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어쩔수 없다’ 서 ‘돌아온 장고’ 형까지

곡산 2007. 12. 27. 17:27
‘어쩔수 없다’ 서 ‘돌아온 장고’ 형까지

용량 줄인 다이어트형ㆍ포장만 바꾸고 인상등 편법 속출

먹거리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줄줄이 오르고 있다. 밀가루, 피자, 발효유에 이어 라면, 과자까지 가격인상이 초읽기 상태다.

업체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가격인상의 명분은 고유가, 고원자재가, 고금리 등 신 3고(高) 현상. 그러나 가격인상 방법은 제각각이어서 주목된다. 원재료 가격을 이유로 가격표를 변경하는 정공법에서 내용물을 줄이거나 성분을 바꾼 뒤 우회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등 별의 별 편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식품업계에 난무하는 가격인상 백태를 짚어봤다.

▶어쩔 수 없다형= 기존 제품의 가격만 올리는 정공법. 요즘처럼 국제 곡물시세가 고공행진할 때 제조업체들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이다. 제품 값을 인상할 때 항상 원재료 값이 치솟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단골메뉴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이 국제 곡물가 급등을 이유로 밀가루 가격을 최고 34% 인상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가격을 올린 피자도 어쩔 수 없다형에 속한다. 한국피자헛은 2만9900원짜리 패밀리급 피자를 3만900원으로 올렸다. 피스터피자 등도 비슷한 시기에 모든 피자 값을 1000원씩 높였다. 밀가루와 치즈가 30~40%씩 올라서 불가피했다는 것. 내년 초 인상 예정인 라면, 과자 등도 이유가 비슷하다.

▶다이어트형= 가격은 그대로 둔채 용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꾀하는 스타일. 늑대가면형으로 부르기도 한다. 제과 및 빙과 업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변칙전략이다. 가격을 인상한 뒤 쏟아질 소비자 저항을 의식해서 간혹 선택하는 변칙 전략이다.

실제 해태제과는 판매가격이 500원인 ‘누가바(75㎖)’의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중량은 70㎖로 줄이는 방법으로 편법을 썼다. 빙그레도 비슷한 시기에 ‘빵또아(150㎖ 700원)’의 용량을 180㎖로 늘려 19% 비싼 1000원을 받기 시작했다. 롯데제과도 400원하는 ‘꼬칼콘’ 가격은 그대로 뒀지만 용량은 47g에서 42g으로 10%가량 줄였다. 크라운제과도 790원짜리 ‘죠리퐁(120g)’의 크기가 10% 작아졌다.

▶성형미인형= 식품업체들이 새롭게 주목하는 방법. 포장재의 디자인을 바꾸거나 상표를 살짝 바꾼 뒤 가격을 변칙인상하는 케이스다. 기존 식재료 대신 기능성이나 유기농 성분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표에 웰빙, 유기농, 친환경 등의 문구가 들어간 제품이 이 범주에 속한다.

올해 봄 용기를 바꾸면서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600㎖→500㎖)을 줄인 한국코카콜라의 ‘코카콜라’가 그렇다. 코라콜라는 이같은 방법으로 가격을 15.5%나 변칙인상 효과를 거뒀다. 남양유업도 ‘불가리스’에서 ‘자연의 시작 불가리스’로 이름표를 바꾼 뒤 가격을 1200원으로 20% 올렸다. 지방 성분을 반으로 줄였다는 동서식품의 ‘프리마 웰빙 1/2 라이트’도 비슷한 스타일이다.

▶돌아온 장고형= 1년엔 1,2회 있을까 말까한 가격 인상법. 단종했던 상품을 다시 생산하면서 가격을 변칙 인상하는 경우. 무덤에 들어갔던 제품을 다시 살려낸 뒤 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그대로 둬 가격인상 효과를 노리는 방법이다. 주로 예전에 대박을 쳤던 히트상품에 적용된다는 게 전문가의 말이다.

최근 생산을 재개한 농심의 ‘땅콩 꿀꽈배기’와 오리온의 ‘고소미호밀愛’ 등이 대표주자. 농심은 꿀꽈배기의 후계자인 ‘땅콩 꿀꽈배기’를 재생산하면서 가격표는 (800원)은 고정한채 용량을 75g에서 70g으로 줄였다. 오리온의 ‘고소미 호밀愛’도 같은 방법을 썼다.

최남주 기자(calltax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