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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바꾼 롯데 VS ‘거화취실’ 쫓는 신세계

곡산 2009. 2. 8. 13:41

DNA 바꾼 롯데 VS ‘거화취실’ 쫓는 신세계
[새봄기획] 롯데와 신세계가 뒤바꼈다?
 
박종준 기자
 
영원한 '맞수' 롯데와 신세계의 최근 행보
 

요즘 국내 유통가에서는 물론 재계, 나라 안팎으로 연일 롯데(회장 신격호, 부회장 신동빈)라는 이름이 도배되다 시피하고 있다. 이렇게 롯데가 연일 화제의 정점에 있는 이유는 ‘제2롯데월드 건립’이나 ‘두산주류 인수’ 등이 워낙 임팩트가 강한 이슈인 탓도 있지만, 말 그대로 요즘 ‘잘 나가는’ 롯데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게 ‘그럼 롯데의 라이벌인 신세계(회장 이명희, 부회장 정용진)는?’이라는 명제가 불쑥 떠오른다.

▲최근 각종 이슈로 잘 나가는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왼쪽)과 최근 '내실다지기'에 한 창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오른쪽)     © 브레이크뉴스
 
유통가에 롯데만 있느냐. 요즘 신세계도 만만치 않은 ‘포스’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유통가에서 롯데와 ‘난형난제’의 라이벌인 신세계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내실 다지기’에 몰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더 강해진 모습이다. 특히 이런 과정에서 신격호 회장의 좌우명인 ‘거화취실’의 롯데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지만, 거꾸로 경쟁자의 ‘DNA’인 ‘거화취실’을 벤치마킹한 듯한 신세계의 ‘조용하면서도 강한 내실다지기’ 작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유통가에서는 말 그대로 ‘롯데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 지금도 ‘제2롯데월드 건립’과 최근 인수에 성공한 롯데주류(전 두산주류)는 재계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정초 ‘설날’ 정치·문화·경제·사회를 아우르는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을 정도.

롯데의 14년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립’은 지금도 논란 중이다. 그런 까닭에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 ‘관광사업’ 등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허가’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긴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롯데가 오는 3월부터 ‘롯데’의 ‘DNA’를 달고 시장에 나올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관심사다.

최근 인수한 주류사업에 있어서 롯데는 인사 작업 등과 함께 앞으로 시판될 ‘처음처럼’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작업에 한 창이다.

특히 롯데는 관련 계열사인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마트 등으로 대표되는 탄탄한 유통망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롯데마트 매장에서도 ‘처음처럼’을 전진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소주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소주시장 ‘강자’인 진로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할 정도. 그 경쟁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롯데, '보수경영'으로 대표되는 '거화취실'과 상반되는 '화려한 변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롯데의 이런 모습은 ‘거화취실’이라는 좌우명처럼, ‘화려한 것보다 내실을 취한다’는 ‘보수경영’으로 알려진 신격호 회장의 좌우명과는 딴 판이다. 이참에 아예 그 ‘DNA’를 바꾼 모습이다. 말 그대로 롯데의 변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까지는 국내 유통가나 재계에서 과거 ‘조용한 경영’을 경영을 강조했던 롯데의 ‘화려한 외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당분간은 롯데가 재계에서 회제를 몰고 다닐 ‘주인공’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럼 이렇게 잘 나가는 롯데의 경쟁자 신세계는?

그렇다고 신세계도 경쟁자 ‘롯데’의 ‘호시절’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요즘 신세계는 그동안 이마트 등의 점포수를 늘리는데 힘을 쏟던 모습과는 뉘앙스가 있어 보인다. 신세계가 이번에는 ‘내실 다지기’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전까지는 유통가가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이긴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갖가지 경제적 ‘악재’가 누적되면서 유통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가는 모습이기 때문.

그런 상황에서 신세계는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신세계가 채택한 것이 바로 ‘내실 다지기’ 조용하면서도 강한 모습이다.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유통가에서 롯데와 함께 신세계를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요즘 신세계, '집안 내실' 다지고, 유통사업 '내실다지기' 착착

그 중에 하나가 신세계는 지난 11월19일 “남대문에 있는 메사플러스 보유분 4만4200여㎡를 매입했다”고 밝힌 것.

이에 따라 현재 신세계 본사가 있는 충무로와 거리는 물론 교통, 상권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신세계가 이번에 매사 빌딩을 매입한 결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단순히 ‘덩치 키우기’ 차원이 아니라 ‘집안’의 ‘내실 다지기’와 맥이 닿아 있다.

기존 충무로 신세계 본사의 경우 백화점과 같은 동 건물을 사용하면서 계열사가 15개나 되는 대그룹에게는 공간이 작다는 점이 고민이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신세계가 현재의 본사와도 거리상으로 가까워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남대문 메사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번 매입에 성공한 메사 빌딩 활용에 대해 신세계는 앞으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 베이커리 등 그룹 내 관계사들의 부족한 사무공간으로 활용해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사원 교육 등의 부분에도 활용하고 복지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기에다 지난
신세계는 ‘효자상품’이자 ‘주력사’라고 할 수 있는 신세계이마트의 본사를 이전했다.

