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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롯데그룹 불공정거래행위 백서

곡산 2008. 12. 22. 19:21

[심층분석]롯데그룹 불공정거래행위 백서
롯데그룹, 상습적 불공정거래행위 빈번한 내막
 
김경탁 기자
지금 재계에선 '상생협력'이 최대 화두의 하나이다. 재벌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은 연일 '중소기업 살리기'를 구호로 내걸고 갖가지 행사를 열고 있고, 주요 재벌그룹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선하는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다.

하지만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한 그룹들 중에는 하도급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로 악명이 높은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고, 특히 일부 그룹의 경우 불공정거래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계열사는 협약 명단에서 아예 뺀 것도 발견돼 쓴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시사주간지 <사건의내막>이 지난 9월 "총수일가 퍼주던 롯데, 하도급업체엔 인색"이라고 보도했던 롯데는 10월21일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 체결 선포식을 가졌는데, 여기에는 공정위에 가장 많이 적발된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이 포함되지 않아 협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남겼다.

하기야 본지가 지난 2주에 걸쳐 보도한 'LG전자 홈플러스 자사 PC매장 죽이기 논란'의 주인공인 LG도 11월24일 LG전자 포함 6개 계열사가 1800개 협력사와 함께 같은 행사를 가졌던 것을 보면 일부 재벌들에게 '상생협력'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신동빈 롯데쇼핑 부회장        ©브레이크뉴스
 

세계적 명품 브랜드 샤넬과 자존심 건 끝장 대결
샤넬한테 이 정도라면 다른 업체들에겐 어땠을까?


국내 백화점 업계 1위 기업인 롯데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과 매장 배치 문제로 몇 개월 째 갈등을 벌여오다가 급기야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관련 보도 내용들을 건조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롯데와 샤넬은 그동안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 샤넬 매장을 내는 문제로 협상을 벌여왔는데 샤넬이 내년 3월 개장하는 신세계 센텀시티점 입점을 우선 확정했다.

때마침 롯데가 백화점 화장품 매장 레이아웃 조정 계획을 짜면서 샤넬에 기존 매장 계약 해지 및 축소·위치조정 방침을 통보했고, 이에 대한 반발로 샤넬 측에서 롯데백화점 전 매장 철수를 엄포 놓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의 관계가 파국으로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사안에 대해 보도한 언론들은 명품업체들이 다른 대부분의 백화점 입점업체들에 비해 백화점에 더 많은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롯데 vs 샤넬 - 두 골리앗의 대결'이라는 구도를 짜놓고 '샤넬이 세냐, 롯데가 세냐'는 식의 가십성 자존심 싸움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샤넬이 국산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인해 화장품업계 내에서 매출 순위가 5위권으로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넓은 매장을 고수하기 위해 보여준 고압적인(?) 태도는 이러한 구도를 더욱 맛깔 나게 하는 양념이 되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 측에서는 "샤넬의 화장품 매장 재배치 문제와 센텀시티점 입점 협상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그동안 롯데의 관련 '전과(?)'들을 되돌아보면 롯데의 이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매출 순위가 떨어지는 업체의 매장을 축소·이동할 수 있다는 롯데의 입장도 설득력을 갖기는 하지만 일련의 사건이 벌어진 정황을 놓고 보면 업계 일각의 시선처럼 '납품업자의 경쟁 백화점 입점에 대한 일종의 보복성 조치'로 해석될 여지 또한 너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샤넬 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입점 업체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를 예상하면서 이 사안을 바라보면 본질적으로는 롯데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엿보이는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롯데, 전과가 있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10일 전원회의를 개최해 대형 유통업체의 구조적·관행적인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총 13억70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이날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3사는 공히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백화점의 매출정보 등을 부당하게 취득한 행위와 소비자에 대한 부당한 표시행위가 적발됐고 그에 따라 각각 4억1600만원, 3억2000만원, 3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날 발표된 내용 중에 기자의 눈길을 끈 부분은 롯데백화점 혼자서 적발된 '납품업자의 경쟁백화점 입점을 방해한 행위'로, 롯데백화점은 이 혐의를 인정받음에 따라 3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별도로 부과받았다는 것이다.

