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엑설런트의 '두 버전'… 소비자 반응 간보기?

빙그레 엑설런트의 '두 버전'… 소비자 반응 간보기?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10.01 06:32 | 최종수정 2008.10.01 08:04

 

[CBS사회부 최선욱·고영규 기자]

빙그레 '액설런트' 아이스크림을 즐겨먹는 주부 정모(37) 씨.
평소 권장소비자가가 8천 원인 제품을 50% 할인된 4천 원에 사먹었으나 남편이 사온 액설런트는 달랐다.

권장소비자가가 6천 원으로 2천원 쌌지만 반값이 아닌 17%만 할인된 5천 원에 사와, 결과적으로 1천 원을 손해보고 구매한 셈.

정 씨는 해당 소매점에 문의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답변만 들은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권장소비자가 '8천 원과 6천 원' 동시 유통, 왜?

빙그레 1등급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인 '액설런트'가 권장소비자가격이 각각 8천 원과 6천 원인 상품이 동시에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사고 있다.

특히 소매점마다 소위 '미끼상품'으로 아이스크림을 상품 진열대에 전략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아예 권장소비자가격을 무시하고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30일 빙그레와 소비자 등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8월 1등급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인 '액설런트'를 6천 원에서 8천 원으로 권장소비자가를 33%나 슬그머니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빙그레는 기존 대리점과 영업소로 공급된 6천 원짜리 상품을 수거하지 않고, 수량과 성분, 함량, 크기가 똑같은 8천 원 짜리를 중복 공급했다.

빙그레는 대리점과 영업소 측에는 사전에 공지를 했으나 소비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단일 품목으로 33%나 가격인상을 단행, 소비자와 시민단체 등의 저항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6천 원짜리 수거없이 8천 원짜리 상품을 중복 공급한 것은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빙그레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빙그레의 설명대로라면 '액설런트'는 바나 콘과는 달리 가족용 아이스크림으로 주로 가을과 겨울이 판매 성수기인 제품.

따라서 빙그레가 이미 공급한 낮은 가격의 아이스크림을 시간적으로 충분히 회수할 시간이 있었지만 서로 다른 두 가지 권장소비자가가 새겨진 고가의 아이스크림을 여름부터 동시에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간'을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끼상품', '희생타'로 활용, 소비자 가격혼란 부채질

특히 이렇게 유통된 아이스크림이 소매점에서는 권장가격을 무시하고 소위 '미끼상품'으로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A 소매점에서는 8천 원짜리 '액설런트'를 50% 싼 4천 원에 판매하고 있으나, 같은 지역 B 소매점에서는 6천 원짜리가 5천 원에 판매되고 있다.

또 모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6천 원짜리가 3천400원에 판매되는 등 '미끼상품'이란 이유로 권장소비자가가 무시된 채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소매점 업주는 "아이스크림의 경우 마진이 최소 25%에서 최대 50%로 다른 상품에 비해 월등히 좋은 편"이라며 "소위 '미끼상품'이나 '희생타'로 아이스크림이 사용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빙그레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교체시기가 긴데다 통상 소진될 때까지 회수하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게 관례"라며 "영하 18℃ 이하로 냉동보존해 자연살균되기 때문에 제품에는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빙그레 측은 또 "일부 소매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최대 50%까지 마진을 주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미끼상품'으로, 말 그대로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가격차이로 인한 일시적인 혼란은 있을 수 있으나 조만간 6천원짜리 상품이 소진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혼란은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권장소비자가가 새겨진 아이스크림에다 권장소비자가가 철처히 무시되면서 소비자들의 신중한 선택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midusyk@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