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웰빙

추세 집착 보다 소비자 니즈 읽어야

곡산 2008. 1. 9. 08:24
남들이 하니까 '나도?'
추세 집착 보다 소비자 니즈 읽어야
2008-01-09 오전 5:15:00
  오현지기자   daily@dailycosmetic.com

올 한 해 화장품 회사들의 개발 트렌드는 아무래도 ‘고기능성’일 것이다. 

미백, 주름 개선 효과에 집중된 화장품들이 벌써부터 대기 중이다. 많은 화장품 회사들이 주사기 형태, 앰플 형태 등 다양한 용기와 최첨단 과학 성분으로 무장한 신제품을 들고서 “좀 더 피부를 하얗게 해드리겠습니다”, “주름을 쫙쫙 펴 드릴게요”라는 멘트를 날릴 것 같다.

물론 ‘고기능성’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상황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뭔가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있다면, 피부 문제가 미백과 주름개선만 있을까라는 것이다.

작년 홈쇼핑사에는 비비크림 열풍이 몰아쳤다. 그 광풍 속에서 비비크림 이외의 화장품은 매출이 부진한 현상을 낳았다. 작년 상반기에는 비비크림이 색조 화장품으로, 하반기에는 기초 화장품으로 팔리면서 다른 일부 기초 화장품과 색조 화장품의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자가 걱정하는 것은 혹여 이런 현상이 화장품산업계 전반으로 번질까 하는 우려다. 모든 이들의 피부 고민을 ‘고기능성’ 화장품으로 맞춰 신상품을 내놓는 것이 소비자를 위한 정책인가 하는 점이다.

주름과 미백 이외에도 모공, 번들거림, 민감한 피부, 여드름, 아토피 등 피부 문제는 다양하다. 각각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이 골고루 개발되어야 소비자들도 ‘골라 쓰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앞으로 한미 FTA, 한유 FTA로 화장품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주름과 미백에 집중된 ‘기능성 화장품’을 인증해주는 제도가 사멸될지 모른다. 쉽게 설명하면 화장품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먼 미래의 기능성화장품은 여드름, 아토피 등으로 그 범위가 한정되는 것이다. 과연 기능성화장품 범위가 줄어든다면, 우리나라 화장품 회사의 기능성화장품이 설 자리는 얼마나 될까.

올 해 화장품회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장기적인 화장품 개발 계획을 세워 제대로 진행해보라는 것이다. 마치 모든 피부의 고민들을 주름과 미백으로 한정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모공이 크거나 지성피부의 문제도 단순히 블랙헤드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고기능성의 우세에 의존하고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따라 하는 고기능성화장품의 짝퉁을 만들어내기 보다 다양한 피부 고민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대한민국 여성의 피부는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각각의 피부에 잘 맞는 기초 화장품, 진짜 피부가 개선됐다고 느낄 수 있는 화장품을 소비자들은 원한다.

고기능성으로 일관된 화장품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숨어있는 니드를 매출로 이끌어내는 현명한 화장품 회사는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오현지 기자(daily@dailycosmet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