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빈의 유통톡톡] 타코벨부터 치폴레까지···멕시칸이 한국 외식 판 흔든다
치폴레도 한국시장 출사표
멕시칸 대중화 속도 낸다

점심은 물론 저녁 식사나 가볍게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타코를 찾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습니다. 바삭한 타코 셸에 고기와 채소 치즈를 채운 타코부터 또르띠야에 밥과 각종 토핑을 넣어 돌돌 만 부리토까지. 한때 이태원이나 일부 전문점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멕시칸 음식이 이제는 일상적인 외식 메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 중 하나가 타코벨입니다. KFC코리아는 지난 30일 서울 강남역 인근 '타코벨 더강남점'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주요 메뉴와 함께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주류를 1+1으로 제공하는 '애프터 아워(After Hour)' 프로모션을 소개했습니다. 더강남점과 마곡나루점, 망원역점 등 3개 매장에서 9월 30일까지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타코벨은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는 패스트푸드 매장을 넘어 저녁에는 멕시칸 음식과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실제 더강남점은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문을 연 바(Bar) 콘셉트 플래그십 매장입니다. 매장 한쪽에는 별도의 바 공간을 마련해 버드와이저 생맥주와 하이볼, 슬러시 형태의 칵테일 음료인 '프리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날 맛본 프리즈는 루비 시트러스와 퍼플 블라스트, 히비스커스 애플 등 세 종류였습니다. 자몽과 사과 열대과일 히비스커스 등을 조합한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특징으로 매콤한 멕시칸 음식과 의외로 잘 어울렸습니다. 전용 기기에서 탄산과 시럽을 함께 얼려 시간이 지나도 탄산감이 유지되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논알코올은 3900원, 바카디 샷을 추가하면 6900원입니다. 애프터 아워 시간에는 1+1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갖췄습니다.
주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어링 메뉴도 준비했습니다. 시즈닝 비프와 채소를 담은 '크런치 타코 슈프림', 과카몰리와 사워크림을 올린 '로디드 나초', '치즈 퀘사디아', '치킨텐더' 등이 대표 메뉴입니다. 식사 메뉴인 '안창 스테이크 브리토'와 '멕시칸 프라이'는 한 끼 식사로도 충분했고 시나몬 설탕을 입힌 디저트 '뚱스타다'는 식사의 마무리 역할을 했습니다.
타코벨이 식사뿐 아니라 주류와 디저트까지 영역을 넓히는 이유는 국내 멕시칸 외식시장 자체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멕시칸 음식,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현재 국내 타코벨은 KFC코리아와 캘리스코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체 11개 매장 가운데 KFC코리아가 3개, 캘리스코가 8개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KFC코리아는 타코벨 모기업 얌브랜드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신규 출점 우선권을 확보했습니다. 기존 매장은 캘리스코가 계속 운영하는 이원화 체제가 유지됩니다.
KFC코리아는 앞으로 5년 안에 국내 매장을 4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모든 매장은 직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출점 계획의 배경에는 멕시칸 음식이 더 이상 틈새 메뉴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멕시칸 음식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일상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타코와 부리토 전문점이 꾸준히 늘어난 데다 해외 식문화에 익숙한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점심이나 혼밥 메뉴로도 자연스럽게 선택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타코벨은 1991년 서울 서초동에 1호점을 열며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 피자헛을 운영하던 동신식품이 같은 얌브랜드 계열인 타코벨을 들여왔지만 멕시칸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고 현지화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1990년대 중반 사업을 접었습니다.
이후 2010년 M2G 회사가 미국 타코벨 본사로부터 사업권을 획득해 타코벨코리아를 설립하고 다시 국내 사업을 시작했지만 2018년 홍대점 폐점을 끝으로 사실상 철수했습니다. 반면 2014년 얌브랜드가 복수 사업자로 선정한 캘리스코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을 시작으로 사업을 이어왔고 지난해에는 KFC코리아까지 국내 운영에 참여하면서 타코벨은 다시 확장 국면을 맞았습니다.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은 시장 환경입니다. 한때는 낯선 해외 음식으로 여겨졌던 멕시칸 음식이 이제는 하나의 외식 장르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업계도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치폴레도 합류···더 커지는 멕시칸 시장
또 다른 멕시칸 브랜드로는 국내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브랜드인 쿠차라가 있습니다. 현재 1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쿠차라는 부리토와 부리토볼 샐러드 등을 주문하면서 밥과 고기 채소 소스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운영합니다. 개인 취향에 맞춰 한 끼를 완성하는 방식은 건강식과 맞춤형 소비를 선호하는 최근 외식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현지화 전략도 활발합니다. 쿠차라는 최근 제육과 치폴레 소스를 결합한 '스파이시 치폴레 제육'을 출시하며 익숙한 한식 재료에 멕시칸 풍미를 더했습니다. 낯선 음식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려는 전략입니다.
미국 대표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브랜드 치폴레도 이달 강남역에 국내 1호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예정입니다.
1993년 미국에서 출범한 치폴레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아시아에는 아직 매장을 낸 적이 없습니다. 한국이 치폴레의 첫 아시아 진출 시장인 만큼 업계의 관심도 쏠리고 있습니다.
치폴레는 SPC그룹과 손잡고 한국 시장을 공략합니다. 부리토와 부리토볼을 중심으로 소비자가 밥과 고기 채소 소스 등 원하는 재료를 직접 선택해 한 끼를 완성하는 패스트캐주얼 방식을 앞세우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에서는 쿠차라가 비슷한 운영 방식을 먼저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치폴레 역시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 속에서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결국 국내 멕시칸 외식시장은 타코벨과 쿠차라, 치폴레가 서로 다른 전략으로 경쟁하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패스트푸드부터 패스트캐주얼, 글로벌 브랜드까지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멕시칸 음식은 '한 번쯤 먹어보는 이색 음식'에서 '오늘 점심에 먹는 일상식'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변수도 적지 않습니다. 외식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진 데다 햄버거와 치킨, 분식처럼 이미 경쟁이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멕시칸 음식이 일상 메뉴로 완전히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또한 치폴레의 한국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가격이 오르거나 양이 줄어드는 이른바 'K-패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현지에서는 가격 대비 푸짐한 양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는 높은 원가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과 양을 모두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현지의 강점을 얼마나 유지하면서도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현지화를 이뤄내느냐가 안착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타코벨이 한국 시장에서 두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는 점도 업계가 쉽게 낙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번 확장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지 새로운 외식 카테고리를 만들어낼지는 메뉴 경쟁력과 현지화, 합리적인 가격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 패스트캐주얼(Fast Casual)=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음식을 제공하면서도 신선한 재료와 다양한 선택권을 앞세운 외식 형태다. 주문 즉시 재료를 고를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특징이며 패스트푸드와 일반 레스토랑의 중간 형태로 불린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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