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러닝부터 덕질까지"···'단순 확장' 한계 편의점, '공간'에서 답 찾다
점포 포화에 점포수로는 한계···히트 상품 넘어 '공간 경험'으로 승부수

[시사저널e=조건희 기자] "러닝 전, 러닝 중, 러닝 후 필요한 모든 물품을 여기서 살 수 있어요."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러닝' 문구와 트랙 디자인이 손님을 맞이한다. 매대에는 에너지 음료와 스포츠 의류, 선크림 등 러닝에 특화된 식료품과 제품들이 갖춰져 있다. 특히 물품보관함과 탈의실 등 전용 편의 시설을 갖춰 운동 전 짐을 맡기거나 운동 후 쾌적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해 실질적인 매출 기여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CU는 한강 인근 20개 점포와 제주 해안도로 거점 1개 점포를 포함해 전국 총 21개의 러닝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특히 제주 지역 점포의 경우 1층은 일반 편의점, 2층은 탈의실·물품보관함·포토존 등으로 구성된 전용 공간으로 운영되며, 고객들에게 러닝 코스 경로를 제시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CU는 현장의 수요와 영업 담당자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향후 전국 주요 코스로 러닝스테이션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사 앱 '포켓CU'와의 연동성도 높였다. 포켓CU에 '러닝멤버스'를 도입하고 러닝 플랫폼 '런데이'와 연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러너들이 러닝멤버스에서 달린 기록을 인증하면 거리를 환산해 CU 포인트나 상품 교환권을 주는 방식이다. 올 4월 서비스 도입 이후 가입자는 약 2만5000명, 누적 러닝 거리는 약 16만km를 넘어섰다.


1·2인 가구의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신선식품 특화매장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CU는 최근 신선식품과 간편식을 대폭 강화한 장보기 특화점 '그로서리스토어'를 연이어 선보였으며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 수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고객 유입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세븐일레븐, GS25, 이마트24 등도 신선식품 영역을 강화하면서 올 상반기 신선식품 영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46%, 15% 늘었다.
음식 카테고리에 집중한 특화 매장을 개설하며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마트24는 올해 '디저트랩 서울숲점'과 'K푸드랩 명동점'을 잇달아 오픈하며 변화된 매장 콘셉트를 공개했다. 실제로 디저트랩 서울숲점은 개설 이후 일반 점포 대비 일매출이 2.2배, 방문객 수는 2.1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세븐일레븐 역시 푸드, K-컬처, 패션·뷰티를 결합한 차세대 가맹 모델 '뉴웨이브'를 전면에 내세워 특화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K-팝 팬덤존과 라면가게를 결합한 '명동점'을 비롯해, 셀프 라면 조리기와 전용 푸드존을 구축한 '한양대프라자점' 등 주요 거점 점포를 타깃 상권에 맞춰 전환하는 모습이다.
◇ "상품에서 공간으로"···'단순 점포 수 확대' 한계가 부른 공간 혁신
이처럼 편의점 업계가 특화점 조성에 사활을 거는 핵심 배경에는 시장 포화와 점포 수 성장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5만3266개로 전년보다 1600여 개 감소했다. 매장 수가 급증하고 점포 간 거리가 좁아지면서 단순히 '가장 가까운 매장'을 찾는 기존 소비 패턴만으로는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결국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멀리서도 고객이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명확한 방문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편의점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에 편의점의 주요 경쟁 축이 히트 상품을 발굴하던 '상품 차별화'에서 점포 공간 자체를 새롭게 바꾸는 '공간 차별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수 증가로 공간적 한계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단순히 가까운 매장을 찾아가던 소비자들에게 편의점을 꼭 방문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초기 상품 차별화로 차별화를 시도했다면 2023년 말부터 K-푸드·스낵·디저트·러닝 점포 등 점포 공간 자체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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