이 내용과 관련해 롯데 측은 구체적인 내용 공개를 거부했고, 공정위는 아직 의결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오는 1월 초쯤에나 의결서가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관련 업체들도 공정위 발표 이상 알고 있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이번에 제재를 받은 내용이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신세계백화점과 사이에 의류업체들을 두고 벌어졌던 입점 방해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국내 유통의 최강자 롯데쇼핑의 명동 백화점 본점.       ©브레이크뉴스
 

국내 유통 최강자 롯데 '경쟁백화점 입점 방해' 적발
1월 초 공개될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서에 관심 집중


롯데는 2004년 2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하려는 납품업자에게 마진인상, 매장이동 등의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을 통보하는 방법으로 입점을 막았고, 2005년 8월과 2006년 4월에는 신세계 본점에 입점한 납품업자에게 같은 방식을 써서 퇴점을 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중에서도 2006년 4월에 있었던 입점 방해 행위는 롯데쇼핑과 신세계 사이에 '산업 스파이 논란'이 벌어지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고, <사건의내막>도 이와 관련해 심층기사를 다룬 바 있다.(박스기사 참조)

만약 2004∼2006년 사이에 있었던 사안에 대한 제재가 이제야 나온 것이라면 공정위의 업무 처리 관행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고, 이와는 별도의 새로운 행위가 드러난 것이라면 이 또한 빅뉴스여서 이래저래 공정위의 의결서 공개가 주목된다.

특히 샤넬과 롯데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 처음 보도된 것이 지난 10월 초순이었음을 감안하면, 공정위로부터 납품업자의 경쟁백화점 입점을 방해한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은 지 불과 한 달도 안 되어서 유사한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는 말이어서 롯데의 도덕성에 또 한번 흠집이 생길 판이다.
 
롯데에 '공정거래'란 무슨 뜻?
 
전문에서 지적했듯이 롯데그룹은 10월21일 8개 계열사·2449개 협력사와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고, 여기에는 불공정거래행위가 가장 많이 적발된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은 포함되지 않았다.

협약에 참가한 계열사는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알미늄, 롯데삼강, 롯데정보통신, 롯데기공, 롯데햄, 대홍기획 등으로 본지가 롯데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주목하는 계기가 된 대홍기획은 협약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사건의내막 535호 '롯데계열 광고기획사, 불공정 행위 적발!' 기사 참조)

롯데건설은 지난해 12월 5대 건설사의 '하도급 공정거래협약 합동선포식'에 이름을 올렸고 롯데쇼핑은 대형마트 부문이 올 6월 중소기업중앙회와 '대·중소기업 마케팅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약속한 바 있어서 어떻게 보면 그룹 차원의 협약 체결이 중복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롯데쇼핑과 롯데건설이 공정위 제재를 받은 내용들을 보면 롯데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는 협약 체결과 무관하게 꾸준히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져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가 제재를 의결한 것 중에서 8월29일의 롯데건설 사건은 불공정 거래행위가 벌어졌던 기간이 2005년 7월25일부터 2008년 6월30일까지였으니까 5대 건설사 합동 선포식 이후 반년동안 같은 행위가 이어졌다는 뜻이다.

또한 롯데쇼핑은 2007년 12월 말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의결돼 올 1월 공개된 비계열 특수관계회사 ㈜유원실업과 계열회사인 ㈜시네마통상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해 3억20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이 내려졌지만 부당 지원을 어떤 식으로든 시정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재벌그룹들이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은 해당 기업이 참여 계열사와 협력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협력 내용도 기업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한다.

공정위는 협약 체결 1년 후 협약 이행여부를 평가해 우수한 원사업자에 대해 직권조사 면제(1∼2년) 및 표창 수여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는데, 해당 기업이 약속한 상생협력의 내용을 실제로 이행했는지는 전수조사가 아닌 간접 표본조사방식으로 점검한다.
 
 주간 <사건의내막> 550호   취재 /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특종기사 리뷰>

‘롯데 vs 신세계, 산업스파이’ 논란이란?

