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시장동향

'죽는 소리'하던 제조업체, 대놓고 가격↑ 한몫

곡산 2008. 1. 9. 08:10

'죽는 소리'하던 제조업체, 대놓고 가격↑ 한몫


올 들어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석유류 제품 가격 상승세에 식품, 외식비 등 생활물가가 본격 가세하고 있다. 인상폭도 일부 품목은 60%가 넘을 만큼 살인적이다.

신년 벽두 생활 물가 인상 러시의 가장 큰 원인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값에 밀, 옥수수, 대두, 오렌지 같은 식품 원자재 값마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고통은 더해 가는데, 제조업체들도 원가 상승 압력을 더 견딜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식품, 외식, 문구, 약품 등 인상 러시

과자류는 그간 가격을 올릴 경우 유사 신제품을 통해 값을 올리거나, 양(量)을 줄이는'편법 인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대놓고 값을 올리고 있다. 롯데제과의 빙과류 월드콘(1000→1200원·소비자권장가), 오리온 초코파이(2800→3000원) 등 대표적 과자류가 크게 올랐다. 해태제과의 계란과자(700→1000원), 폴라포(500→700원) 등도 대폭 인상될 예정이다. 남양유업의 맛있는우유GT(1ℓ1750→1850원), 서울우유 체다슬라이스치즈(1330→1630원) 등 유(乳)제품도 상당 품목 올랐다.

밀가루, 오렌지 원액, 치즈 값이 오르면서 관련 품목 인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칠성·해태음료 등이 주스 값을, 농심·삼양식품 등이 라면 값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식품 원자재값 인상은 서민들 피부에 와 닿는 외식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안암동 고려성 신순화(49)씨는 "최근 자장면 값을 3500원으로 500원 올렸는데 20kg 밀가루가 작년 1만2000원하던 것이 2만1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고 작년 1만7000~1만8000원 하던 식용유 18ℓ도 올 들어 2만9000원까지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남제약 레모나, 유한양행 다보타민, 고려은단 썰라씨 등 비타민 공급 가격도 10~15% 올랐다.
◆유가(油價), 곡물 등 원자재 값 폭등이 문제

올 초 가장 많이 오른 소비재는 역시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다.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은 작년 초에 비해 14%, 경유값은 22.1%나 올랐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작년 1월 3일 배럴당 57.21달러이던 것이 올 1월 2일에는 56.1% 치솟은 89.29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새 정부가 획기적으로 유류세를 내리지 않을 경우 국내 석유 관련 제품에 두고두고 원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항공사들이 최근 유류할증료를 인상해, 미주·유럽을 오가는 장거리 노선의 경우 왕복 기준으로 10만원 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와중에 KBS는 수신료(시청료)를 월 2500원에서 월 4000원으로 60%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방송 광고단가도 1월부터 평균 7.9% 올라, 방송 광고료 인상분이 상품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성훈 기자 inout@chosun.com]
[신은진 기자 momof@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