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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를 잇는 家嶪] ⑮ 동양종합식품 ‥ 軍장병들도 안먹은 사람 없죠

곡산 2008. 6. 14. 08:17

[代를 잇는 家嶪]

⑮ 동양종합식품 ‥ 軍장병들도 안먹은 사람 없죠

동양종합식품은 햄 소시지 어묵 등을 생산하는 33년 역사의 육가공 업체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업체이지만 웬만한 사람이라면 알게 모르게 동양종합식품이 만든 어묵이나 돈가스 소시지를 먹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사는 군납 물량의 15%를 차지하는 국내 1위 중소기업이다.

한때 CJ 동원산업 등 대기업 제품의 일부도 동양종합식품이 만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물량이다.

창업주인 강봉조 전 회장(2005년 작고)은 원래 군(갑종) 출신으로 40대 후반의 늦깎이 창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4남매 중 대학생만 2명이어서 군대 월급으로는 도저히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중령으로 예편한 강 전 회장은 지인들의 권유로 식자재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 퇴직금을 몽땅 넣어 1975년

경북 경산에 동양종합식품의 전신(全身)인 동양종합상사를 세웠다.

초기에는 대기업 도.소매로 시작했다가 아예 식품 공장을 차렸다.

1980년대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를 끌었던 '혼합 소시지'를 비롯해 양념소스 당면 과자 등을 만들었다.

사회 기반이 없었던 강 전 회장은 그야말로 밑바닥 영업부터 시작했다.

손수 2.5t 트럭을 몰고 전국 각지의 안면도 없는 중간 상인(대리점)들을 찾아다니며 공장에서 만든 식품을 팔았다.

트럭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일쑤.물건을 납품하고 돌아오면 공장에서 근로자들과 뒤섞여 제품을 생산했다.

"부친은 오랜 군 생활을 통해 근면함과 정직함이 몸에 밴 탓에 원가를 속이지 않고 납품 기일을 제때 맞추는 것을 중요시했습니다.

여느 장사꾼과는 다르다는 소문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거래처도 늘기 시작했지요."(강상훈 대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동양종합상사는 1985년 거래처에서 받은 8억원가량의 어음이 부도 처리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

강상훈 대표는 "부친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빚을 돌려 막으며 힘겹게 회사를 운영했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며 "어머니까지 공장에서 숙식하며 일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회고한다.

회사 존립의 위기 속에 강 전 회장이 돌파구로 군납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자금난을 겪으면서 안정적인 거래처가 절실했던 것.강 전 회장은 1988년 육군본부를 찾아가 군의 급식 개선을 명분으로 햄버거 식단을 제의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고기 조각)를 납품하기 위해서였다.

강 전 회장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판단한 육본 측에서는 우선 시범 급식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병사들의 호응도가 높게 나오면서 햄버거가 정식 식단으로 확정됐다.

강 전 회장은 '패티'가 성공하자 돈가스 햄 전투식량 등으로 군납 품목을 늘려 나갔다.

이때부터 강 전 회장은 주력 제품도 육가공과 양념 소스로 재편했다.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갈수록 육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 전 회장은 군납 시장이 커지면서 육가공협동조합을 결성,초대 및 2대 회장에 이어 5대,6대 회장을 연거푸 역임했다.

1989년에는 강 전 회장의 차남 강상훈 대표가 동양종합식품에 합류,본격적으로 가업을 잇게 된다.

이후 제일제당 동원산업 오양수산 등 대기업 OEM 시장에 뛰어들면서 사세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해마다 주문이 늘면서 경남 합천에도 제2공장을 지었다.

회사명도 지금의 동양종합식품으로 바꿨다.

품질과 위생 관리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축산물 HACCP 지정 △환경친화기업 지정 등의 수상도 잇따랐다.

2005년 동양종합식품은 100년 이상 가는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대변신에 착수한다.

업무 효율화와 위생 관리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경북 경산과 경남 합천 등에 흩어져 있던 공장을 경북 영천에 새 부지를 마련,통폐합키로 한 것.

강 대표는 "부친께서는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투자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며 "동양종합식품이 오랜 시간 동안 식품회사로 입지를 다진 것도 이 같은 기업 마인드가 쌓인 결과"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강 전 대표는 갑작스레 찾아온 급성 폐렴으로 공장 완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158억원을 들여 완공된 2만1000㎡ 규모의 이 공장은 반도체 공장과 같은 에어 샤워(Air shower)실은 물론 온.습도 조절,공기 정화 등 당대 최고 수준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단일 공장으로는 중소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올해는 산.학.연 협력을 통한 신제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대구대학교에 부설 연구소도 설립할 계획이다.

"식품회사는 철저한 위생 관리와 끊임없는 품질 개발이 생명입니다.

지속적인 변신과 혁신을 통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강 대표)

영천=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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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 동양종합식품 ‥ `선팜` 브랜드 내달 첫선 100년 가는 맛 만들 것

부친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ROTC 25기(대구대 경영학과 83학번)로 임관한 강상훈 대표(44)도 당초 군대에서 '말뚝(장기 지원)'을 박을 생각이었다.

스스로 군 체질이라 여긴 데다 2남2녀 중 차남이어서 강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

하지만 사람의 운명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듯이 강 대표의 가업승계 역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모범생에다 수재인 형은 사업을 물려받기에는 천성이 맞지 않았던 탓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었던 강 대표가 후계자로 뽑혔던 것.

 

 

"역시 군 출신인 선친께서 형의 '싹'을 보시곤 저를 지목한 것 같습니다.

군 생활을 접게 돼 아쉬움이 컸지만 회사 경영에 힘겨워하던 부친을 외면할 수도 없어서 주저 없이 군복을 벗고 정신 없이 회사 일에 매달려 왔습니다."

1989년 말단 계장으로 입사한 강 대표는 작업장 밑바닥 공정부터 일을 배웠다.

공교롭게 회사가 급성장한 시점도 강 대표가 입사한 이후부터라는 점에서 보면 부친의 선견지명이 딱 들어맞은 셈이다.

실제 1989년 연간 매출 10억원 정도였던 동양종합식품은 현재 매출이 200억원대로 20배나 성장했다.

강 대표는 부친의 뒤를 이어 육가공조합 7대 회장을 거쳐 현재 8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강 대표는 최근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기업 OEM 및 군납에 이어 다음달 내수 시장에 본격 진출키로 한 것.내수용 브랜드는 '선팜(Sun Farm.로고)'으로 확정했다.

강 대표는 일단 할인점 등을 타깃으로 한 중.고가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을 공략한 뒤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강 대표는 "최신 설비와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생산되는 제품인 만큼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2대 경영을 맡은 강 대표는 효율적인 가업 승계의 토대를 닦는 일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마련된 가업승계특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강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100년 이상 지속되는 장수 기업이 나오려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론을 표방하고 있다.

"기업의 오너가 반드시 경영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사고 방식을 고집하다가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진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가업을 이어받을 오너가 능력이 부족하면 과감하게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양도해 노하우를 수혈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힘겹게 쌓아 올린 회사의 역사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