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중국發 건강비상①] 목숨 건 릴레이, '짝퉁' 먹을거리·의약품

곡산 2008. 3. 23. 10:12

[중국發 건강비상①] 목숨 건 릴레이, '짝퉁' 먹을거리·의약품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3.21 11:57 | 최종수정 2008.03.21 11:57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어김없이 이번에도 중국이다. 중국발 건강 적색경보가 연신 깜빡거리고 있다. 문제는 그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음식' 김치가 기생충 파동을 겪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국민스낵' 새우깡이 생쥐머리 이물질 논란에 휩싸였다. 먹을거리만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의약품에서부터 우리가 매일 마셔야하는 공기까지 어느 것 하나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없다.

수십만에서 수백만명에 달하는 고혈압 환자들이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약은 중국산 '짝퉁'이 밀려오고, 잎담배 대신 담배공장에서 쓰다 남은 원료로 만든 가짜담배는 해외 유명상표를 달고 밀수입되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에서 발생한 황사먼지는 좋든 싫든 우리 폐 속 깊이 하루 2만 리터가 들이켜지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세계의 공장' 중국이 없이는 우리 국민들이 지금과 같은 비용으로 단 하루도 식탁을 차릴 수 없고, 필수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도 없다는 점이다. '차이나 프라블럼(China problem)'이란 신조어까지 만든 중국발 건강 위험신호를 긴급 점검해봤다. < 편집자 >

"중국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요즘 같아선 중국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40년 넘게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연매출 1조6000억원을 올리는 식품기업인 농심이 '죽은 쥐 새우깡' 파문으로 휘청거리자, 식품업계의 한 임원은 자조섞인 푸념을 이렇게 털어놨다.

21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물질 사건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8일 새우깡 제품(일반 새우깡,매운 새우깡,미니팩,쌀 새우깡) 매출이 60%나 급감했다. 이는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19일부터 농심이 자체 회수해간 '노래방 새우깡' 외에도 다른 새우깡 제품들에 대해 퇴출명령을 내렸다. 농심은 21일자 일간지에 일제히 새우깡 이물질 유입 사건에 대한 사과 광고를 내보냈다.

◇ 기생충에서 농약, 죽은쥐까지
중국산 제품이 연이어 사고를 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노래방 새우깡의 일부가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반제품으로 밝혀지면서 또다시 중국이 주목받고 있다.

비단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중국산 '농약만두' 파동으로 열도가 뒤흔들렸다. 중국에서 수입한 냉동만두를 먹은 10명이 약물중독 사태를 보여 보건당국이 조사한 결과 만두에서 중국에서만 사용되는 살충제(농약)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장어 고등어 버섯 파 등 식품에서 농약과 항균제 등이 발견돼 회수되거나 수입 금지되기도 했다.

중국도 고민이다. 지난달에는 광둥성 선전에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은 63명이 복통 등 이상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명이 사망하고 61명이 응급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후베성 공안현에서도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탕위안(정월대보름에 먹는 중국식 새알)을 먹고 인부 6명이 숨지고 2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중국발 음식 쓰나미가 한국 사회를 뒤흔든 것은 2005년 국민음식 '김치파동'이 컸다. 당시 보건당국 조사에서 중국산 김치 20여개 제품에서 잇따라 기생충 알이 나와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지난해에는 식약청 조사 결과 중국산 일부 녹차에서 살충제인 비펜스린 농약 성분이 나왔고, 곧바로 몇 개월 뒤 일본에서는 중국산 녹차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살충제가 검출돼 시끄러웠다.

지난달에는 시중에 유통 중이던 장어구이 완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돼 또한번 충격을 줬다. 문제는 수입된 총 1만8000kg가량이 긴급 회수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부분 소비됐다는 점이다.

말라카이트그린은 전세계적으로 동물실험에서 발암물질로 확인됐으며, 인체에서도 발암 가능성이 의심된 화학물질이다. 중국에서는 수산물을 양식할 때 일부 말라카이트그린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으며, 국내에서도 국내산 활어에서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돼 논란이 됐었다.

◇ 수백만 위협하는 '짝퉁' 고혈압약 밀수까지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더구나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료의약품(API) 제조국이다. 2005년 기준으로 중국은 전세계 원료의약품 시장의 14%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국적제약사들이 앞 다퉈 한국 공장을 철수한 뒤 중국에 공장을 차리고 있다.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최근 중국 아웃소싱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이미 수많은 제약사들이 원료의약품을 중국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

20일에는 미국에서 19명이 사망해 논란이 된 박스터사의 '헤파린나트륨 주사제'가 중국 현지 제조과정 중 특정 불순물이 첨가된 사실이 미 FDA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혈액응고방지제로 사용되는 헤파린나트륨 주사제 중 중국에서 수입된 2개 제조원에서 불순물이 확인돼 회수·폐기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120만정의 가짜 고혈압 치료제를 중국에서 밀수하려던 일당 10여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그동안 각종 먹을거리와 공산품 등의 짝퉁 중국상품이 적발된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고혈압약과 같은 전문의약품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모 제약사의 브랜드를 모방한 중국산 짝퉁 고혈압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분석 결과 혈압약의 주성분인 암로디핀이 정품의 10%도 안됐다. 이 약을 고혈압 환자가 정품으로 알고 복용했다면 뇌졸중을 비롯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섬뜩한 일이다.

해당 제약사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제약사의 경우 공장을 한국에 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짝퉁 전문약까지 밀수되는 것을 보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뉴욕타임즈는 중국산 짝퉁약이 홍콩과 아랍에미리트, 영국, 바하마 등을 경유해 원산지(중국)를 세탁돼 미국 소비자들에게 캐나다산으로 둔갑해 온라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중국산 제품들은 곳곳에서 건강 위험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일어난 애완동물 집단 식중독 사태 원인으로 중국산 사료가 지목됐고, 이후에도 치약, 의류 등에서 유독 성분이 검출돼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납 성분 함유 장난감 역시 전세계 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마텔등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들이 중국산 제품 때문에 대량 리콜을 실시했고, 국내에서도 중국산 장난감 10여종이 리콜됐다.

김태형·류광현 기자 기자 multy@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