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개국 年 2억 달러 수출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72%
《#문제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스낵코너, 만년설이 뒤덮인 스위스 융프라우 꼭대기, 중국 베이징(北京)공항 매점, 일본 도쿄(東京)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이들 장소에서 공통적으로 맛볼 수 있는 한국 음식은?
정답은 농심의 ‘신라면’이다.
농심은 한국 라면을 세계적 식품으로 키운 글로벌 기업이다. 1980년대 초반 라면 종주국인 일본이 석권하던 라면시장에 도전장을 내 20여 년 만에 세계 메이저 라면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고가(高價) 정책으로 한국 라면의 고급 이미지를 굳혔다.》
[1]외환 위기때도 성과급 300% 지급
농심은 내수시장에 주력하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격이 다른’ 업체로 통한다. 1980년대부터 꾸준히 해외시장을 개척해 현재 세계 70여 개국에 매년 2억 달러어치의 라면을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해외공장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중국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선양(瀋陽) 등 4곳이나 된다.
농심도 초기에 해외로 나갈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매운 라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라면을 파는 게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해외교포를 주요 소비층으로 겨냥했다.
하지만 교포 수요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현지인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다. 중국에서 ‘매운 걸 못 먹으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광고로 고급 라면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심은 국내시장에서도 독보적이다. 라면시장 점유율이 72%로 1위다. 농심 내부에선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시장점유율을 의도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여기에다 현금성 자산도 3300억 원이나 보유해 식품업계에서 가장 ‘알짜’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 덕분에 외환위기 시절에도 농심은 감원(減員)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월급 외에 성과급 300%까지 지급해 당시 농심 직원들은 외부에 나가면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는 얘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2]“오직 제품으로 승부”…철저한 실용주의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
농심은 소비자 접점이 많은 식품기업답게 광고를 많이 한다. 이들 광고에는 원칙이 하나 있다. 제품 이미지를 무색하게 하는 유명 모델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심 광고에는 모델료가 비싼 유명 연예인이 나오지 않는다.
심규철 신사업CM팀 과장은 “쓸데없는 겉치레보다는 오직 제품으로 승부를 본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1996년에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지어진 본사 건물도 이런 실용주의를 반영한다. 겉은 무미건조한 회색빛 사각 구조물이지만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층마다 한가운데를 터서 수조, 화단 등 쉼터를 설치한 파격적인 디자인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근무 환경이 쾌적해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것을 강조한 신춘호 회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3]영원한 1등을 추구하지만…
신 회장이 1965년 9월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을 설립해 라면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선발업체인 삼양식품의 아성을 깨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삼양식품은 1963년부터 라면 생산에 들어가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라면시장을 사실상 석권했다.
신 회장은 결코 낙담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1등이 될 것이라는 신념 아래 1등 업체보다 연구개발이나 설비 투자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었다.
1982년 6월 경기 안성에 만든 수프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 신 회장은 ‘라면 맛은 수프 맛이 좌우한다’고 보고 당시 농심 자본금의 갑절이 넘는 40억 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안성공장을 지었다. 유난히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성을 꿰뚫어 본 것.
안성공장 준공 후 농심은 ‘해피 소고기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등 히트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회사 창립 20여 년 만인 1985년 드디어 라면업계 1위에 오른다. 또 라면계의 전설인 ‘신라면’을 1986년에 선보이면서 대세를 굳혔다. 무모할 정도로 꾸준했던 투자가 빛을 발한 셈.
국내 라면업계를 평정한 농심도 고민은 있다. 압도적인 시장 1위가 됐지만 ‘신라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신라면 매출은 연간 4500억 원. 농심 전체 매출 1조5817억 원의 28.4%로 신라면 판매가 타격을 입으면 농심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재원 하나대투증권 선임연구원은 “매출 구조가 신라면에 집중된 것 외에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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