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사

2009 M&A시장 최강자 ‘롯데’

곡산 2009. 1. 14. 13:55

2009 M&A시장 최강자 ‘롯데’

롯데의 융단 폭격이 시작됐다!

 황동진 기자 st23@sisatoday.com

최근 롯데그룹의 행보가 심상찮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잇따라 M&A(기업인수합병)시장에 다크호스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신격호 회장의 개인소유 부동산 매각과 그룹 주력계열사들의 잇단 회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모았다. 당시 재계에서는 롯데가 이렇게 모은 자금 유용처에 관심이 쏠렸다. 롯데는 당시 M&A에 쓰일 것이란 재계 일각의 관측에 크게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위기에 대비한 자금 마련”이란 점을 더 강조했었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 끝에 마침내 롯데가 M&A시장을 융단 폭격하고 나섰다.

이에 재계에서는 롯데가 지난해 비축해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올 한해 국내 M&A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 롯데


과거 M&A 쓴 맛 봤던 롯데, 2009년 M&A 통한 제2 성장동력원 찾기
지난해 잇단 회사채 발행 통한 풍부한 자금 바탕으로 롯데식 M&A 공략
올 한해 M&A시장에서 롯데의 금융·식품·유통 등 세 분야 활약상 기대


요즘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 중 ‘유동성 위기’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드물다. 특히 M&A를 통해 급성장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승자의 저주’에 걸려 있다. 이로 인해 M&A시장은 유례없이 불황기를 맞고 있다.

물론 ‘위기는 곧 기회’란 말도 있듯, 부도나는 기업이 많은 만큼 그 기업을 인수해 제2의 성장 동력원으로 삼는 기업들도 많다. 즉 올해 M&A시장은 호황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롯데 역시 이같은 판단을 했을 듯 싶다. 이미 롯데는 지난해 ‘언뜻 언뜻’ M&A시장에 뛰어들 것임을 예고했다.


롯데의 비장한 각오




▲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지난해 10월 롯데쇼핑 이철우 대표는 M&A를 통한 공격 경영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과 10월 회사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또,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M&A를 통한 수익 창출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 대표는 당시 인터뷰에서 롯데가 M&A를 한다든가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 중에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는 위장술에 불과했다. 이유는 최근 롯데쇼핑을 포함한 그룹의 주력계열사들이 M&A시장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고, 몇몇 계열사는 이미 M&A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당시 이 대표가 ‘없다’고 얘기하던 그 이전 시점부터 M&A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역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지난해 그룹 내 주력계열사들인 롯데쇼핑을 비롯한 호남석유화학, 롯데호텔 등이 잇따라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것 또한 이철우 대표의 M&A시장 공략 발언과 맥이 닿아 있는 행보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롯데는 M&A시장에서도 금융·식품·유통 세 분야에서 특히나 두각을 나타내왔는데, 사실 롯데는 오래 전부터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M&A를 통한 덩치 키우기를 해왔다. 하지만 이제까지 별다른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지난 2006년 우리홈쇼핑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사돈지간인 태광산업과 경영권공방으로 시달려왔고, 지난 2007년과 2008년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유통매장 등을 연이어 인수했지만 온갖 풍랑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지난 2007년 12월 대한화재를 인수, 롯데손해보험으로 재탄생시킨 데 이어 지난해에는 롯데카드가 코스모투자자문 21%를 사들여 2011년까지 지분율을 51%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코스모투자자문에 롯데캐피탈까지 더하면 그룹 내 금융 관련 회사가 어느덧 4개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한파와 엔화 상승, 키코 사태 등 숱한 악재를 만나 상황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부진했던 식품과 유통분야에서도 M&A를 통한 제2의 성장동력원을 찾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주류공룡 ‘롯데’ 탄생의 서막




롯데의 계열사 중 올해 M&A시장에서 첫 포문을 연 곳은 롯데칠성음료이다.

롯데칠성은 지난 6일 두산주류사업부문을 5천30억원에 양도계약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은 음료 사업 외에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비롯해 전통주 ‘천인지오’, 수입 포도주 등 다양한 주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출시된 스카치블루는 국내 위스키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8%를 차지하며 3위권이다. 롯데칠성이 지분의 85%를 가진 롯데아사히주류의 아사히맥주도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밀러, 하이네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롯데칠성이 인수할 두산주류BG의 소주 ‘처음처럼’은 2006년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어 13%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며 진로의 참이슬에 이어 업계 2위로, 지난해 매출은 3천419억원, 영업이익은 21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는 현재 M&A시장 매물로 나온 오비맥주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만일 롯데가 두산주류에 이어 오비맥주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롯데는 소주는 물론 와인, 전통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주류 공화국을 이루게 될 전망이다.

때문에 국내 주류시장은 일대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은 두산주류 인수를 통해 기존 위스키 중심의 주류사업에서 소주, 와인, 청주 등 주류 전 제품의 라인업을 구축해 종합 주류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며 “이는 주류공룡 ‘롯데’ 탄생의 서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국내 맥주와 소주 시장을 장악한 하이트· 진로와의 치열한 경쟁도 주류업계의 올 한해 주요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제과업계 제왕은 바로 나!




제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는 지난해 M&A시장에서 수차례 거론됐었던 쌀과자 업체인 (주)기린과의 인수를 이제야 인정했다. 물론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100% 인수가 아닌 전략적 제휴에 불과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M&A시장에서 매물로 나온 기린의 인수대상자로 거론됐던 롯데는 초지일관되게 부인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물밑 협상을 한창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롯데가 “기린과는 전략적 제휴에 불과하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이는 아무도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최종적으로 기린을 인수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M&A수순이니 혹은 CJ와 쪼개기식이니 그런 말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롯데제과의 스낵부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이번 기린과 제휴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에 롯데제과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주)기린은 지난 1969년 부산에서 설립된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연간 매출 1천억원 규모로 부산과 경남·경북 제빵업체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만일 일각의 관측대로 롯데제과가 기린을 최종 인수한다면 현재 업계 1위인 롯데를 따라올 기업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제왕 넘보는 롯데




유통업계 제왕 신세계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롯데는 올해 신세계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이미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백화점이 한화 갤러리아백화점간 M&A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사실 갤러리아백화점 인수설은 지난 2005년부터 나왔다. 그때마다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사뭇 진지하다.

한화가 대우조선인수을 위한 자금 마련위해 자산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이중 갤러리아백화점 역삼점을 비롯한 수원점 매각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롯데는 비단 갤러리아백화점 뿐만 아니라 롯데마트의 전국 매점 확장 개설을 강력하게 추진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맹추격은 신세계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며 “신세계가 조금이라도 느슨한 기미를 보였을 시 그땐 롯데가 업계의 제왕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롯데식 부동산개발 통한 M&A




▲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하면 ‘땅’부터 생각날 정도로 전국 방방곳곳에 수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롯데 일가 개인 소유 땅까지 포함한다면 수조원대에 이른다.

특히 신격호 롯데 회장이 부동산 투자에 대한 남다른 신기(?)가 있다는 것은 익히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롯데가 국내에 확실한 기반을 잡게 된 배경에도 이 부동산 투자가 크게 한 몫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동산 투자 방식에는 M&A의 전초전과 결부되는 경우도 더러있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인수하기 보다는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차례대로 인수하면서 최종적으로 집어삼키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는 단점도 있지만, 돌발 변수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롯데의 이런식의 부동산 투자 기법을 보인 곳이 있다. 그룹의 부동산개발을 담당하는 롯데자산개발이 대한통운이 보유했던 빌딩을 매입했다.

때문에 M&A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롯데의 대한통운 인수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롯데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