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김치절임식품공업협동조합 박형구 전무이사는 “최근 식약청은 배추김치 제조·가공업소에 대해 HACCP 적용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입안예고 했지만 비용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사실상 배추김치 제조업체에 는 영세하기 때문에 HACCP 참여가 불가능하다”며 “무리한 HACCP 실시로 인해 영세한 김치공장 및 배추 재배농가의 도산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약청은 지난 10월 30일 배추김치 제조·가공업소에 대해 HACCP 적용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연간매출액과 종업원 수 등을 따져 내년 12월 1일부터 연차적으로 시행해 오는 2014년 12월 1일까지 모든 업소가 의무적으로 HACCP을 적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박형구 전무이사는 HACCP을 연차적으로 실시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HACCP을 의무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전무이사는 “HACCP은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 요소를 규명하는 시스템이다. 김치의 경우 기본원료인 배추, 무에 대한 생산이력추적 시스템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체에게 일방적으로 HACCP을 의무화 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식약청은 2006년 12월 1일부터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HACCP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에 배추김치 HACCP 의무적용 대상되는 협회 내 10여개 업체는 속수무책으로 발만 구르고 있다고 박 전무이사는 설명했다.
또 HACCP은 원료 대한 오염에 대해 관리할 뿐 원산지에 대한 규제가 없어 자칫 중국 등 값싼 수입 농산물을 사용한 김치가 생산될 수 있어 이는 배추 재배농가의 도산을 조장하며, 국산 농가를 살리려는 정부 정책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김치의 경우도 안전관리 차원에서 HACCP 적용 의무화도 필요하고, 또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겠지만 현재 농림부가 농민과 농민단체 등과 진행 중인 농산물에 대한 생산이력시스템이 마련 된 후 HACCP을 시행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형구 전무이사는 오히려 김치의 위생적 공급에 대한 소비자와 정부차원의 요구가 높다면 농림부가 1991년부터 실시한 하고 있는 ‘전통식품 품질인증제도’와의 병행 사용을 주장했다.
농림부에서 한국식품연구원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전통식품 품질인증제도는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우리 고유의 맛과 향, 색깔을 내는 전통식품에 대해 우리 정부가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로 이 인증제도를 받으려면 제조 공장이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주관하는 12개 항목의 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한다. 또한 식품을 만드는 방법 또한 전통적인 방법이여야 하며 일단 공장 심사가 완료된 후에는 식품에 대한 시험도 실시해 꾸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전무이사는 “현재 협회 내에서만 120여개의 업체 중 70여 개 업체가 이 인증을 받은 상태로 만약 배추김치에 대한 HACCP이 적용된다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인증제도와 서로 겹치고 중복되는 모양새가 돼 업계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와 병행 또는 대체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도적 보안 장치로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인증제도를 취소하거나 또는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보완해야하며 대신 전통식품 품질인증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를 통해 고취 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김치관련단체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운영되고 있지만 김치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배추 무 마늘 등 국산원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농림부와의 긴밀한 관계가 중요한 만큼 관련부서를 농림부로 이동해 보다 체계 적이고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박 전무이사는 주장했다.
그는 “이런 정부차원의 정책마련과 시스템 보안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닥칠 FTA에 대해서도 김치에서 만큼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특히 농가 60만 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무이사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제도 운영과 규제보다는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정책 모색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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