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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알부민’ 과대 광고 칼바람…업계 판도 바뀌나

곡산 2026. 7. 6. 08:08

‘먹는 알부민’ 과대 광고 칼바람…업계 판도 바뀌나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7.06 07:55

일반식품 불구 면역력 증진·간 건강 등 홍보
건기식·의약품 오인 소비 폭발…함량도 미미
기능성 입증된 건기식 중심 시장 재편돼야

최근 기력 회복과 항산화 효능을 내세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먹는 알부민’ 제품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일반식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식약처의 연쇄 단속을 맞으면서 제약·건기식 업계 전반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알부민은 간에서 생성돼 혈액 속에서 체액 삼투압 조절 및 영양소 운반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이다. 병원 의료 현장에서는 간경변이나 대량 출혈 환자에게 정맥주사(IV) 형태로 투여되는 전문의약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업계와 유제품 및 제약 유통 업계가 이를 입으로 섭취할 수 있는 ‘먹는 알부민’ 형태로 가공해 시장에 출시하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기력 회복 등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기를 끈 ‘먹는 알부민’ 제품들이 식약처의 연쇄 단속을 맞으면서 업계 전반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이번 사태로 우회 마케팅을 펼치던 일반식품 시장은 위축되는 반면, 장기적으로는 투명하게 기능성을 입증받은 정식 건강기능식품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재편될 전망이다. 사진은 한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 및 건강식품 매대에서 먹는 알부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Gemini)

소비자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명절 효도 선물이나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기력 회복제로 입소문을 타며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병원에서 맞던 고가의 알부민 주사 효과를 간편하고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갑을 열고 있다.

그러나 학계의 구체적인 임상 연구 결과는 먹는 알부민의 직접적인 효능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국제학술지 ‘JOPS’에 발표된 인도네시아 연구팀의 임상 시험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폐 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경구용 알부민을 일정 기간 투여한 뒤 치료 효과를 분석했으나, 투여 전후의 혈중 알부민 농도 변화는 통계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준임이 증명됐다.

‘유럽임상영양저널’에 실린 스위스 바젤 대학병원의 대규모 영양 보충 임상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팀이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영양 보충 치료를 시행했으나, 단기 투여 기간 내에 혈중 알부민 농도는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알부민은 분자량이 큰 거대 단백질 구조여서 입으로 섭취하면 위장관을 거치는 동안 아미노산 조각으로 완전히 분해돼 흡수되기 때문이다. 즉 알부민 분자 형태 그대로 혈관에 들어가 농도를 직접 높이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불가능하며, 일반 단백질 파우더를 섭취하는 것과 영양학적 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원리다.

일부 해외 연구에서 혈중 수치가 상승했다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상세한 실험 과정을 뜯어보면 국내 유통 제품과는 거리가 멀다.

인도네시아 RSUP 드르 엠 자밀 파당 병원에서 진행된 임상 연구에서는 임신중독증(자전간증)으로 인해 혈중 알부민 수치가 정상치 이하로 떨어진 저알부민혈증 임산부들에게 알부민 성분이 풍부한 천연 가물치 추출물을 경구 투여했다.

이 실험에서는 투여 후 혈중 알부민 수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이는 알부민 분자가 직접 흡수된 것이 아니라 가물치 단백질에 풍부한 필수 아미노산이 간에 원료를 공급해 스스로 합성하도록 도운 간접적 효과였다.

또한 소화성 장질환(IBD)을 유도한 쥐 모델에게 고순도 알부민 추출물을 경구 투여한 실험 동물 모델 연구에서도 산화스트레스 지표가 감소하고 염증성 T세포 침윤이 줄어드는 항산화 효과가 관찰되기도 했으나, 이는 고농축 천연 단백질 추출물을 대량 투여해 얻은 특수한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과학적 실체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유명 제약사나 대형 브랜드의 간판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으나, 실제 법적 식품 유형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 중 ‘기타가공품’이나 ‘혼합음료’에 불과하다.

대한간학회 등 의·약학계는 먹는 알부민이 혈중 수치를 높이는 데 직접적인 효능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대한간학회가 배포 중인 먹는 알부민 관련 홍보 자료. (사진=대한간학회)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국내 어느 국가 공인 기관에서도 ‘먹는 알부민’에 대해 항산화, 피로 회복, 면역력 증진, 간 건강 등의 기능성을 공식 인정한 바가 전혀 없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원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제품에 쓰이는 ‘난백 알부민’ 등은 기능성 원료가 아닌 일반 식품 원료로만 분류돼 있다. 소비자가 일반 대형 마트나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제품은 물론,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건강기능식품 마크를 달 수 없는 일반식품인 셈이다.

약학계 분석에 따르면 홈쇼핑 등에서 활력 증진을 내세우는 일부 알부민 혼합음료의 경우, 실제 한 병당 단백질 함량이 1g 남짓에 불과해 영양학적으로 “무늬만 알부민”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심지어 이들 제품 중 일부는 서로 다른 브랜드임에도 동일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조 공장에서 생산되는 구조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 당국인 식약처는 대대적인 제재에 나섰다. 식약처 식품부당행위긴급대응단은 올해 4월 13일 일반식품인 알부민을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오인하도록 부당 광고를 한 업체 9개소를 적발해 행정처분과 수사의뢰를 진행했다. 식약처의 제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과 두 달 만인 6월 11일에도 6개 업체를 추가 적발하며 연속 단속에 나설 만큼 ‘먹는 알부민’ 시장의 허위·과장 광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단속과 의학계 지적이 잇따르자 업계는 규제를 피하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과 유명 제약사들은 일반 식품 제조사가 만든 기타가공품에 브랜드만 입혀 파는 ‘유통전문판매원’ 구조를 책임 회피 수단으로 활용한다. 광고 위반으로 적발돼도 판매처 책임으로 국한돼 행정처분 직격탄을 피할 수 있어서다.

더불어 국내 규제가 까다로워지자 수입산 원료 및 완제품 직구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상 국내 브랜드 제품들마저 핵심 원재료인 알부민 분말이나 난백알부민을 캐나다, 미국 등에서 들여와 가공하는 방식으로 수입산 원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일부 판매상들은 단속망을 피해 캐나다 보건부(NPN) 등 해외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의 구매대행 유통에 나서고 있다. 국내법상 이는 수입 일반식품 분류체계를 따르므로 국내 기능성 인정과 무관함에도, 해외 인증을 마치 식약처 인증처럼 오인하는 소비자 심리를 악용해 단속 사각지대에서 과감한 효능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들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연쇄 단속으로 국내 기업들은 상세 페이지와 패키지를 전면 수정하는 비상 상황을 맞았다. 직접적 효능 표현이 금지되자 업계는 ‘단백질 보충’ ‘활력 충전’ ‘에너지 보충’ 등 일반 식품 수준의 키워드로 급선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성분만 내세우던 꼼수 기타가공품 출시는 위축되는 대신, 식약처 공인 기능성 원료를 혼합해 정식 마크를 다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편법 상술이 저물고 입증 중심의 정식 건기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건기식 업계 관계자는 “기타가공품이나 혼합음료라는 법적 분류 체계의 맹점을 악용해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는 편법 마케팅은 결국 식품 산업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라며 “이번 알부민 사태를 계기로 원료적 특성 뒤에 숨어 우회 광고를 펼치던 기업들의 실무적 타격이 큰 만큼, 장기적으로는 투명하게 기능성을 입증받은 정식 건기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