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국민스낵 ‘생쥐깡’이 남긴 교훈 | |
최남주 컨슈머팀장 안전 부재의식.감독 소홀 잇단 식품안전사고 국민들 충격.분노 봇물 땜질식 처방‘이제 그만’
살인적인 고물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번엔 새우깡 사건의 충격에 휩싸였다. 농심의 ‘노래방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검출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새우깡은 지난 1971년 등장한 뒤 38년간 줄곧 대한민국을 대표해온 일등 스낵이었다. 새우깡을 향한 국민의 사랑과 믿음이 남달랐던 만큼 그 충격과 분노는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농심은 이번 사건을 지난 2월 18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동안 문제의 새우깡을 사먹도록 방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농심이 새우깡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산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새우깡 사건이 터진 뒤 인터넷은 연일 새우깡과 농심을 비난하는 누리꾼의 댓글로 도배질되고 있다. 심지어 국민들은 새우깡을 향해 생쥐깡이란 맹비난을 퍼붓고 불매운동까지 벌인다니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의 깊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마트 등 유명한 대형마트에선 새우깡이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힌 채 식품매장에서 줄줄이 퇴출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결국 농심은 여론에 떠밀리듯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제품 생산을 전면 중단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 역력하다. 새우깡 사건의 분노가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유명 식품회사의 참치캔에서도 쇳조각이 나왔다는 뉴스가 들린다. 이처럼 연이어 터진 이물질 사건에서 보듯 가공식품을 둘러싼 위생.안전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쓰레기만두 파동(2004년), 기생충알 김치(2005년), 독극물 콜라(2006년), 트랜스지방산(2006년), 사카자키균 분유(2007년), 농약성분 녹차(2007년) 등 대한민국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던 초대형 식품사건만 따져도 두 손이 모자랄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식품 사고가 매년 반복될 뿐 아니라 발생빈도 역시 점차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업체들은 이번 새우깡 사건의 파장을 숨죽인 채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국내는 물론 물건을 납품하는 중국의 현지공장까지 쫓아가 특별 위생점검을 벌이겠다며 야단법석을 떠는 성급한 식품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사실 국민이 먹고 마시는 식품의 위생.안전 문제에 관한 한 자유롭지 못한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새우깡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품기업의 안전의식 부재와 저가 중심의 수입식품 확대, 행정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식품 관련 법규 미비 등 개선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위생.안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사후약방문식이나 땜질식 처방에 의존하는 후진국형 관행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위생.안전 사고는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좀먹을 뿐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병들게 하는 불청객임에 분명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식품산업의 선진화 꿈은 실현 불가능할 게 뻔하다. 이번 생우깡 사건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calltaxi@herald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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