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감나무 그늘 아래, 화엄의 바다를 사는 집영혼의 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것은 식물이나 바지락이나 가리비나 전복이나 소라고둥의 나이테처럼 만들어진다. 그것을 만드는 것은 겨울과 봄과 여름과 가을이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의 단단함과 유복했던 시간의 부드러움의 결정, 자기 가두어 기르기와 자기 풀어놓기 혹은 초월하기의 발자국이다. 혹은 머물기로 침잠한 채 살찌기와 그 살찜을 바탕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가기의 궤적이 아니겠는가.파도가 밀려온다. 밀려와서 갯바위나 모래톱에서 거꾸러지면서 흰 거품을 토해낸다. 산중 토굴에서 산을 마주하고 수도를 하는 스님들에 비해 망망대해의 파도를 향해 앉은 채 수도하는 스님들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동어반복 같은 파도. 그러나 파도는 결코 동어반복이 아니다. 파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