롯데쇼핑 K부장, 신세계 본점 휴일 염탐 들켜 
 




2006년 5월3일, 신세계는 롯데쇼핑에서 백화점부문 영캐주얼팀을 맡고 있는 K부장을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K부장이 그해 4월17일 신세계 본점에 침입, 매장을 수색하는 등 경비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본지 보도내용을 보면 K 부장은 모든 백화점의 정기휴일(월요일)이었던 이날 밤 자신을 의류업체 직원이라고 속이고 들어와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장을 염탐하다가 평소 안면이 있던 신세계 여성팀 바이어가 K부장을 알아봄에 따라 적발되었다고 한다.
 
신세계 측은 "그동안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업체가 신세계 매장에 새로 들어오려고 하면 롯데 측이 해당업체에 퇴출압력이나 영업정지 등 불이익을 주는 일이 많았다며, K부장의 염탐 목적도 신세계 입점을 사전에 알아내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신세계 측은 특히 2005년 8월 신세계백화점 명동본점이 새단장을 하기 위한 공사를 할 때에도 롯데 측 바이어 2명이 협력업체 직원을 사칭해 현장에 잠입·염탐하다가 발각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신세계 관계자는 "검찰고발에 앞서 롯데쇼핑 측에 담당자 처벌 및 재발방지와 사과약속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조용히 해결하려고 시도했으나 롯데쇼핑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검찰고발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K부장은 그해 9월29일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조치 처분을 받았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도 아니고 해당 부장이 알아보려던 매장 위치와 인테리어도 회사 기밀로 볼 수 없어 기소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시 검찰의 설명이었다.
 
2006년 검찰고발 당시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유통업계에서 경쟁업체 매장을 방문해 염탐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영업시간에 들어와서 보는데 굳이 휴무일 밤에 들어온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롯데가 신세계백화점에 최근 입점한 의류 3사에 대해 마진 인상과 영업정지 그리고 퇴점 조치 등 보복성 징계로 불이익을 가하는 과정에 정보수집을 위해 무단침입이라는 무리수까지 두게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자사 입점 브랜드 경쟁사 신규 입점 막기 위한 정보
수집 목적? 신세계, 고소…검찰 5개월만에 기소유예

K부장이 잠입한 당시 신세계 본점에는 ㈜예신퍼슨스 계열브랜드인 codes combine(코데즈콤바인), ㈜MK트렌드의 TBJ(티비제이), ㈜리얼컴퍼니의 ASK(애스크) 등 3개 브랜드가 신규 입점을 준비하고 있었고 롯데는 이 업체들의 계열 브랜드에 대해 자사 일부 점포에서의 매장 철수를 통보했다.
 
퇴점 통보를 받은 매장은 예신퍼슨스 계열 15개, MK트렌드 14개, 리얼컴퍼니 1개로, 리얼컴퍼니의 경우 당초 10여 개 매장에서 퇴점 통보를 받았으나 롯데와 협상을 통해 1개 매장을 철수하는 대신 점포의 수수료를 1%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신세계 측은 이 브랜드들이 퇴점 통보에 앞서 영업정지 등의 압력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주)예신퍼슨스 계열브랜드인 코데즈콤바인, 니퍼, 마루, 노튼, 스멕스 등 5개 브랜드는 4월 바겐세일 마지막 3일 중 금요일인 오후 6시부터 9시, 토요일인 15일 오픈 때부터 오후 3시까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매장에서 아예 영업정지를 당했다.
 
(주)MK트렌드 계열인 엔듀, 버커루, TBJ는 4월 바겐세일 막바지인 14일부터 16일까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노원점, 잠실점, 영등포점 매장의 영업 정지를 당했고, 이 중 TBJ는 5월1일부터 마진 인상, 엔듀는 롯데백화점 3개 점포에서 퇴점 통보를 받았다.
 
(주)리얼컴퍼니의 ASK도 신세계 본점 매장을 오픈한 그해 4월18일 이후 롯데 측으로부터 마진 인상에 대한 통보를 받았으며, 롯데백화점 안양점의 ASK매장은 퇴점 통보를 받았다고 신세계 측은 지적했다.
 
브랜드업체들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롯데쇼핑 측은 "퇴점 통보나 마진인상은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일이라며, 해당 매장들이 철수통보를 받은 것은 실적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1년중 1∼2월과 7∼8월 두 번씩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는데, 이 과정에 보통 5% 정도의 브랜드가 바뀐다"며, "퇴점 통보 매장들이 마치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7월 전까지는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