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대기업, 벌레나와도 과자 한통 주고 끝내

곡산 2008. 3. 23. 10:25
대기업, 벌레나와도 과자 한통 주고 끝내
KBS 이영돈 PD, "소비자 권리 존중하는 '기업마인드' 필요하다"
 
 

‘소비자 고발 그리고 불편한 진실’ 이영돈 PD의 리얼 추적 스토리

수많은 거짓과 오해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소비자 권리 사용 설명서’가 있다?

2007년 5월부터 매주 KBS 1TV에서 방송되는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제작팀이 방송내용을 담아 소비자를 위한 권리 사용 설명서를 발간했다. 그 책은 바로 ‘소비자고발 그리고 불편한 진실’.

최근 방송 프로그램 중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보 및 고발 프로그램’ 중에서도 숱한 화재와 반향을 불러 일으킨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이하 소비자고발)은 최근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비자고발은 소비자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대중적 소재와 주제들을 다뤄왔으며 그 중 ‘녹차의 농약성분 검출 파문’ ‘착색감귤 파문’ ‘ 황토팩 중금속 검출 파문’ ‘ 유기농 이유식의 유전자조작제품 사용’ 등은 이미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고발은 이슈화 되는 소재들을 다루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까지 이끌어내 왔기에 ‘제보 및 고발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특히 소비자고발의 제작팀은 소비자들에게 그동안 방영된 내용들을 기본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관련 지식과 실용정보를 제공하고자 ‘소비자 권리 사용 설명서’인 ‘소비자고발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발간했다.

이에 소비자고발 기획, 총괄을 맡고 있는 이영돈 PD를 만나봤다.


▲이영돈 PD     ©조신영 기자
방송 내용을 책으로 엮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KBS 1TV를 통해 방영되는 소비자고발은 1시간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내용을 제공하고자 책으로 엮게 됐다. ‘생로병사의 비밀’과 ‘술.담배.스트레스, 그 위험한 비밀’ 등 이전에도 맡은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들어왔다. 이는 시청자들이 두고두고 볼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소비자고발’을 통해 고발된 기업들의 사후 감시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방송이 나가면 지속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제대로 보완되도록 관계당국과 기업에 문제점을 제기한다. 특히 시정된 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알림으로써 다시 그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소비자고발을 일부 기업에서 ‘저승사자’라고 부르는데 이 프로그램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대립관계로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생산자가 잘못된 점은 고쳐서 소비자가 다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보완관계를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무엇인지

늘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그만큼의 혜택과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스스로 타협하고 포기해야만 하는 약자였던 개별 소비자들에게 피디와 작가의 전문성을 통해서 당당히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프로그램 만들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기업이 죽는다는 것(?). 방송 나갈 때 마다 횟집 죽는다, 정수기 회사 죽는다, 황토회사 죽는다,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가진자의 엄살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기업이 망하라고 만든 의도가 아니기 때문에 한편으로 가슴이 아프다. 소비자고발제작팀은 기업이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다시 소비자에게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다음주부터 ‘해결해드립니다’라는 5분짜리 코너가 생기는데, 소비자의 제보를 받아서 반품을 안 해주면 왜 안 해주는지 대리점이나 본사를 찾아가서 이유를 묻고 소비자가 원하는 해결책을 찾아 준다. 한마디로 소비자 대신 돈도 받아주기도 하는 소비자의 머슴같은 프로그램이다.

‘착색감귤 파문’ ‘황토팩 중금속 검출 파문’ ‘유기농 이유식의 유전자조작제품 사용’ 등 매회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소재로 이슈가 됐다. 아이템은 어디서 찾는가?

3분의 1은 소비자의 제보, 나머지는 피디나 기자, 작가들을 닥달(?)해 나온다.

프로그램 만드는데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야 할텐데

시간과 돈이 참 많이 든다. 식품에 뭐가 들었다고 하면 실험을 해야 하는데 실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사실 12월에 이번 ‘새우깡’ 사태와 비슷한 불량식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관해 보도한적 있다. 특히 기업들은 불편한 진실을 안 밝히려고 하기 때문에 개별 소비자가 식품속에 벌레 나왔다, 음식이 상했다 해도 콧방귀도 안 뀐다. 대부분 과자한통 주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새우깡도 마찬가지다. 선진국과 우리나라 기업의 차이가 이런데서 나온다. 선진국은 상대방이 미안하지 않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준다. 기업하는 사람 마인드가 소비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기본적으로 소비자가 손해를 보지만, 이런 일들을 은폐함으로써 문제가 커지면 결국 대형사고가 터져 기업에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

▲19일 기자와 만난 KBS 이영돈 PD     ©조신영 기자
‘불만제로’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불만제로와 소비자고발은 약간 성격이 다른다. 소비자고발은 저널리즘으로 사안을 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관련한 제도를 바꾸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 중 매우 힘든 부분도 많을 텐데, 일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참 힘들다. 법적분쟁도 많았고, 여기저기 청탁도 슬기롭게 해쳐나가야 하고, 생산자들 피해봤다고 하고. 기업의 문제는 지적하면서 어떻게 하면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을까 매우 고민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따로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지만 프로그램을 소비자들이 좋아해 주고, 우리가 지적한 문제들에 관한 제도가 바뀐 것들을 볼 때 뿌듯하다. 특히 집을 살 때나 상속할 때 하는 등기절차는 법무사에게 대행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법무사들이 국민주택채권할인비용을 부풀려서 수수료를 챙기고 있었다. 이에 지난해 <부당하게 빼앗긴 돈을 찾아 드립니다>편을 통해서 관련 서식이 전부 바뀌었다. 소비자고발이 지적하는 것은 굉장히 직접적인 것이기 때문에 바뀌기 쉽다.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기업내부에 양심 있는 제보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제보로 일부는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선진화된 소비의식을 갖춰 주셨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돈을 잘 써야 한다. 정당한 가격으로 제대로 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가보다 싼 상품을 사면 생산자에게 피해가 가게 되어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생산자를 무조건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착한 소비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제는 소비생활을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소비자고발’처럼 또 다른 프로그램 '□□□고발'이 있다면 무엇을 넣고 싶은가?

이제 4월 총선이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에 정치인고발(?)이라고 대답하겠다.

취재 / 박지영 기자
동영상 / 조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