법칙이 통한다.

⊙ 분식점이 모태 | 시초는 소박했다. 지금의 동네 분식점처럼(아쉽게도 김밥천국의 위세에 많이 사라졌지만) 서너 개의 테이블, ‘스뎅 주전자’와 하얀 플라스틱 컵, 농협 달력이 전부였다. 초기 메뉴는 빵이 전부가 아니었다. 찐빵·꿀빵·도넛 말고도 호떡·라면·떡볶이·만두 등을 팔았다. 그리고 입맛이 소문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각인된다. 하지만 그뿐이다. 전국적인 맛집으로 떠오르진 않는다. 그 누구도 분식점을 맛집으로 여기진 않으니까.

⊙ 언론이 계기 | 빵집을 취재하다 보니, 액자에 걸려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거의 비슷했다. ‘무한지대 큐’, ‘6시 내고향’, ‘생방송 투데이’ 등. 대한민국 빵집 발굴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프로그램들이다. 언론의 조명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이었던 토박이 분식점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맛집의 대열로 올라서게 된다. 주민들은 분식점을 달리 본 뒤 다시 찾고, 관광객도 들르기 시작한다. 특히 통영 오미사꿀빵과 경주 황남빵, 풍기 정도너츠는 관광지 효과를 톡톡히 본 곳들. 정도너츠의 홍정순씨는 “손님 80%가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 학생의 귀환 | 초기 분식점 시절, 대부분 유명 빵집은 학교 앞에서 장사했다. 그때의 고교생들은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온다. 특히 시집간 뒤 친정으로 아이를 낳으러 돌아온 왕년 여고생들에게 ‘입덧 방지용’으로 많이 팔린다고 한다.

⊙ 원조 논쟁 | 일부에선 원조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로 사업이 대형화되면서 형제자매나 동업자가 갈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흥찐빵의 경우 심순녀 안흥찐빵과 면사무소 안흥찐빵이 원조로 불리는데, 두 집 모두 초기 안흥찐빵을 함께 만들던 사람들이 운영한다. 경주 황남빵의 원조는 황오동의 경주 황남빵. ‘경주빵’이라는 이름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나도는 빵은 원조가 아니다. 황남빵은 특허청에 상표권 등록이 돼 있어서 등록권자 외에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경주빵은 지명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전국 특산 빵집 리스트




◎ 경주 황남빵

경주시 황오동 | ☎(054)749-7000 | ⓦhwangnam.co.kr |₩20개들이 1만2천원

황남빵(사진)은 격조 있는 ‘명품 빵’이다. 1939년 고 최영화 옹이 천마총 주변 황남동 30번지에서 처음 만들었다. 처음은 천마총 주변의 도넛·찐빵 가게였다. 간판은 따로 없었다. 황남동에 있어서 황남빵이라고 불렸을 뿐.

황남빵은 국내산 팥만을 사용하며 정밀한 품질 관리로 맛을 유지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경주 사람들에게 황남빵은 졸업식, 생일, 소풍 때만 먹는 특별한 음식으로 취급됐다. 지금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말에는 번호표를 받아 30분~1시간을 기다려야 황남빵을 맛볼 수 있을 정도. 빵집 규모도 커서 고용 인원만 70명에 이른다.

맛의 비결은 국내산 팥의 철저한 품질 관리 덕이다. 박태영 황남빵 부장은 “경북 봉화와 강원 영서 지방에서 팥을 수매해서 쓴다”고 말했다. 팥앙금은 진반죽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빵피는 만두피보다 얇게 붉은 앙금을 감싸고 있다. 얇은 두께 때문에 푸석할 수 있는 밀가루 특유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빵을 먹기보다는 팥을 먹는다는 과장이 어울릴 정도로 팥맛이 빵맛을 좌우한다.

황남빵은 프랜차이즈를 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경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빵이 하나 정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최상은 대표의 지론 때문이라고 한다. 황남빵은 삼대 기업으로도 알려졌다. 1세대 최영화 옹을 이어 대한전선 간부로 근무하던 최상은 대표가 이어받았고 아들 최진환씨가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 안흥찐빵

횡성군 안흥면 | ☎ⓦ 18개 업체 대부분 인터넷 판매 | ₩20개들이 7천원

숙성 시간이 길기 때문에 빵이 차지고, 팥앙금은 지나치게 달지 않은 게 특징이다. 완전히 갈아서 앙금을 만들지 않아 둥근 팥알이 콩알처럼 앙금 안에 박혀 있다.

