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스크랩] <交 友 篇> 미꾸라지에게는 요통이 없다

곡산 2006. 6. 24. 06:12

(239) 酒食兄弟 千個有 急難之朋 一個無

         서로 술을 마실 때는 호형호제하면서 다정한 친구가 되지만 급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진리가 있다. 당해본 사람만이 비슷한 처지에 빠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사업에 실패해본 사람만이 사업에 실패한 사람의 마음을 알고 가난한 사람만이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참상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상황속의 인간이다. 주자는 이를 두고 <미꾸라지에게는 요통이 없다.>고 매우 해학적으로 비유했다. 사람은 습지에 살면 요통이 생기지만 미꾸라지에게 습지는 아늑한 보금자리다. 어떤 사람이 처한 상황을 떼어놓고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야 친구를 알 수 있다. 그 상황을 깊이 이해하는 친구만이 그를 도와줄 수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다. <저 녀석은 좀 당해봐야 해.>, <자업자득이지.>, <도와줘봐야 소용 없어.> 하고 손가락질을 하면 그런 사람은 차제에 친구 명단에서 빼야 한다. 애당초 친구가 아닌데 서로 친구처럼 위장하고 지냈던 사이에 불과하다. 물에 빠진 사람을 가리켜 조심성이 없다, 수영도 못하면서 왜 물가에 갔느냐 하고 따지는 것과 같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욕을 하는 사람은 정작 도움을 받아도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다. 어떤 도움도 자만심 속에 녹아버린다. 어려운 처지에 빠져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분노하기에 앞서서 먼저 자기 자신을 질타해야 한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여 살게 되어 있다. 잘못된 인간관계 속에서 그동안 안주해왔던 자신에게 먼저 책임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도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다. 그때 그의 주변에 진짜 친구들이 몰린다. 네 마음은 소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너는 지금 우주선이 기착한 달에서 유리알처럼 푸른 행성에서 개미처럼 살아가는 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다. 아직도 네 마음은 태양계를 돌고 있는 욕망과 분노와 공포, 슬픔의 행성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 그 별들은 여전히 네가 정복하지 못한 별들이다. 네 마음의 우주선이 욕망의 별에 기착하면 욕망으로 가득 찬 우주를 보고 욕망의 용광로에서 시커멓게 타고 있는 너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공포의 별에 기착하면 공포로 가득 찬 우주를 보고 어두운 공포 속에 갇혀 있는 너 자신의 모습을 본다. 네 마음의 우주선이 슬픔의 별에 기착하면 슬픔에 가득 찬 우주를 보고 은하수에서 노를 젖고 있는 너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때 너는 비로소 욕망과 분노와 공포와 슬픔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더 큰 세상에서 너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금 재기할 수 있다.      

출처 : 작고 짧은이야기
글쓴이 : 졸롬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