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2부]<33>농심, 함께짓는 ‘사람농사’

곡산 2007. 12. 23. 09:08

‘형님 먼저∼ 아우 먼저∼.’

1975년 당시 최고 인기였던 코미디언 구봉서, 곽규석 콤비를 내세운 농심 라면 CF.

광고가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광고업계에선 요즘도 라면 모델 섭외 1순위로 코미디언을 찾는다.

히트 광고라는 수식어 외에도 이 광고에는 농심의 기업문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있다.

1970년대에는 요즘처럼 한 번에 목돈으로 모델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월급처럼 한 달에 한 번씩 해당 기업에서 모델료를 받아 가야 했다.

하루는 구봉서 씨가 모델료를 타러 왔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당시 신춘호(현 농심그룹 회장) 사장을 만났다. 신 사장은 구 씨를 바로 알아봤지만 구 씨는 소탈한 촌로()의 옷차림을 한 신 사장을 알아보지 못했다.

신 사장이 ‘차나 한 잔 하자’며 말을 건네자 구 씨는 ‘좀 높은 사람인가 보군’ 하고 따라갔다. 신 사장이 사장실로 향하자 그제야 구 씨는 상황을 파악하고 머쓱해졌다.

[1]본사 바로 옆에 R&BD센터

농심이 ‘짠돌이’ 경영만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농심은 700억 원을 들여 최근 본사 사옥 옆에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의 농심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센터를 세웠다.

대부분의 기업이 R&D센터를 지방에 두는 것과 달리 농심은 오히려 경기 군포시에 있던 센터를 본사 옆으로 옮기면서 R&BD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그룹의 새로운 사업구상도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영어 단어 비즈니스의 ‘B’ 이니셜을 덧붙였다. 신 회장의 아이디어다.

농심은 1965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식품 연구에 투자를 해 왔다. 당시 연구원 2명으로 시작했지만 ‘연구소’라는 명칭을 내걸었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지적()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져야 한다는 신 회장의 소신에서다.

지금은 국내 식품업계 최대 규모인 130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신제품 연구 및 개발, 그룹의 새로운 사업모델 연구를 하고 있다.

김종준 R&BD 센터 수석연구원은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며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추기 위해 식품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운용하는 인턴십 제도가 농심에는 없다. 최호민 홍보팀 부장은 “애사심과 소속감이 바탕이 된 조직문화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직접고용 원칙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업무 배정도 다른 기업처럼 입사 후 인사담당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선택한 업무를 맡긴다. 개인의 강점은 본인이 잘 안다는 판단에서다.

[2]뚝심 있고 소탈한 기업문화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농심 본사 지하식당에 가면 라면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수십 명분의 라면을 한꺼번에 끓이지만 면발이 퍼지지 않고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다.

‘나눠야 더 커진다’는 신 회장의 철학에 따라 지역 주민이나 농심을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원하는 인재상도 ‘농사짓는 마음’이란 뜻의 사명()과 다르지 않다. 농심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인성이 바른 사람을 선호한다. 면접 기본 자료로 고교 생활기록부를 제출해야 한다.

인사팀 장재구 과장은 “회사의 채용기조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베스트 피플(Best People)이 아닌 라이트 피플(Right People)”이라며 “전문성과 함께 인성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뚝심 있고 소탈한 농심의 기업문화가 엿보인다.

회사를 믿고 함께 커나갈 인재를 선호하다 보니 이상윤 농심 대표이사 사장(1971년 입사)을 비롯한 임원 대부분이 사원으로 입사해 별을 달았다.

[3]소비자가 만들어 준 No.1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 자체브랜드(Private Label·PL) 신경전이 한창인 요즘 농심은 팔짱을 낀 채 느긋한 모습이다. 국내 라면시장의 7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100∼200원 때문에 입맛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농심의 마케팅 전략은 다수()의 넘버 원 브랜드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커질수록 매장에 놓인 제품 회전율도 높아지고 유통업체들도 농심의 제품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