◎ 진주 수복빵집

진주시 수정동 | ☎(055)741-0520 | ₩찐빵 1인분(6개) 2천원, 꿀빵 1인분(4개) 2천원, 단팥죽·팥빙수(여름 메뉴) 3500원

통영에 오미사꿀빵집이 있다면 진주엔 수복빵집이 있다. 경남 서남부의 빵집 라이벌이다. 제빵업자였던 삼촌이 1948년 문을 연 분식점을 30년 전 조카 박성진씨가 인수해 명맥을 잇고 있다. 수복빵집의 대표 메뉴는 찐빵. 만두 크기의 작은 찐빵에 죽처럼 묽은 팥소(단팥죽을 연상하면 된다)를 걸쭉하게 뿌려준다. 달짝지근한 팥이 혀에 닿는 순간 단맛이 주는 행복감에 빠진다. 꿀빵(사진)도 판다. 수복빵집은 옛날 분위기가 물씬 난다. 주전자에는 뜨거운 보리차가 담겼다. 예나 지금이나 진주고·진주여고 학생들의 단골집이다.

◎ 안동 버버리찰떡

안동시 옥야동 | ☎(054)843-0106 | ⓦbuburi.com | ₩80g×50개 3만9천원

버버리찰떡(사진)은 부활한 떡이다. 일제 때 김노미 할머니가 안동 경북선 철길 밑에서 좌판을 벌이고 버버리찰떡을 팔았고 외손녀 천영조씨와 김동순, 민죽희씨가 신시장에서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하나둘 떡장수를 그만두자, 2001년 버버리찰떡은 사라졌다.

“어렸을 적부터 시장에 가서 버버리찰떡 하나를 주워 들고 오물거리던” 신형서(52)씨는 2004년 찰떡을 살리기로 결심했다. 신씨는 할머니들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그해 10월 신시장 근처에 떡집 문을 열었다. 유명세를 타자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 유독 신의주와 만주에서 살았던 이들이 고향에서 먹었던 찰떡과 똑같다고 했다. 신씨는 “일제 때 이북에서 내려온 찰떡이 신시장에서 정착해 전수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버버리찰떡은 찰떡 위에 팥고물을 붙여 먹는다. 떡고물이 떡 속에 있지 않고 드러나 있는 특이한 형태다. 이 떡은 쌀을 밥으로 짓고 절구로 찧었기 때문에 쌀알이 보인다. 찰떡만큼 강한 찰기는 없지만 담백하게 맛깔스럽다. 잇몸에 달라붙지 않는 장점도 있다. 버버리는 벙어리라는 뜻이다. 찰떡이 크고 맛있어서 입에 넣으면 벙어리가 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고, 특별한 이름이 없어 버버리찰떡이라고 불렸다는 해석도 있다.

◎ 통영 오미사꿀빵

통영시 항남동 | ☎본점 (055)645-3230 도남분점 (055) 646-3230 | ⓦomisa.co.kr | ₩1개 700원, 12개들이 7천원

오미사꿀빵 맛은 꿀맛이다. 동그란 도넛을 튀겼으나 느끼하지 않고 앙금은 많지만 달지 않다. 빵의 겉은 마치 바삭한 과자 같고 그 안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앙금은 부드러운 듯 담백하다. 시골 장터에 아이들을 유혹하는 물고기 모양의 설탕과자가 생각난다. 정원석 할아버지의 아들이 낸 통영 도남동 분점에서는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다.

◎ 황둔찐빵

원주시 신림면 | ☎ⓦ 다수 있다

안흥찐빵마을에 버금가는 황둔찐빵(사진)마을이다. 안흥마을을 벤치마킹했으나 쌀찐빵을 쪄내는 점이 특색이다. 순수 쌀찐빵은 아니지만 쌀이 주재료로 들어가 고소하다. 또한 오색찐빵, 흑미찐빵, 쑥찐빵 등 다양한 찐빵을 맛볼 수 있다.

◎ 풍기 정도너츠

영주시 풍기읍 | ☎본점 (054)636-0067, 안동 (054)852-3005, 대구 (053)568-5400 | ⓦjungdonut.com | ₩1개 600원, 인삼도넛은 900원. 대구 체인점은 각각 800, 1200원.

생강도넛은 생강이 주는 맵고 쌉싸름한 맛에 땅콩과 물엿이 주는 달콤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한입 베어 물을 때마다 오톨도톨한 땅콩 조각이 미각을 부추긴다. 허브·커피·인삼 도넛이 있다.

경주·진주·안동=글 남종영 박미향 기자·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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