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GMO

GMO식품표시제 "EU수준 강화" 對 "현행 유지"

곡산 2008. 7. 15. 08:23
GMO식품표시제 "EU수준 강화" 對 "현행 유지"
한국도 소비자 - 업계 논란

◆폭등하는 곡물값…유럽ㆍ일본 GMO식품 현장 가보니◆

한국은 지난 2001년부터 GMO식품표시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유전자 재조합 성분이 남아 있는 식품 △유전자 재조합 콩, 옥수수 등을 주요 원재료로 사용한 식품 △유전자재 조합 작물이 3% 이상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경우 △유전자 재조합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 경우 또는 유전자 재조합이 아님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 GMO 표시를 하도록 되어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현행 기준을 EU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일단 비의도적 혼입 허용 기준을 3%에서 1%로 낮추고, 가공식품의 경우 유전자 재조합 성분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원료에 사용했으면 GMO식품으로 표시해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간장, 식용유, 전분당 등 GMO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식품에도 GMO 표시를 해야 한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국내 식품의 유전자 재조합 성분 평균 혼입치는 0.5%로 1%로 낮춰도 큰 문제가 없다"며 "GMO식품의 유해성이 지금 당장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미래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선택이 가능하도록 표시해 주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식품 제조업체 쪽은 현행 표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원료 수급이 안 되는 상황에서 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논리다.

송성완 한국식품공업협회 팀장은 "GMO 성분이 잔류하지 않는 가공식품은 분석을 통해 GMO인지 아닌지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혼입치 기준 강화에 대해서도 "식용 콩의 경우 유전자 재조합 성분이 1.5% 정도 검출되는 것을 감안할 때 1%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식품 원료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EU와 100% 해외 조달하는 우리의 관리 기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GMO표시제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GMO식품 안전하지만 성분표시 놓고 줄다리기

◆폭등하는 곡물값…유럽ㆍ일본 GMO식품 현장 가보니◆

"전통적 식품이 존재하는데 굳이 GMO 식품을 먹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마르코 발레타 EU집행위원회 바이오기술담당 정책관) "일본의 식량자급률은 38%에 불과하다. 일본전분협회는 2~3개월 전 GMO 옥수수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사쿠라다니 미쓰카즈 일본 농림수산성 과장보좌)

세계적 곡물품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유전자재조합(GMO) 식품 소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비GMO 옥수수 수급에 한계를 느낀 한국전분당협회가 GMO 옥수수를 들여온 이후 `GMO 표시제`의 확대 시행을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지금까지 허가된 GMO 식품에 대해 현재 정부는 인체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이지만 소비자단체들은 "GMO의 안전성 판단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져야 하며 GMO 식품을 먹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표시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EU,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정인 일본을 방문해 GMO 실태를 돌아봤다.

◆ EU, "식량자급 충분, GMO 안 먹어도 돼"

= 지난 1일 프랑스 파리 베르시구(區)에 위치한 카르푸 매장. 일행 10여 명이 식품코너를 샅샅이 훑었지만 GMO 식품을 단 한 개도 발견하지 못했다. `SANS OGM`(Non-GMO의 프랑스식 표기) 표시가 찍힌 옥수수 통조림이 유일한 GMO 관련 표시였다.

프랑스를 포함한 EU 회원국의 GMO 표시 기준은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GMO 성분이 0.9% 이상인 때`로 한국 3%, 일본 5%보다 훨씬 엄격하다. 또 간장, 식용유 등 최종 제품에서 GMO 성분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원료로 GMO가 사용됐다면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EU에서 소비되는 GMO 작물은 거의 100% 동물사료용이고 사람이 먹는 식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만난 마르코 발레타 바이오담당 정책관은 "유럽 소비자들이 GMO를 원치 않기 때문에 일반 식품매장에서 GMO 식품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발레타 씨에 따르면 유럽사람들의 GMO에 대한 거부감은 안전성이 아니라 문화적 이질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유럽인은 미국인에 비해 전통적 가치에 대해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는데 식품도 마찬가지다.

그는 "EU집행위원회가 승인한 GMO 작물은 논란의 여지없이 안전하다. 그러나 이를 살지, 말지는 소비자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최근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에서는 GMO 사료를 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나 유제품에 대해서도 GMO 제품 표기를 요구하는 등 표시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선택권이 존중될 수 있는 것은 100%가 넘는 식량자급률을 자랑하는 EU의 물적 토대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EU는 2000~2004년 전 세계 농산물 수출 중 18.68%를 점유해 미국(18.19%)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 일본, "GMO 수입, 발등의 불"

= 유럽에서 GMO가 단지 기호의 문제인데 반해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에선 절박한 현실의 문제로 인식된다. 지난 4일 도쿄에서 만난 사쿠라다니 농림수산성 과장보좌는 "비GMO 원료 구매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며 GMO 농산물 수입의 불가피성에 대한 언론보도도 최근 있었다"고 전했다.

곡물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업체까지 나왔고 이에 따라 일본전분협회는 GMO 옥수수 사용을 선언한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해 총 1688만t의 옥수수를 미국에서 수입해 왔는데 이 중 300만t은 식품용으로, 나머지는 사료용으로 쓰였다.

지금까지 식품용은 전량 비GMO로 충당해 왔지만 이 같은 상황에 한계가 왔다.

그러나 일본 역시 GMO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아 GMO 식품원료 도입에 대한 저항이 적지 않다. 사쿠라다니 과장보좌는 "비GMO 또는 순수 국산만을 강조해 오던 업체들이 입장을 바꾸기가 매우 난처한 상황"이라며 "정부 또한 GMO의 안전성에 대한 보다 많은 설명을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GMO 식품 표시기준이 5%로 한국보다 더 느슨하다. 사쿠라다니 과장보좌는 "표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아직 본격적이지는 않다"고 전했다.

[파리ㆍ브뤼셀ㆍ도쿄 = 노원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