신세계이마트의 ‘성수동 시대’가 시작된 것. 본사를 이전하고 행정을 일원화한 만큼 그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현재 성수동에는 이마트가 매장이 있고, 다른 한편에 이마트본사 건물을 신축했다. 이 건물에는 앞으로 충무로 극동빌딩에 임대형식으로 본사업무를 보고 있고, 실질적인 본점 역할을 하고 있는 응암동이마트에서도 본사 역할을 하는 행정부서가 따로 있다.

이를 모두 합쳐 이번에 신세계이마트 성수점 옆에 완공되는 신세계이마트 본사에 합쳐지게 됐다.

신세계이마트 본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해 있고 건물은 지하
, 지상 20층, 연면적 54,313.26㎡(용적률 280.55%) 규모로 신축 중이다.

그동안 극동빌딩과 응암점에 본사 행정업무가 분산돼 있다 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뿐더러 극동빌딩에는 임대형식으로 들어가 있다 보니 임대료도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한편 신세계가 야심차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영등포에 다시 들어서게 될 경방타임스퀘어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의 두 번째 점포인 영등포점은 오는 11월30일까지 영업을 하고 문을 닫은 후 내년 8월 다시 선보이게 된다.

앞으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2월 경방과 20년 장기위탁 경영에 합의하고,
1300억여 원을 투입해 새 단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으로 리뉴얼 작업에서 기존 백화점 형태를 유지하는 한편 5620㎡ 규모의 명품관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신세계는 앞으로 그 면모에 있어 다소 많은 부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협소했던 오피스 빌딩을 사들여 업무공간을 창출하는 하고 주력사인 이마트도 실질적인 본사 개념의 사옥을 마련하게 됐고 그동안 이마트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던 백화점 쪽에서도 새로운 시도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거기다 신세계가 앞으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료는 바로 '글로벌 유통지존'의 모습이 어렴풋이 잡힌다.

또한 신세계 이마트가 상반기내에 중국 심천(2月), 미국 LA(3月), 베트남 호치민(5月)에 현지 소싱 사무소를 추가로 개설하는 등 소싱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글로벌 소싱에 박차를 가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는 "국내는 좁다. 이제는 '글로벌'이다!"라는 모토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LA와 베트남의 소싱 사무소 개설은 기존 중국 중심의 해외 소싱을 미국, 캐나다, 칠레 등 미주권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으로 확대하는데 큰 의의를 갖는다는 설명.

특히 먼저 3월에 개설하는 미국 현지 소싱 사무소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의 소싱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것도 신세계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미국은 과일류와 가공식품 등 식품관련 최대 소싱처로 식품류 외에도 인지도 높은 일상용품이나 패션 등의 고품질 글로벌 브랜드 상품이 밀집되어 있으며, 세계적인 상품 박람회도 다수 개최되고 있어 소싱 상품 개발에 요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는 과일류와 가공식품 등 식품류를 중심으로 기존 미국 소싱을 진행해 왔으나 올해는 식품류와 함께 글라스, 그릴, 완구 등의 생활용품과 인지도 높은 글로벌 패션브랜드 상품의 소싱도 적극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08년 기준 8백만 달러 수준의 미국 소싱 규모를 2009년에는 3천 3백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4배 늘리고, 2012년에는 미국 소싱 상품을
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5월에 개설하는 이마트 베트남 현지 소싱 사무소는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역의 소싱을 본격화하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이마트는 베트남 호치민 소싱 사무소를 통해 노동집약도가 높은 가구, 침구, 주방용품 등 생활용품을 추가로 개발함과 동시에 열대과일이나 수산물 등의 식품 소싱 물량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베트남 소싱 규모를 2009년까지 1천 6백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4배 늘리고 오는 2012년에는 베트남 소싱 물량 5천만 달러를 포함하여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 소싱을 1억 달러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이마트 해외소싱담당 최성호 상무는 “올해는 신규로 개설되는 LA와 호치민 사무소를 통해 미주권과 동남아권의 소싱 상품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다” 라며 ”이를 통해 올해 중국 외 국가의 상품 소싱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등 세계 곳곳의 차별화된 상품을 늘려, 소싱 상품 경쟁력 증가 및 핵심 역량을 강화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요즘 다른 행보로 두 기업 '라이벌 경쟁' 더욱 주목돼

이처럼 최근 워낙 롯데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다 보니 신세계라는 이름은 뒷전에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롯데 못지않게 분주했던 신세계다. 다만 보이지 않았을 뿐. 이런 모습은 과거 ‘거화취실’의 롯데를 보는 듯하다. 두 기업의 최근 행보가 거꾸로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세계가 경쟁자 롯데를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조용하면서도 강해지려는 신세계의 의중이 어림 잡힌다.

앞으로 롯데와 신세계의 ‘라이벌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취재 / 박종준 기자 119@break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