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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육아용품 한국에서 인기끄는 이유

곡산 2008. 2. 3. 08:39

일본 육아용품 한국에서 인기끄는 이유

미국 제품보다 안정성 뛰어나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의 ‘군 기저귀’와 ‘미요시’ 물비누
16개월된 딸을 두고 있는 직장인 정민영씨(34)는 얼마 전부터 일본 수입 브랜드인 ‘군(GOO.N)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 친구의 추천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가격이 비싸지 않고 품질도 좋아 꾸준히 구매 중이다.

그녀는 “기저귀 밴드 면이 부드러워 아기 피부에 발진이 없고 얇으면서도 흡수력이 좋다. 요즘 아기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군 기저귀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은데, 국산 제품과 가격도 비슷한 데다 일본 브랜드라 믿음이 간다”고 밝혔다.

일본 수입 육아용품이 무섭게 밀려오고 있다. 기저귀부터 시작해 일본산 유아용 항균세제, 유기농 유아 의류 등이 젊은 엄마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 인기 상품인 군 기저귀의 경우 지난해 8월 디앤샵에 처음 입점해 현재까지 1만1000여팩이 팔렸다. 지난해 판매량이 급증해 12월 판매량은 입점 첫 달 대비 약 44배 성장했다.

군 기저귀를 정식 수입하고 있는 박윤희 제이앤하이 사장은 “디앤샵, GS이숍 등 주요 온라인 종합쇼핑몰엔 다 입점했다. 초기에는 한 달에 컨테이너 1~2대 분량으로도 충분했는데, 요즘은 하루 만에 컨테이너 1대분이 다 팔린다”고 전했다.

오픈마켓에서 20배 성장

오픈마켓 쇼핑몰에는 주로 일본 소매나 도매점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해 판매하는 병행수입 상인들이 진출해 있다. G마켓과 옥션의 군 기저귀, 메리즈 기저귀, 무니망 기저귀 등 일본 기저귀 판매량을 합치면 주간 3만2000여팩이나 된다. 지난해 동기 대비 20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기저귀뿐 아니라 ‘사본다마’ ‘미요시’ 등 친환경 유아 세제와 유기농 유아 의류 ‘오가닉가든’, 유아 스킨케어 ‘아토피코’, ‘메이지’ 분유 등도 인기다. G마켓과 옥션에서는 아예 지난해 말부터 일본 육아용품 전문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강수정 G마켓 유아동팀 CM은 “아카짱 등 일본 유아동 할인 마트의 인기 제품들이 온라인 육아 동호회에서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각종 오픈마켓과 종합쇼핑몰에서 인기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아토피 등으로 고민하는 엄마들이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일본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제품이라고 하면 품질은 좋지만 비싸서 못 쓴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원·엔 환율이 최저 744원까지 떨어지는 등 엔저(低) 현상으로 일본 수입 제품의 국내 진입 가격이 낮아졌고, 수입 업체들도 앞 다퉈 일본 제품을 들여왔다. 또한 몇 년째 일본 물가가 제자리인 반면, 국내 물가는 꾸준히 올라 한국과 일본의 물가 차이도 좁혀진 상태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2000년부터 2006년 사이 20.5% 올랐지만, 일본은 같은 기간 오히려 1.9% 하락했다.

현재 일본 육아용품은 국내 소비자들도 접근할 만한 가격 수준이다. 군 기저귀 밴드형의 경우 가격이 2007년 초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장당 가격이 270~350원대로, 국내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하기스 브랜드의 밴드형 기저귀가 장당 250~350원대인 것에 비하면 큰 차이가 없다.

일본의 아기 체형과 육아 정서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것도 일본 육아용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김은영 디앤샵 육아용품 MD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의 아기들은 우리나라나 일본에 비해 체격이 작은 편이다. 우유병의 바늘구멍 사이즈까지 민감한 엄마들에게는 아기 체형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육아용품 돌풍은 아직까지 온라인 쇼핑몰에만 한정돼 있다.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일부 브랜드 유아동 의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일본 육아용품들이 대부분 내수용으로 생산돼 해외 물량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아시아권에서의 인기로 현지에서도 물량 조달이 힘들 정도로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주로 중소 규모의 총판이나 병행수입을 통해 판매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진출은 아직 염두에 두지 못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다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